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양평 음주 역주행' 피해자 결국 사망..가해자는?

박수진 기자 입력 2017. 2. 20. 09:45 수정 2017. 2. 2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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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금요일(17일) 오후. 한 통의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작년 양평 아우디 음주 역주행사건 제보한 아들입니다. 저희 아버지 돌아가셨어요… ㅠㅠ 사고후유증으로 고생하시다가 뇌출혈로 쓰러지시고 결국 못 일어나셨네요."

작년 7월15일 8시뉴스로 보도했던 '양평 음주 역주행 사고' 피해자의 아들이었습니다.

(관련기사: 음주운전자는 멀쩡한데…풍비박산 난 가정)

7개월 만에 주고받은 연락은 결국 부고(訃告)가 됐습니다. 심장이 롤러코스터를 타듯 ‘덜컹’였습니다. 그날 밤, 빈소를 찾았습니다. 사고 당시 운전대를 잡았던 부인은 먼저 떠난 남편의 마지막 길을 지키고 계셨습니다. 빈소를 지키는 두 아들은 울음이 터진 조문객을 위로하고 있었지만, 두 눈엔 큰 슬픔이 가득했습니다. 예고 없이 닥친 음주운전 차량에 한 가족의 삶은 그렇게 무너져있었습니다.

●피해자는 사망-가해자는 사회봉사…“법은 음주운전자 편”

당시 가해 차량 운전자는 20대 초반 여성이었습니다. 면허를 취득한지 얼마 되지 않은 초보운전자로, 차량은 아버지 명의였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양평에 놀러왔고 펜션에서 술을 마시다 술이 떨어지자 차를 운전해 편의점으로 향했습니다. 편의점에서 술을 구입한 후 다시 차를 운전해 돌아가는 길. 이 여성은 가야할 방향의 반대 도로로 진입했고 그렇게 650미터 가량 역주행을 하다 제대로 달려오던 소나타를 정면으로 충돌했습니다. 이 소나타에 최 씨 부부가 타고 있던 겁니다.

이 사고로 최씨의 부인은 고관절 수술을 받아 허리와 다리를 제대로 굽힐 수도 없게 됐습니다. 최씨는 사고 충격에 따른 장 파열로 장 절제수술을 받은 뒤 평생 배변주머니를 차게 됐습니다. 가해차량 운전자 및 동승객 2명은 가벼운 타박상을 입었습니다. 취재 당시 최씨는 기자를 만나길 거부했습니다. 평생 배변 주머니를 차야했던 자신의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 하셨기 때문입니다. 망가진 건 몸 뿐이 아니었습니다. 매일 밤 불면증과 사고 후유증에 시달려 정신과 치료도 받아야 했습니다. 편하게 잠을 자는 것조차 어려웠던 겁니다. 후유증이 심해져 점점 몸은 야위어갔고, 설상가상 뇌출혈로 쓰러져 투병생활을 하다 결국 가족 곁을 떠나게 됐습니다.

“가해자는 어떻게 됐어요?”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돌아온 답은 씁쓸했습니다.

"걔네 집행유예랑 사회봉사 받았어요. 사회봉사는 이미 다 끝났다고 하더라고요. 대한민국 법은 음주운전자 편이더라고요.”

가해자와 합의를 한 결과였습니다. 합의를 왜 해줬을까요. 계기는 비슷한 시기에 발생했던 인천 송도 음주운전 사고였습니다.

(관련기사: 일가족 덮친 만취 차량…3명 사망 날벼락)

“그 때 인천 사고로 일가족 3명이 사망했다고 들었어요. 합의를 고민하던 시점에 그 사건 판결이 나왔는데 3명이 죽었는데 징역 4년을 받았더라고요. 가해자 쪽에서 공탁금을 4천5백만 원을 걸었다고 하대요. 그 내용을 보는데 기운이 빠졌습니다.”

현실의 벽을 마주하면서 가족 사이에서도 갈등이 생겼습니다. 가해자가 초범이고, 초행길이었다는 이유가 참작되고, 공탁까지 걸면 합의를 해주지 않아도 처벌은 가벼울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고 합니다.

“검찰도 의지가 없더라고요. 가해자 쪽도 방송 나가기 전까진 사과 한마디 없다가 방송 나가니 연락해서 합의하자고 그러더니 그것도 시간이 좀 지나니까 변호사 통해서만 연락이 오더라고요. 결국 부모님 치료비랑 약 값이라도 보태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합의했어요. 인정하고 싶지 않았는데…돈 몇 푼에 결국 눈을 감았습니다.”

그 결과, 가해자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받았습니다. 재판은 1심에서 그렇게 끝났습니다.

●음주운전자 평균 형량 ‘1년 남짓’…처벌·단속 강화법안 하세월

통계에 따르면, 사망사고를 낸 음주운전자에게 선고되는 형량은 평균 징역 12개월에서 15개월입니다. 그마저도 절반 이상은 집행유예를 받았습니다. 음주운전 피의자에게 적용되는 양형의 법정 하한선은 1년입니다.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이 매 국회마다 경쟁적으로 발의됩니다. 하지만 늘 소문만 요란할 뿐 실질적인 결과로 이어진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강화하는 법안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작년 7월 기사를 보도했을 때도 똑같이 제기했습니다. 그 사이 새해가 밝았지만 현실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가해자는 멀쩡히 일상을 살아가고, 피해자는 목숨을 잃고 가족과 영원한 이별을 해야 하는 현실. 곱씹을수록 참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작년 7월 취재 당시 최씨의 부인께서 이 것만은 꼭 기사에 담아달라고 했던 말로 글을 마칩니다.

“음주운전은 사고가 안 나면 살인미수고, 사고가 나면 살인자예요. 정부가 제발 그렇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박수진 기자star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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