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로드] To 서울장수막걸리

이창훈 2017. 3. 6.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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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랐지 뭐야.

네가 막걸리 시장을 휘어잡게 된 사연 말이야.

원래 막걸리는 술통에 도매로 받아와 주전자에 따라주곤 했잖아.

뭐, 억울하다고? 막걸리를 병에 담아 내놓은 것도 업계 최초였고, 표준화된 효모 제조기술을 개발해 51개 제조창의 맛을 균일하게 관리하는 것도 혁신적 연구개발(R&D)의 결실이라고? 오호, 그랬던가? 알고 보니 음반으로만 사야 했던 음악을 mp3파일로 처음 유통시킨 애플에 견줄 만한 기업이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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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랐지 뭐야. 삼성전자, 김앤장, 현대차, 네이버라는 쟁쟁한 이름들 틈에서 너를 발견하게 될 줄이야. 그것도 도봉제조창, 구로제조창이라는 기름때 묻은 가내수공업 차림으로 화이트칼라 일색인 고액연봉자 대열에 끼어 있다니. 하긴, 우리가 그렇게 마셔댔으니 많이 벌어도 이상할 건 없지.

'시나브로'라는 표현이 딱이야. 네가 막걸리 시장을 휘어잡게 된 사연 말이야. 그게 1980년대 대학 다닐 때부터였던가. 원래 막걸리는 술통에 도매로 받아와 주전자에 따라주곤 했잖아. 언제부터인지 말쑥한 페트병으로 상에 오르더라고. 숙취 심한 싸구려 술로 여겨 분위기상 어쩔 수 없을 때나 마시곤 했으니 브랜드에는 당최 신경도 안 썼지. 소주는 '처음처럼?' '참이슬?', 맥주는 '하이트?' '카스?' 지겹도록 물어대지만 막걸리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지. 그 틈에 너는 슬그머니 술상의 감초로 자리 잡은 거야. 수도권 90%, 전국 50%라는 철옹성 점유율도 시나브로 장악한 유통망 덕이겠지.

뭐, 억울하다고? 막걸리를 병에 담아 내놓은 것도 업계 최초였고, 표준화된 효모 제조기술을 개발해 51개 제조창의 맛을 균일하게 관리하는 것도 혁신적 연구개발(R&D)의 결실이라고? 오호, 그랬던가? 알고 보니 음반으로만 사야 했던 음악을 mp3파일로 처음 유통시킨 애플에 견줄 만한 기업이네 그려.

근데 말야, 애플과 결정적으로 다른 게 있다면 넌 너무 싼 티가 난다 이거야. 막걸리는 워낙에 엄청난 잠재력이 있잖아. 풍미도 다양한 데다 항노화·항암 효과에 비타민·유산균 듬뿍 담긴 슈퍼드링크인데 주류 시장에선 영 대접을 못 받는단 말이야. 아무래도 내수를 네가 독식하는 게 문제인 것 같아. 원가 낮추려고 쌀도 대부분 수입산을 쓰잖아.

알아 알아. 서민 대중에게 너같이 친근한 벗이 또 있겠어? 새벽 출근길 광화문 길바닥에 널브러진 초록색 페트병들을 보면 저게 노숙자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영혼의 묘약이겠거니 해. 글로벌 기업에 꿀리지 않는 알짜인 거 소문났으니 한국 술의 간판인 막걸리 체면도 좀 신경 써야지 않겠어. 하다못해 병이라도 좀 고급스럽게 바꿔보라고. 서울은 외래관광객 80%가 거쳐가는 관문이야. 한국 와서 너 한 번 안 보고 가는 외국인이 별로 없을 거야.

여러 업체들이 막걸리 업그레이드에 용을 쓰지만 판도는 결국 리딩컴퍼니 손에 달린거잖아. 방심은 금물이야. 자칫 1990년대 하이트에 뒤집힌 OB 신세가 될지 모르니까. 이제 고액연봉 못지않은 '품질과 품격의 괄목상대'를 기대해볼게.

[이창훈 여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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