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상암] '前 수원 No.7' 이상호는 그렇게 '서울맨'이 됐다

서재원 기자 2017. 3. 6.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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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 서울월드컵경기장] 서재원 기자= 수원 삼성 팬들에게 다가간 이상호는 환영 받지 못했다. 박수도 있었지만 야유 소리가 더 컸다. 친정팀에 비수를 꽂은 드라마의 주인공이었기 때문. 다시 본부석쪽으로 걸어오는 이상호의 얼굴에는 씁쓸함이 묻어있었다. 이상호는 그렇게 FC서울의 남자가 됐다.

서울과 수원은 5일 오후 3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1라운드, 슈퍼매치를 치렀다. 전반 초반 김민우의 선제골로 수원이 먼저 앞서갔지만, 후반 이상호가 동점골을 터트리며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두 팀이 약 3개월 만에 다시 만났다. 지난해 11월과 12월 FA컵 결승전에서 두 차례 맞대결을 펼쳤고, 승부차기 끝에 수원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3개월 전과 지금, 두 팀에 가장 큰 차이점은 이상호였다. 지난 시즌까지 수원의 7번 유니폼을 입었던 그가 라이벌 서울로 이적하면서 적이 동료, 동료가 적이 됐다.

"출전해야 된다. 슈퍼매치를 뛰고 싶다는 의지가 강하다. 경기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경기 하루 전 황선홍 감독이 이상호의 선발을 언급할 때까지만 해도 반신반의였다. 선수 입장에서 부담될 수밖에 없는 상황. 라이벌인 친정팀 팬들의 야유가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황선홍 감독은 그 부담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거라 믿었다. 과감히 이상호를 선발 명단에 포함시켰다. "잘해줄 거라 믿는다. 선수라면 헤쳐 나가야 한다. 흥미로울 것 같다. 상호가 즐기길 바란다"고 말하는 황선홍 감독의 눈빛에는 확신이 있었다.

# 환호와 야유, 그 순간 터진 이상호의 데뷔골

킥오프 직전 장내 아나운서가 이상호의 이름을 외쳤다. 두 골대 뒤편의 분위기는 극명히 갈렸다. 서울 팬들은 상대를 자극이라도 하듯이 힘차게 환호 했다. 반면 수원 팬들은 거센 야유를 보냈다. 이상호가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그 환호와 야유는 더욱 커졌다.

"개인적으로 전반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부담을 안가지려 했는데 몸이 부담을 느꼈나보다. 개막전을 앞두고 몸도 정상이 아니었다." 이상호의 전반은 아쉬움이 많았다. 전반 9분 만에 수원의 김민우에게 실점을 허용하면서 플레이는 더 꼬였다. `보이지 않았다`는 표현이 맞았다.

그러나 설마 했던 일이 현실이 됐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황선홍 감독이 두 장의 교체 카드를 사용하면서 서울은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고, 동점골이 나왔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이상호였다. 후반 18분 골키퍼 신화용이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공을 윤일록이 때렸고, 이상호가 문전에서 방향을 살짝 틀었다.

이상호의 서울 데뷔골. 그는 웃지 못했다. "최대한 세리머니는 자제했다"는 이상호는 실제로도 기쁨을 표현하지 못했다. 그가 친정팀에 보일 수 있는 최대한의 예우였다. 이상호의 골은 이날 마지막 득점이었고, 결국 경기는 1-1 무승부로 종료됐다.

# 그렇게 이상호는 서울맨이 됐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다. 서울의 팬들은 이상호를 연호했다. 한 팬은 그에게 선물을 건넸다. `불편한 이적생`이었던 그가 이날 득점으로 단번에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과거의 남이 현재의 우리가 되는 순간이었다.

반대로 과거의 우리는 현재의 남이 됐다. 인터뷰를 마친 이상호는 수원 팬들을 향해 걸어갔다. 오랫동안 자신을 응원해줬던 친정팀 팬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함이었다. 그가 다가가자 몇몇 팬들은 박수를 보냈다. 이내 야유 소리가 커졌다. 수원 팬들은 라이벌 팀으로 떠난 그가 야속했고, 이날은 특히 그가 얄미웠다.

사람인지라 서운했을 터다. 이상호는 그 누구보다 수원에 애정을 표했던 선수 중 하나였다. 몇 년 동안 아낌없는 사랑을 보냈고 또 받았다. 그런 팬들이 하루아침에 적이 됐다. 인사를 마치고 등을 돌려 돌아오는 그의 얼굴은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80번째 슈퍼매치, 그리고 어제 상암은 이상호였고, 그는 그렇게 서울의 남자가 됐다.

사진= 윤경식 기자

Copyright ⓒ 인터풋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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