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안티-스트레스 열풍'..잘못하면 스트레스 더 받는다

김도균 기자 2017. 2. 19.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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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생 26살 진 모 씨가 카페를 찾을 때면 꼭 챙겨 가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컬러링북과 색연필입니다.

진 씨는 색칠에 집중하면서 시간을 보내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또 그림 하나를 완성하고 나면 느껴지는 성취감과 뿌듯함도 좋다고 설명합니다.

진 씨가 컬러링북을 색칠하는 모습

그런데 정말 이렇게 하면 정말 스트레스가 풀리는 걸까요? 왜 그런 걸까요?

오늘 SBS '라이프'에서는 열풍이 불고 있는 성인들의 '안티-스트레스' 취미를 살펴봤습니다.

현대인들의 긴장과 불안을 잠재워라

늘 긴장과 불안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스트레스 해소'는 언제나 큰 관심사입니다.

예전에는 잠을 잔다거나, TV 프로그램이나 영화를 본다거나, 운동한다는 정도가 대세였지만 최근엔 다른 스트레스 해소법들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바로 '안티 스트레스' 취미입니다. 몇 년 전, '안티-스트레스 컬러링북'이라는 그림책이 출시되면서 안티 스트레스 열풍에 불을 붙였습니다.

'컬러링북'은 쉽게 말해 이미 그려진 밑그림에 색을 칠해 완성하는 그림책입니다. '색칠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것인데요, SNS에 사람들이 색칠한 그림을 공유하면서 이 방식이 급속히 퍼졌습니다.

원래 미용 용어로 쓰이던 '안티-스트레스'라는 말이 이때부터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담긴 새로운 스트레스 해소법이라는 말로 쓰이게 됐습니다.

이후 다양한 제품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색연필이 아닌 유화로 색을 칠하는 '피포페인팅', 검은색 먹지를 스크래치 전용 펜으로 긁어내 도시의 야경을 완성하는 '스크래치 나이트 뷰'. 또 한쪽에 쓰여 있는 좋은 글귀를 그대로 적어보는 '필사 책' 등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어렸을 적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던 '점 잇기(dot to dot)' 책도 나왔습니다. 점의 개수가 무려 3만 개에 달하는데, 색감을 신경 써야 하는 기존의 컬러링북보다 훨씬 쉽고 단순하면서 더 쉽게 몰입할 수 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한 방송사 예능프로그램에 종이접기 전문가 김영민 씨가 출연한 이후, 최근엔 종이접기도 '안티 스트레스'의 한 방식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손으로 칠하고, 긁고, 접고…이렇게 한 가지에 몰입하게 되는 '안티-스트레스' 취미는 왜 스트레스를 풀리게 하는 걸까요?

반복을 통한 비우기…스트레스 해소 효과 있다

구보타 기소 교수 교토대 명예교수는 이런 제품들의 효과를 분석하며 '손'에 주목합니다.

이런 취미 활동의 공통점이 바로 '손을 쓴다'는 것인데 손은 '외부의 뇌'로, 손으로 하는 단순한 반복이 신경계를 활성화해 정신의 안정이 유지된다는 설명입니다.

사람이 불안을 느낄 때 뇌에서 정서를 담당하고 있는 부분인 '변연계'가 활성화되는데, 손을 자꾸 움직이면 그 자극이 뇌의 다른 부분으로 쏠려 불안을 잠재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이른바 '멍 때리기' 효과와 관련지어 설명하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단순 작업을 반복하면서 우리 뇌가 '멍 때리는' 것처럼 잠시 '쉬는 시간'을 갖게 된다는 겁니다. 사실 멍하니 있을 때 우리 뇌에서는 신비로운 현상이 일어납니다.

바로 '휴지 상태 네트워크(rest state network)' 또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라고 불리는 부분이 활성화되는 건데요, 미국 워싱턴대 의대의 뇌과학자 마커스 라이클 교수가 발견한 이 부분은, 통찰이나 창의성을 지원하는 두뇌 회로입니다.

그리고 이 부분이 활성화되면 뇌가 최상의 상태로 회복하는 일종의 '충전' 작업이 이루어집니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활성화되면 서로 연결되지 못하는 뇌의 각 부위가 연결되기도 하고, 창의성이 풍부해지며 특정 수행 능력도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잇달아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안티-스트레스'…집착하면 독이다

문제는 스트레스를 풀려다 더 스트레스 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자신이 완성한 그림이나 작품들을 사진으로 찍어 SNS에 올리기 위해 더욱 잘하려다 보니, 조금만 색 조합이 안 맞거나, 글씨의 구도가 맞지 않으면 더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한 미술치료 전문가는 밑그림의 색을 다 채워야만 그림을 완성할 수 있다는 압박을 받게 되면 이중으로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컬러링북의 한 페이지를 다 완성하지 못하면 자신은 '매사에 이런 사람'이라며 자기비판을 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결국 안티-스트레스 취미를 갖더라도 이것이 하나의 '과제'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기획·구성: 김도균, 송희 / 디자인: 안준석)         

김도균 기자getse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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