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반격.. 리얼리티 쇼 같은 75분 기자회견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2017. 2. 18.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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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장관 지명자 발표장에서 기자들에게 불만 쏟아내]
"러시아 스캔들은 완전한 모략.. 러에 빚도 대출도 거래도 없다"
법원제동 걸린 反이민 명령 대신 새 이민규제 명령 내주 발표 예고
질문하는 CNN기자에게 "당신네가 진짜 가짜뉴스"

취임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러시아 스캔들'로 최대 위기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각) "전부 가짜 뉴스(fake news)"라며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로부터) 난장판을 물려받았지만, 이 행정부는 잘 조율된 기계처럼 돌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관련 의혹에 대해 "이 질문에 얼마나 많이 답해야 하나. 완전한 모략이다. 나는 러시아에 빚도 없고, 대출도 없고, 어떤 거래도 없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당초 알렉산더 아코스타 신임 노동장관 지명자를 발표하는 짧은 기자회견 자리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들을 향해 불만을 쏟아내면서 무려 75분간 이어졌다. CNN은 "초현실적인 한 편의 리얼리티 쇼"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러시아와 내통 의혹으로 사임한 데 대해 "그가 사임한 것은 부통령에게 '통화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거짓 보고를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플린이 러시아 대사와 제재 해제에 관련된 통화를 한 것에 대해서도 "그는 자신의 일을 한 것"이라며 "만약 통화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하라고 지시했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이번 '러시아 스캔들'을 오히려 정보기관 내 반(反)트럼프 세력을 몰아낼 기회로 삼으려는 듯했다. 그는 "(플린과 관련한) 정보 유출은 형사 범죄로, 아주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여러 정보기관의 책임자들과 이 문제를 논의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CNN방송 기자가 "우리 회사를 '가짜 뉴스'라고 했는데…"라며 질문을 시작하자 말을 가로채며 "(그러면) 말을 바꾸겠다. '진짜(very) 가짜 뉴스'"라고 했다. 그는 기자들이 질문하기 위해 손을 들자 "나한테 우호적인(friendly) 곳이 어디냐"며 기자들에게 소속을 물어보고 질문을 받기도 했다.

트럼프는 또 "미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새 (이민 규제) 행정명령을 늦어도 다음 주 중반 발표하겠다"며 "사법부에서 내린 결정에 매우 잘 맞춰서 만든 새로운 명령"이라고 했다. 이슬람권 7개국 국적자를 90일간 미국에 입국하지 못하도록 한 '반(反)이민 행정명령'이 법원에 의해 시행이 중단된 데 대한 반격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의 최측근인 라인스 프리버스 비서실장과 스티브 배넌 수석전략가도 백악관 내 권력 암투설에 대한 진화에 나섰다. 두 사람은 15일 의회 전문 매체 더힐과 이례적으로 전화 공동 인터뷰를 갖고 "우리 둘의 불화설은 완전히 거짓"이라고 했다. 앞서 배넌이 만든 극우 온라인 매체 '브레이트바트'가 "라인스가 곧 경질될 것"이라고 보도하자 미국 언론은 "두 사람이 권력 암투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리버스는 "(배넌과) 우리는 완전한 한 팀"이라고 했고, 배넌은 "라인스는 눈이 부실 정도로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백악관이 총력을 다해 반격에 나서고 있지만 상황 반전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정보기관 당국자들을 인용해 "정보기관들이 민감한 정보는 유출을 우려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미 연방수사국(FBI)은 트럼프와 그의 측근들이 러시아와 연결돼 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이날을 '이민자 없는 날'로 정하고 워싱턴DC, 뉴욕, 텍사스, 시카고 등 대도시에서 수천 명이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민자 자영업자들은 이날 하루 가게 문을 닫고 학생들은 학교에 가지 않았다. 한 시민단체는 이날 뉴욕 검찰에 트럼프가 소유한 '트럼프 그룹'의 사기와 불법 행위를 수사하라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이 단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파트 임대에서 흑인을 차별했고, 각종 사기 의혹에 연루돼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39%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나타났다. 미국 퓨리서치센터는 이날 지난 7~12일 미국 전역 성인 남녀 1503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39%,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6%로 나타났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이후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 첫해 2월 국정 지지도에서 지지율 50%를 넘지 못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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