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춧가루 부대의 '미녀공격수' 고예림

양형석 2017. 2. 20.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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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017 V리그] 물 오른 기량으로 3연승 이끈 도로공사 막판 상승세 주역

[오마이뉴스 글:양형석, 편집:박순옥]

왜 진작 이런 경기를 하지 못했는지 의문스럽다. 시즌 막판 3연승의 상승세를 탄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이야기다. 1월까지 4승17패로 다른 팀들의 승점 자판기 역할을 하던 도로공사는 2월 들어 5경기에서 4승1패의 호성적으로 승점 10점을 보탰다. 도로공사로서는 시즌 잔여 경기가 4번에 불과하다는 점이 아쉬울 지경이다.

새 외국인 선수 힐러리 헐리는 경기당 평균 19.69득점을 올려주며 팀에 완벽히 녹아 들었고 도로공사의 자랑인 중앙공격수 정대영과 배유나도 제 몫을 다 하고 있다. 여기에 디그 2위(세트당 6.41개)를 달리고 있는 '소리 없이 강한' 리베로 임명옥의 수비는 언제나 기복이 없고 '문데렐라' 문정원도 서브부문 1위(세트당 0.31개)를 달리며 생애 두 번째 서브왕을 노리고 있다.

이번 시즌 도로공사가 고전했던 가장 큰 이유는 초반엔 외국인 선수 케네디 브라이언의 부진, 중반 이후엔 헐리를 보좌할 국내 왼쪽 공격수의 부재였다. 하지만 시즌 막판 헐리에게는 든든한 지원군이 생겼다. 바로 2월에 열린 5경기에서 평균 14.7득점을 올리며 도로공사의 왼쪽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는 V리그의 대표미녀 고예림이 그 주인공이다.

 이번 시즌 고예림은 얼굴'도' 예쁜 선수라 불리기 충분한 기량을 뽐내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실력보다는 외모로 더 주목 받던 고예림

강릉여고 출신의 왼쪽 공격수 고예림은 201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라운드로 KGC인삼공사에 지명됐다. 하지만 사전에 인삼공사와 도로공사의 신인 지명권이 포함된 트레이드가 합의된 상태였다. 결국 고예림은 당시 인삼공사를 지휘하던 이성희 감독과 기념촬영을 하고 곧바로 도로공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2013-2014 시즌 도로공사는 외국인 선수 니콜 포셋의 국가대표 차출로 초반 순위싸움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그 덕분에 고예림은 황민경, 표승주(이상 GS칼텍스), 김선영 등 비슷한 기량의 레프트 공격수들 사이에서도 적지 않은 출전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시즌 막판 괜찮은 활약을 선보이며 공윤희(흥국생명)와 고유민(현대건설)을 제치고 신인왕을 차지했다.

새 시즌이 시작되자 도로공사의 팀 분위기는 크게 바뀌었다. FA 정대영과 이효희가 합류하면서 팀 전력이 크게 상승했고 고예림의 경쟁자였던 문정원이 강력한 돌고래서브를 장착하며 주전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결국 고예림은 루키 시즌보다 더 많은 세트를 소화하고도 득점과 공격성공률, 서브리시브 성공률 등이 저하되며 혹독한 2년 차 시즌을 보냈다.

2015-2016 시즌에는 문정원이 무릎 부상으로 시즌아웃되면서 고예림에게도 기회가 늘어났다. 데뷔 후 처음으로 100득점을 돌파했고 최대 약점으로 지적되던 서브리시브 성공률도 42.28%까지 끌어올렸다(여자배구에서 리베로가 아닌 포지션의 선수에게 40%의 리시브 성공률은 결코 나쁘지 않은 기록이다). 하지만 팀 성적이 5위로 추락하면서 고예림의 성장은 배구팬들의 눈에 띄지 않았다.

사실 고예림은 데뷔할 때부터 실력보다도 외모로 먼저 주목을 받았던 선수다. 신인 때는 올스타전에서 비보잉 공연을 하기도 했고 경기에서 빠져 웜업존에 있을 때도 유난히 카메라에 자주 잡힌다. 물론 프로 선수가 팬들의 관심을 받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일각에서는 '얼굴만 예쁜 선수'라는 비판의 시선도 있었다. 물론 이 역시 고예림 스스로가 극복할 문제였다.

V리그 대표 살림꾼으로의 가능성 보이는 '밀가루 공주'

도로공사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FA센터 배유나를 영입하며 보상선수로 레프트 자원 황민경을 내줬다. 여기에 김선영이 은퇴를 했고 김미연(IBK기업은행)이 트레이드를 통해 팀을 떠나면서 고예림은 자연스럽게 주전 레프트로 출전했다. 그리고 부상 선수들이 돌아오고 시즌 막판을 향해 가는 지금까지 주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이번 시즌 도로공사가 치른 26경기 중 25경기에 출전한 고예림은 데뷔 후 최다인 231득점에 리시브 성공률 39.82%를 기록하고 있다. 시즌 중반까지는 다소 기복을 보이기도 했지만 2월 들어 경기력이 부쩍 올라오며 점점 좋은 기록을 쌓아가는 중이다. 특히 도로공사가 3연승을 달린 최근 3경기에서는 총 44득점을 올리며 도로공사의 토종 주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다.

고예림은 지난 1월 22일에 열린 올스타전에서도 팬투표를 통해 K스타팀의 주전레프트로 선발됐다. 이날 선수들은 자신의 특징을 살린 별명을 유니폼에 새기고 경기에 나섰는데 고예림은 하얀 피부의 특징을 살려 '밀가루 공주'라는 별명을 붙이고 올스타전에 출전해 관중들에게 큰 즐거움을 줬다(물론 이재영-다영 자매의 Ctrl+C와 Ctrl+V에는 당하지 못했지만).

특히 지난 15일과 18일, '지명은 받았지만 뛴 적은 없는 친정(?)' 인삼공사를 상대로 연승을 거둘 때 고예림의 활약은 단연 돋보였다. 15일 경기에서 서브득점 2개를 포함해 13득점을 올린 고예림은 18일 경기에서 팀 내에서 가장 많은 32.52%의 공격점유율을 기록하며 15득점을 기록했다. 이날만큼은 이효희 세터가 외국인 선수 헐리보다 고예림을 더 신뢰했다는 뜻이다.

사실 거포 유형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고예림에게 박정아(기업은행)나 이재영(흥국생명)만큼의 공격력을 기대하는 것은 다소 무리일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날렵한 공격에 수비만 좀 더 안정될 수 있다면 고예림이 V리그를 대표하는 레프트로 성장할 잠재력은 얼마든지 있다. 그리고 고예림의 성장 속도와 크기에 따라 도로공사 역시 더욱 젊고 강한 팀으로 거듭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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