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막이도 투명유리.. 3000명이 '사무실 共有'

장상진 기자 2017. 2. 26.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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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共有사무실 '위워크' 을지로점]

각양각색 쇼파·테이블 즐비… 삼삼오오 노트북PC 펴고 사무

사방에서 한국어·영어로 대화

몸만 들어가면 창업 가능하고 회원간 네트워크 장점에 큰 인기

대기업도 팀 단위로 사무실 내

23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대신파이낸스빌딩 16층. 외벽과 사무실 칸막이(내벽)가 모두 투명 유리로 이뤄진 실내에 햇살이 고스란히 쏟아져 들어왔다. 중앙 라운지에서는 평상복 차림 젊은이들이 각양각색 소파와 테이블에 삼삼오오 노트북 PC를 펴고 앉아 있었다. 손에 커피잔이나 생맥주잔이 들려 있는 이들도 많았다. "디자인은 A안보다는 B안이 더 낫겠어요" "세금 문제를 알아봤는데…" 등 다양한 주제 대화가 한국어로, 때론 영어로 사방에서 들려왔다.

사무실 한 칸에선 회계 상담이 진행 중이었다. 최근 ICT(정보통신기술) 스타트업(초기 창업기업)을 차린 김모(34)씨가 투자 유치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무 문제를 30분 넘게 조목조목 물었고, 회계법인 크리에이티브파트너스 관계자가 설명해주는 중이었다. 외부에서 시간 단위 유료로 이뤄지는 회계 상담이지만, 이날 상담은 무료였다. 이 사무 공간 전체를 관리하는 본사 담당자가 서로 다른 이용자들 간 무료 상담을 주선했기 때문이다.

이곳은 글로벌 사무실 공유 서비스업체 위워크(WeWork) 을지로점. 지난해 8월 국내에 상륙한 위워크가 낸 두 번째 지점이다. 사무실 공유 서비스는 건물을 층(層) 단위로 통째 빌린 뒤, '좌석 단위' 또는 '사무실(칸) 단위'로 쪼개서 다시 기업이나 개인에게 재임대하는 일종의 '전전세(轉傳貰)'. 독립 공간을 따로 마련하기 재정적으로 부담스러운 초기 창업자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위워크, 국내 상륙 반년 새 3개 지점

2010년 미국 뉴욕에 설립한 위워크는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다. 이달 기준 미국과 유럽·아시아 등 10개국 35개 도시에 115개 지점을 두고 있다. 이 지점들에 사무실을 낸 회원(입주자) 수는 9만명에 이른다.

JP모건체이스, 하버드 매니지먼트, 골드만삭스 등이 이 회사의 주요 투자자. 미 경제 전문 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최근엔 일본 소프트뱅크가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검토 중이다.

국내에서도 급격하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작년 8월 서울 강남에 1000석(席) 규모 국내 1호점을 낸 뒤, 이달 초 세계 두 번째, 아시아 최대인 3000석 규모 을지로점을 1차 오픈했다. 최근에는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 KTB금융그룹이 인수 예정인 19층짜리 빌딩을 3호점으로 선택, 11개층에 대해 15년짜리 임대 계약을 맺었다. 이 거래를 컨설팅한 뉴욕 부동산업체 PD프로퍼티스의 토니 박 대표는 "위워크가 한국에 최소 10개 지점 오픈을 목표로 서울 강남·홍대와 판교 등지에 공격적으로 대상지를 찾는 중"이라고 전했다.

흥행 성적도 좋다. 1호점은 좌석 100%가 찼고, 이달 1개 층(240석)을 시작으로 매달 2~3개 층씩 가동 예정인 2호점은 대기 순번이 수백 번대에 이른다.

◇'인적 네트워크'가 핵심 경쟁력

국내 오피스 시장에서는 최근 위워크 외에도 스튜디오블랙·패스트파이브·르호봇 등이 경쟁적으로 사무실 공유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회원에게 인터넷·책상·복사기·프린터 등 사무용품과 함께 무료 커피와 맥주를 비치한 공용 주방과 라운지를 제공한다.

사무실 공유 서비스의 장점은 스타트업이나 소규모 기업이 사무실 임대와 인터넷 설치 등 번거로운 잡무(雜務)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스위스 신발업체 '조야'의 고기환 한국지사장은 "현재 직원 두 명과 함께 성수동에서 사무실을 빌려 쓰고 있는데, 계산해보니 위워크 쪽이 더 경제적이어서 다음 달 입주할 예정"이라고 했다. 위워크는 1인 기준 라운지 비(非)지정석이 월 35만원, 사무실 칸막이가 설치된 지정석은 70만원이다.

하지만 핵심 경쟁력은 개방성을 통해 맺어지는 '인적 네트워크'다. 같은 공간에서 투명 유리 칸막이 사이로 일하는 회원들이 라운지 등에서 자연스레 만나고 교류하면서 정보와 경험을 나눌 수 있다. 위워크는 회원들만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를 개설, 전 세계 회원을 대상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실제로 이 사이트에서는 미국 진출을 원하는 한국 창업자가 미국 회원에게 묻고 답하는 내용 등도 다수 올라와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외국계 기업은 물론 아모레퍼시픽 등 자체 사옥이 있는 대기업도 팀 단위로 위워크에 사무실을 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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