[세리에.1st] 스팔레티의 실패한 '4센터백' 파격 전술

김정용 기자 2017. 3. 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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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스페인, 잉글랜드, 독일, 이탈리아 1부 리그를 '4대 빅리그'라고 부른다. 2018년부터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 4팀이 직행하는 4개 리그 중 이탈리아 세리에A만 국내 중계가 없다. 매력적인 이야기가 많지만, 주목도는 떨어진다. 세리에A와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경기와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주>

포백 수비수 네 명 평균 신장 187.3cm. 모두 본업은 센터백. 그러나 제공권 장악을 통한 이득을 보지 못했다. AS로마의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은 너무 복잡한 태도로 경기에 접근했고 결국 패배했다.

4일(한국시간) 홈구장 스타디오 올림피코로 나폴리를 불러드린 로마는 `2016/2017 이탈리아세리에A` 27라운드에서 1-2로 졌다. 로마는 2위를 지켰지만 나폴리와 승점차가 2점으로 줄어들었다. 로마는 지난 2013년 5월부터 홈에서 나폴리 상대로 4연승 중이었고, 최근 세리에A에서 4연승을 달리고 있었다. 여러모로 불안요소가 없어 보였지만 UEFA 유로파리그와 코파이탈리아에선 각각 비야레알, 라치오를 상대로 패배한 뒤였다. 스팔레티 감독은 전술 변화를 시도했다.

스팔레티 감독의 파격적인 전략은 본업이 센터백인 수비수 4명을 포백 라인에 우겨넣는 것이었다. 레프트백 주앙 제주스, 라이트백 안토니오 뤼디거 모두 측면수비를 소화할 수 있지만 본업은 센터백이다. 중앙엔 페데리코 파지오와 코스타스 마놀라스가 섰다. 수비진 앞을 다니엘레 데로시와 케빈 스트로트만이 지켰다. 라자 나잉골란은 최근 공격형 미드필더로 맹활약 중이고, 좌우 날개로 스테판 엘샤라위와 디에고 페로티가 배치돼 에딘 제코를 지원했다.

포메이션만 놓고 보면 이번 시즌 주로 쓰던 3-4-2-1보다 수비수를 한 명 줄이고 윙어를 추가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론 좌우 수비수가 센터백 성향의 선수로 구성됐기 때문에 이 전술 변화가 공격적인 시도인지, 수비적인 시도인지 잘라 말하기 힘든 상태였다.

로마의 문제는 공수 간격과 템포에서 발생했다. 이번 시즌 로마가 승승장구하던 비결은 스리백 앞에 데로시와 스트로트만이 배치돼 중앙을 안정적으로 틀어막기 때문이었다. 센터백 세 명과 미드필더 네 명만으론 수비가 불안할 수 있지만, 그 앞에서 막대한 에너지를 가진 나잉골란이 1차 저지선 역할을 하다가 공을 빼앗으면 곧장 공격수를 지원했다. 공격형 미드필더 시절의 스티븐 제라드를 연상시키는 나잉골란의 `1인 2역` 덕분에 스트로트만과 데로시는 후방에서 공간을 메우는데 주력할 수 있었다. 공수 간격이 멀어도 나잉골란의 에너지 덕분에 문제가 없었다.

나폴리전에선 로마 수비에 문제가 발생했다. 스리백이 포백으로 바뀌면서 중앙 수비수 숫자는 3명에서 2명으로 줄어들었다. 제주스와 뤼디거는 전문 풀백처럼 위치선정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본업이 센터백일지라도 중앙 수비에 큰 도움은 되지 않았다. 결국 중앙이 전보다 헐거워졌다. 여기에 좌우 윙백이 사라지면서 미드필더 숫자도 축소됐고, 중원 장악력에 문제가 생겼다.

전반 26분 첫 실점 상황은 로마의 수비 문제를 잘 보여준다. 나폴리가 미드필드에서 빠르게 공을 돌리다가 마렉 함식의 스루패스, 드리스 메르텐스의 마무리로 간단하게 골을 넣었다. 이때 스트로트만과 나잉골란은 공보다 전진해 있었기 때문에 수비에 도움이 되지 않았고, 데로시는 너무 후방에 있었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의미 없는 선수였다. 수비력이 좋다고 평가받는 미드필더가 3명이나 있었지만 나폴리의 빠른 템포를 따라가기엔 위치선정이 나빴다.

미드필드에 구멍이 생기자 파지오가 앞으로 튀어나가며 함식을 견제하려 했다. 스리백이었다면 나머지 수비수 두 명이 메르텐스를 충분히 견제하고 있었겠지만 로마는 이날 포백을 쓰고 있었고, 파지오의 파트너인 마놀라스가 부랴부랴 메르텐스 쪽으로 달려가 봤지만 이미 한 발 늦은 상태였다.

센터백이 늘었지만 수비는 약해졌다

좌우 풀백에 센터백 성향의 선수를 세우는 전략은 토니 풀리스 감독 시절의 스토크시티,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의 독일이 보여줬다. 수비라인을 뒤로 내릴 생각이라면 풀백의 오버래핑을 어느 정도 포기하고 확실한 수비력을 택하는 것도 일리 있는 생각이다. 제공권에서 상대를 압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이론적인 장점과 달리, 브라질월드컵 당시 독일의 수비는 잘 통하지 않았다. 미드필더로 쓰던 필립 람을 풀백으로 복귀시켜 더 평범한 수비진을 만든 뒤 한층 나은 경기력으로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로마가 제주스와 뤼디거를 측면에 배치해 노릴 수 있는 가장 큰 효과도 제공권이었다. 그러나 코너킥 상황에서 두 차례 직접 슛이 나왔을뿐 제공권으로 큰 이득은 보지 못했다. 나폴리는 최전방에 169cm에 불과한 메르텐스를 배치한 팀이다. 애초에 크로스를 잘 시도하지 않는다. 로마 수비의 위치 선정에 빈틈이 있을 때만 크로스가 날아들었고, 메르텐스는 로렌초 인시녜의 절묘한 땅볼 크로스를 받아 후반 5분 추가골까지 넣었다. 로마 수비진은 메르텐스, 인시녜 등 작고 빠른 선수들을 막기에 너무 굼떴다.

스팔레티 감독은 후반 7분 유독 부진했던 파지오를 빼고 전문 풀백 브루노 페레스를 투입하며 자신의 실패를 빠르게 인정했다. 그 뒤로 로마 플레이는 한결 나아졌다. 엘샤라위 대신 투입돼 윙어 자리를 이어받은 모하메드 살라도 존재감이 컸다. 후반 44분 페로티의 에이스다운 측면 돌파에 이어 스트로트만의 만회골이 나왔다. 살라의 슛이 골대에 맞고, 페로티의 절묘한 슛을 페페 레이나 골키퍼가 기적적인 선방으로 막아내지 않았다면 로마가 역전할 수도 있는 막판 흐름이었다. 센터백 네 명으로 경기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로마가 이길 수도 있는 경기였다.

경기가 끝난 뒤 스팔레티 감독은 "전반전에 나폴리가 공을 훨씬 빨리 돌렸고, 우린 템포를 끌어올려 좋은 위치를 선점하는데 실패했다. 공을 되찾는 것도 아주 힘들었다"며 나폴리의 빠른 템포를 제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로마는 이번 시즌 약간 템포가 느리더라도 나잉골란의 에너지, 제코의 뛰어난 포스트 플레이 등을 활용해 상대 문전에서 득점 기회를 만들어 왔다. 포메이션 변화는 수비 안정성을 떨어뜨리고 나잉골란의 위치를 애매하게 만들 뿐이었다.

글= 김정용 기자

그래픽=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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