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나라 프랑스, 그 중 최고는 알자스
[오마이뉴스노시경 기자]
프랑스는 세계적인 음식문화 선진국으로 잘 알려져 있는 곳이다. 실제로도 프랑스에서 길을 가다가 주변의 어느 식당을 들어가 보아도 그 식당의 음식이 외국에서 온 여행자를 실망시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세계 3대 음식천국인 프랑스에서도 수도 파리와 각 지방의 음식은 저마다 다 다르고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프랑스의 각 지방들은 그 지방만의 개성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음식들을 가지고 있다. 나는 이번 프랑스 여행에서 특히 현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즐기는 각 지방의 음식을 체험해 보기로 했다.
특히 프랑스 알자스(Alsace) 지역은 프랑스 안에서도 알아주는 음식문화로 유명한 곳이다. 독일과 프랑스가 번갈아 알자스를 지배하면서 양국의 음식문화가 융합되었고 라인강으로 이어지는 내륙 무역항으로 인해 유럽 각국에서 온 식재료가 풍부했다. 그래서 알자스의 지역 주민들은 지금도 알자스 특산물과 음식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 마르세 꾸베르 시장. 음식문화로 유명한 알자스의 온갖 식재료들이 모이는 곳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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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위에 지붕이 있어서 시장 건물이 완공되었을 당시에는 콜마르 주민들에게 상당한 화제가 되었다. 밝은 갈색 벽돌 벽과 주철 기둥 위에 붉은 창문을 건물 전체에 두른 시장 건물이 장중하다. 건물이 장중해 보이는 이유는 이 건물이 당시 팽창하고 있던 독일 제국의 전형적인 건축양식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 마르세 꾸베르 시장 내부. 잘 정비된 시장 내부는 쾌적함을 느끼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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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제 프레임으로 된 천장 사이에는 투명한 유리 천장이 나란히 배열되어 있어서 오전의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마르세 꾸베르 안에는 꽃가게, 빵가게, 식료품 가게, 과일가게, 야채가게, 기념품 가게와 저렴한 먹거리 가게까지 콜마르의 특산물과 음식은 없는 게 없다고 할 정도로 모두 모여 있었다.
▲ 콜마르 주민들. 콜마르 주민들이 식사 준비를 위해 시장에서 식재료를 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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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옛집에 그대로 살고 있는 콜마르 주민들은 중세시대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은 식재료들을 차분하게 고르고 있었다. 시장을 보러 온 사람들 중에 노부부들이 많이 보이는 정경도 참으로 아름다워 보였다.
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알자스 농가에서 잘 건조시킨 소시지, 살라미(Salami)다. 살라미는 소고기와 돼지고기의 등심살을 혼합하여 만든 소시지인데, 고기에 돼지기름, 소금, 향신료, 럼주를 섞어서 만든다. 이 살라미는 훈제가 아니고 저온에서 오랜 시간 동안 말리기 때문에 집에 매달아 놓으면 2년간은 충분히 보존된다. 좋은 보존성 때문에 이 살라미는 프랑스의 가정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소시지다.
살라미를 파는 가게에서 보니 프랑스에서도 식품을 사기 전에 간단하게 시식을 해볼 수 있는 문화가 있었다.
"이미 가공이 되어 있어서 익히지 않고 그냥 먹어도 안전합니다. 이 살라미 한 조각을 먹어보세요. 신선합니다. 맛있을 거예요."
▲ 살라미.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섞어 만든 살라미는 짭짤하고 강한 양념의 풍미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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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먹은 살라미 안에는 하얀 후추가 박혀 있는 것이 있었다. 살라미에 박힌 후추는 제법 메워 재채기가 나왔다. 알자스의 살라미에는 놀랍게도 마늘, 후추와 같은 강한 양념이 들어가 있어서 묘한 풍미가 있었다. 살라미의 맛을 본 여행자, 나는 저녁 간식 샌드위치에 이 살라미를 넣기 위해 지갑을 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살라미를 많이 사오지 않은 것이 너무나 후회된다.
마르세 꾸베르 시장 입구의 빵가게에서는 브레첼(Brezel)을 팔고 있었다. 프랑스의 빵으로는 버터를 듬뿍 넣어 만든 초승달 모양의 크루아상(croissant)이 가장 유명하지만 이곳 알자스 지방에서는 어디를 가나 브레첼을 판다.
▲ 시장의 빵집. 독일 문화의 영향을 받은 알자스 지역에서는 독일의 대표 빵인 브레첼이 주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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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나뭇가지 색을 하고 있는 브레첼은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게 생겼다. 큰 브레첼 한 개를 산 한 할아버지가 브레첼을 작은 가방 안에 담고 있었다. 아마도 큰 브레첼 한 개는 이 할아버지의 한끼 식사가 될 것 같다. 시장에서 파는 브레첼은 가격도 싸서 한 개만 사서 먹어보기로 했다. 나는 이 할아버지를 따라 브레첼 한 개를 샀다.
브레첼의 겉은 바삭바삭하지만 옅은 노란색 속살은 의외로 부드러웠다. 브레첼에 듬성듬성 붙어 있는 굵은 소금 때문에 브레첼에서는 짠 맛이 났다. 이 짠 맛이 맥주와 잘 어울린다고 한다. 브레첼은 먹어볼수록 맥주 안주로는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 알자스 포도. 알자스의 따뜻한 태양을 받고 자란 이 포도가 유명한 알자스 와인을 만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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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주 산맥이 프랑스 서쪽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습기와 비바람을 잘 막아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알자스의 포도는 보주 산맥 산자락 남쪽에서 풍부한 햇살을 받고, 특히 긴 가을에는 충분히 포도가 익을 수 있는 알맞은 햇빛을 받아들이고 있다.
마르세 꾸베르 시장의 싱그러운 포도들은 알자스 농민들의 수대에 걸친 땀과 노력으로 탄생한 것들이다. 최고의 알자스 포도라는 명성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무려 2천년 전부터 만들어진 알자스 와인의 역사를 지키기 위해 알자스의 농민들은 포도 품종을 엄격히 선발하고 여러 가지 품질 규제를 통해 알자스 포도만의 독특한 이미지와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
나는 시장의 특산물 먹거리들을 조금씩 다 맛보기로 했고 포도도 몇 송이 샀다. 과일가게 아주머니가 포도 무게를 저울에 달더니 과일이 그려진 종이 백에 포도를 담아줬다. 알자스의 포도는 향이 좋고 신선했다.
▲ 투르트. 바삭바삭한 파이 안에 놀랍게도 돼지고기가 들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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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행가방 안에 먹거리들을 가득 넣은 채로 시장 밖으로 나왔다. 시장을 나서면서 보니 운하와 닿아있는 시장 외벽에는 운하를 향한 문들이 여러 개 뚫려 있고 계단을 통해 운하로 내려갈 수 있도록 되어있다.
▲ 시장과 운하. 중세시대에는 시장에서 운하로 이어지는 문을 통해 알자스 특산물들이 이동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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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오스트리아 인들이 터키 술탄의 터번에서 영감을 얻어서 쿠겔호프의 모양을 만들었어요. 이 쿠겔호프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Marie´ Antoinette)가 즐겨먹으면서 프랑스에서도 인기를 끌게 되었지요. 원조는 오스트리아이지만 이제 쿠겔호프는 알자스 지역의 전통 빵으로 더 알려져 있어요."
▲ 쿠겔호프. 왕관을 닮은 이 작은 빵은 달걀과 버터가 많아서 부드러운 맛을 자랑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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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곳 콜마르의 전통 쿠겔호프는 건포도와 아몬드가 들어가 있어서인지 그 동안 먹어보았던 쿠겔호프보다 더욱 달콤한 맛이 났다. 그리고 이 가게 주인이 방금 구워서인지 맛이 촉촉했다. 역시 원조와 전통의 맛은 무시할 수 없는 법이다.
콜마르의 특산물 가게들은 나의 발걸음을 계속 잡아 끌고 있었다. 평소에 치즈를 좋아하는 나는 알자스의 치즈 소시지 가게를 지나치지 못하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치즈 가게에는 알자스의 다양한 치즈들이 먹음직스럽게 진열되어 있었다.
▲ 치즈 소시지 가게. 알자스에는 쫄깃하고 부드러운 치즈가 들어간 소시지가 유명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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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라면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프랑스. 그 중에서도 알자스 지역은 프랑스의 음식문화를 대표할만한 곳이다. 알자스의 태양을 받은 포도와 와인은 달콤하기만 하고, 이 알자스 와인에 브레첼, 살라미, 치즈 소시지를 함께 하면 환상적인 풍미가 느껴진다.
외국여행 중에 가장 행복을 느끼는 순간 중의 하나가 현지 음식을 맛보며 뿌듯한 만족감을 느끼는 순간이다. 그래서 여행의 진정한 행복을 느끼려면, 이곳 알자스로 가야 한다. 나는 알자스 안 콜마르에서 제 자리를 맴돌 듯 앞으로 전진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술에 취하지도 않았건만 알자스의 특산물 속에서 계속 맴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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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에만 송고합니다. 제 블로그인 http://blog.naver.com/prowriter에 지금까지의 추억이 담긴 여행기 약 520 편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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