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토vs멀쩡' 김정남암살女들 다른상태 왜?.."이원혼합 VX공격"
(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김상훈 황철환 특파원 = '김정남 암살 사건'에서 화학무기용 신경안정제인 'VX' 독극물 공격을 감행한 여성 용의자들이 범행 후 상태가 서로 달라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 지에 관심이 쏠린다.
사건을 수사 중인 말레이시아 경찰은 24일 '맨손 공격'을 감행한 여성 용의자 두 명 가운데 한 명만 VX에 노출됐을 때 생기는 증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누군지를 특정하지 않았으나 여성 용의자 한 명은 구토를 했지만 다른 한 명은 멀쩡했다는 것이다. 공격 과정에서 두 물질이 섞여 독성이 생긴 '혼합물' 형태로 공격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나오는 이유다.
김정남은 지난 13일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두 명의 여성이 얼굴을 감싸는 방식의 공격을 받고 나서 숨졌다.
범행 장면이 찍힌 폐쇄회로(CC)TV를 보면 여성 용의자인 인도네시아 출신 시티 아이샤(25)와 베트남 국적의 도안 티 흐엉(29)은 김정남의 앞뒤에서 접근해 공격을 가했다. 이들은 맨손에 물질을 묻혀 김정남의 얼굴을 문지른 것으로 알려진다.
여성들이 범행 후 화장실에서 손을 씻어냈다는 게 말레이시아 경찰의 설명이다. 김정남은 공격을 받은 뒤 불과 30분 이내에 숨진 것으로 알려진다.
말레이 경찰은 김정남의 얼굴에 독극물을 바른 여성들 가운데 한 명이 구토했다고 설명했다. 이 여성 용의자도 VX에 노출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격에 사용된 VX는 지금까지 알려진 화학무기용 물질 중 가장 독성이 강하다. VX 10mg만 피부에 접촉해도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김정남에게 제대로 작용한 VX의 맹독이 거의 동시에 공격을 가한 여성들에겐 차별적으로 작용한 점은 의문이다.
외신과 독극물 전문가들은 암살범들이 섞여야 맹독성인 VX로 변하는 두 가지 물질을 각각 바르는 방식으로 김정남을 공격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으며 여성 용의자 간 다른 증세의 원인을 설명했다.
미들버리국제연구소의 레이먼드 질린스카스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암살범들이 강력한 독성을 가진 VX를 직접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란 가능성을 거론했다.
질린스카스는 "그들이 장갑을 꼈다고 하더라도 (VX의) 냄새를 맡고 죽을 수도 있다"며 VX의 "이원 혼합물"(binary concoction) 형태가 범행에 사용됐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치명적이지 않은 두 개의 물질이 김정남 얼굴에서 섞이면서 강력한 독극물인 VX로 변했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 물질 공격을 가한 여성이 독성을 함유한 물질로 변한 VX에 노출됐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현지 매체 말레이메일 온라인은 VX가 혼합물 형태(VX2)로도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매트'도 말레이 당국이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VX 이원화물'로 공격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미 CNN은 화학무기금지기구(OPCW)를 인용해 "VX처럼 두 개의 물질이 섞이기 전까진 독성을 띄지 않는 이원화 형태의 화학무기가 있다"며 이원화 시스템은 화학무기를 안전하게 보관하는데 주로 이용된다고 설명했다.
용의자들이 해독제를 사용했을 가능성도 나왔다.
미국 플로리다대 법의학부 학과장인 독물학자 브루스 골드버거 박사는 "신경성 독가스는 매우 독성이 강하다"며 "암살을 실행한 두 용의자가 VX에 노출되고도 아무런 증세가 없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로 해독제를 투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암살단이 VX를 말레이시아로 들여오는데 외교 행낭(diplomatic courier)을 사용했을 수도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말레이시아 현지 중문 매체 중국보(中國報)는 소식통을 인용해 말레이 경찰이 용의자들이 외교 행낭을 이용해 VX 배합물을 들여왔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말레이 경찰이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의 2등서기관 현광성을 용의 선상에 두고 조사를 하려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kong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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