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한 제네시스, 다이어트가 필요해

류형열 선임기자 입력 2017. 2. 26. 21:11 수정 2017. 2. 26.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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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무게 2 t 넘는 스포츠카 ‘G80 ’

여자에게 몸무게를 물어보는 건 실례다. G80 스포츠의 차량 무게를 물어보는 것도 실례인 것 같다.

G80 스포츠의 공차 중량은 비밀 아닌 비밀이다.

제네시스 브랜드 홈페이지의 제원을 보면 전장(4990㎜), 전폭(1890㎜), 휠베이스(3010㎜), 전고(1480㎜), 배기량(3342㏄), 최고 출력(370마력), 최대 토크(52.0㎏·m) 등을 확인할 수 있지만 공차 중량은 빠져 있다. 다른 차종과의 스펙 비교하기를 이용해야 겨우 공차 중량이나 연비 등을 알 수 있다.

공차 중량을 보면 왜 꼭꼭 숨겨 놓았는지를 알 수 있다. 그렇다. G80 스포츠의 무게는 2t이 넘는다.

무거운 몸무게는 사람에게도 좋지 않지만 차에도 좋지 않다. 똑같은 출력이라도 차의 중량이 가벼워야 더 좋은 성능을 낼 수 있다. 힘과 무게의 관계는 뉴턴의 그 유명한 공식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뉴턴의 가속도의 법칙에 따르면 ‘F=ma’다. F는 힘, m은 질량, a는 가속도이다. 이 공식은 ‘a=F/m’로 바꿀 수 있다. 즉 가속도는 질량에 반비례한다. 차에서는 가속력뿐만 아니라 연비도 차량 무게에 반비례한다.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은 무게가 적을수록 적다.

차량의 무게가 10% 줄면, 연비는 대략 6~8%, 가속력은 8%, 제동력은 5% 정도 향상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경량화에 목을 매고 있는 이유다.

차량 성능에서 무게와 관련해 또 하나 중요한 게 마력당 무게비다. 자동차가 얼마나 힘을 최대화하고 무게를 최소화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 비율은 최상의 코너링, 브레이킹, 최고 속도 유지에 필수적이다. 마력당 무게비가 낮게 나올수록 좋은 차다.

G80 스포츠는 출력 자체만 놓고 보면 세미 고성능차로 손색없다. 370마력으로 스포츠카인 로터스 엑시지 S(345마력)보다 높다. 몸무게와 함께 출력을 따져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G80 스포츠는 후륜이 2020㎏, 4륜이 2090㎏이나 나간다. 비교를 위해 찾아본 300마력이 넘는 차들 중에서 가장 무겁다. G80 스포츠의 공차 중량을 최고 출력으로 나눈 마력당 무게비는 후륜이 5.5㎏/마력, 4륜이 5.6이다. 공차 중량이 1176㎏인 엑시지 S는 마력당 무게비가 3.4다. 마력당 무게비로 비교하면 엑시지 S가 G80 스포츠보다 주행성능이 더 좋다는 걸 알 수 있다.

G80 스포츠는 마력당 무게비가 비교대상이 된 차들 중에서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

마력당 무게비가 G80 스포츠보다 높은 것은 벤츠 E 400 4매틱(5.7)뿐이었다. 벤츠 E 400 4매틱은 마력은 333마력으로 높지만 달리기 성능을 중시하는 차는 아니다. E 클래스의 최상위 모델로 최첨단 안전 기술 및 편의사양이 총망라되면서 차 무게가 늘어난 게 마력당 무게비가 높아진 이유다.

2t이 넘는 무게는 G80 스포츠의 명백한 단점이다. 프리미엄 브랜드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궁금한 것은 G80 스포츠가 왜 이렇게 무거워졌는가 하는 점이다. G80 스포츠도 G80처럼 차체의 초고장력 강판 비율이 51.5%에 이른다. 초고장력 강판은 일반 강판 대비 무게는 10% 이상 가벼우면서도 강도는 2배 이상 높다. 초고장력 강판을 많이 쓰면 무게가 가벼워져야 하는데 제네시스는 그런 효과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편의사양이나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 같은 안전장치가 늘어나면서 중량이 증가했다”며 “그나마 초고장력 강판을 써서 중량 증가를 최소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눈여겨봐야 할 게 초고장력 강판에 대한 기준이다.

현대차그룹은 인장강도가 ㎟당 60㎏ 이상을 초고장력 강판으로 규정한다. 철강업계 기준은 이보다 엄격하다. 포스코는 인장강도 780메가파스칼(MPa) 이상을 초고장력 강판으로 분류한다. ㎏f/㎟로 환산하면 80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네시스가 초고장력 강판을 51.5% 적용했다고 하지만 철강업계에서 생각하는 초고장력 강판 비율은 이보다 떨어질 것”이라면서 “이 때문에 감량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경량화의 주된 소재들인 알루미늄이나 마그네슘,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의 활용도가 떨어지는 것도 요인으로 지적된다.

BMW 7시리즈의 경우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과 알루미늄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이전 세대에 비해 최대 130㎏까지 줄였다. 아우디도 ‘뉴 아우디 S8 플러스’ 차체의 대부분에 알루미늄을 적용했다. 재규어나 GM, 포드 등도 알루미늄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복합소재를 적용해 차체 설계를 하거나 제작하는 데도 기술 노하우가 필요하다”면서 “제네시스 브랜드가 프리미엄 시장에 안착하려면 다양한 경량화 소재 활용폭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BMW 그룹에서 5시리즈 프로덕트 매니지먼트 총괄을 맡고 있는 볼프강 하커 박사는 “알루미늄을 많이 쓰면 비용이 높아진다”면서 “꼭 필요한 자리에 필요한 만큼의 알루미늄을 쓰고, 철과 마그네슘을 적절히 활용해 차량 전체의 강성을 맞춰 나가는 게 노하우”라고 말했다.

불리한 정보는 꼭꼭 숨겨놓는 관행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제네시스는 구체적으로 차체의 어느 부위에, 어느 강도의 초고장력 강판을, 어느 비율로 적용했는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고성능 스포츠세단을 표방하면서도 제로백(0→시속 100㎞ 가속시간)이나 최고속도, 제동 성능에 대한 자료도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좋든 나쁘든 소비자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정보는 정확하게 공개해야 하는 게 원칙”이라면서 “정확한 데이터를 통해 다른 경쟁차와 비교가 되고, 거기서 더 나은 기술 개발도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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