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와는 벌써 네 번째 커버 작업이에요. 언제 어느 때건 코스모가 지향하는 이미지의 정점은 늘 이효리와 겹치더라고요. 이효리에게 ‘코스모’란?코스모 하면 쾌활하고 건강한 이미지가 떠올라요. 햇빛이 잘 드는 양지 바른 곳에서 섹시한 자태를 뽐내며 느긋이 햇살을 즐기는, 윤기나는 털을 가진 고양이 같달까요?
이효리의 컴백을 목 빠지게 기다리는 팬이 많습니다. 아마 인스타의 댓글을 통해 체감하고 있을 거고요. 이렇게 열렬하게 기다리는 팬들의 존재를 확인할 때면 어떤 기분이 드나요?늘 감사하죠. 그리고 사실 깜짝깜짝 놀라기도 해요. 몇 년 동안 저조차 제가 유명한 사람이란 걸 잊고 살았는데, 아직도 저에 대해 기대하고 궁금해하는 분이 많다는 게 참 고마우면서 신기한 일이에요.
뒤돌아보며 활짝 웃는 그녀의 미소가 사랑스럽다.
데님 팬츠 10만원대 SJYP. 비키니 톱 에디터 소장품.
그럼에도 아직까지 컴백과 관련해서는 “상반기 컴백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전 곡의 작사를 맡았다” 정도의 정보가 전부예요. 콘셉트라든가 ‘뮤지션’ 이효리가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 앨범인지에 대해 좀 더 힌트를 줄 순 없을까요?
아직 준비하는 단계라 확실하게 얘기할 수 있는 건 없어요. 대부분의 곡 멜로디를 직접 만들고 가사를 제가 썼다는 것 정도? 제주도 집에서 기타나 피아노로 멜로디를 녹음한 뒤 같이 작업하는 도현이(작곡가 김도현)에게 보내서 곡의 방향과 느낌을 상의하면, 도현이가 거기에 리듬과 악기들을 채워 넣어주죠. 그러면 더 멋진 곡이 되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작업하고 있어요. 예전엔 곡을 받아 거기에 맞춰 가사와 콘셉트를 잡았다면, 이번엔 처음 곡을 만들 때부터 가사, 무대, 의상, 표정까지 다 밑그림을 그리고 시작한 셈이죠.
‘흉내 내기식’의 음악이 아니라 ‘진정성’을 담은 음악을 하고 싶다고 했죠. 그걸 위해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뭐예요?멜로디와 가사를 제가 직접 만들다 보니, 아무래도 이전 앨범보다 화려하거나 매끄러운 건 덜할 거예요. 그렇지만 제가 말하고 싶은 걸 좀 더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겠죠. 이렇게 화려하고 좋은 음악이 넘쳐 나는 세상에 왜 굳이 내가 앨범을 내야 하는가? 그 이유에 가장 신경을 썼어요. 이 앨범이 세상에 나와서 어떤 이로움이 있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오. 흐흐. 좀 거창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제 나름대로는 그 지점에 가장 무게중심을 실으려 노력했어요.
클래식한 차 뒷좌석에 나른하게 기대 누워 카메라를 응시하는 그녀.
블라우스 20만원대, 데님 팬츠 14만9천원 모두 SJYP. 귀고리, 반지 본인 소장품.
키위미디어그룹 김형석 대표의 인터뷰를 통해 전해진 “상품이 되고 싶지 않다”라는 이효리의 말에서 그 굳은 의지를 읽을 수 있었어요. 대중 스타 이효리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의 삶에서 거리를 둔 것, 제주에 터전을 잡고 한갓진 일상을 누리는 것, 그래도 할 말은 하고 사는 것, 모두 비슷한 맥락에서라고 생각하고요. 어떤 선택이든 결심의 ‘계기’ 같은 건 있기 마련이잖아요. 개인적으로 어떤 지점이었나요? 모든 것이 시작된 계기라면, 순심이를 입양한 것? 순심이를 입양하면서 동물 문제에 눈을 뜨고, 그러다가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좀 더 깊은 생각을 많이 하게 된 거니까요. 한번 관심을 갖기 시작하니 사람이든 동물이든 고귀한 생명을 지닌 생명체가 돈이나 권력에 의해 유린당하는 일이 더 자주 눈에 띄더라고요. 동시에 나 자신을 많이 돌아보게 됐죠. 나 역시 돈이나 인기가 최고인 줄 알고 저도 모르게 후회되는 행동을 많이 했으니까요. 제가 싫어하는 그들과 다를 바가 없다고 느낀 거죠. 그래서 일단 모든 걸 멈추고, 좀 더 성찰의 시간을 가지고 싶었어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서 나 자신을 하나씩 찾게 된다”라고 얘기한 적이 있죠? 개인적으로 “나를 성장시킨 8할은 연애다”라고 주장하는 사람으로서 동감하는 부분이에요. 지금의 사랑을 통해 발견하게 된 이효리의 모습은 뭐예요?그동안 제가 저 자신을 아껴주지 못하고 계속 밀어붙이기만 했다는 걸 깨달았어요. 항상 뭔가를 하고 있어야 하고 앞에 나서야 하는 그런 사명감 같은 게 있었달까요? 그게 나 자신의 몸과 마음을 해치게 되더라도 그랬던 거 같아요. 남편은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나 자신이 참 소중하고 괜찮은 존재란 걸 일깨워준 사람이에요.
글리터 룩에 앙증맞은 메탈릭 백으로 포인트를 준 런치타임 내 모습.
봄버 재킷 30만원대, 톱 16만9천원, 데님 팬츠 15만8천원 모두 SJYP. 귀고리 본인 소장품.
사랑하는 사람에게 영향을 받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죠. 어떤 부분에서 이효리는 ‘그의 영향’을 가장 크게 느끼곤 하나요?
많은 부분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겠지만, 딱 하나 고르자면 아무래도 음악적인 부분이겠죠? 예전엔 좋아하는 팝 장르만 들었는데 지금은 클래식부터 브라질 음악 혹은 전혀 몰랐던 장르의 음악까지 골고루 들으며 다양한 감성을 쌓게 됐으니까요.벌써 결혼 5년 차 부부예요. 연애 햇수까지 더하면 ‘아주 오래된 연인’인 셈이죠. 오래 함께하면서, 서로가 자신을 잃지 않도록 지켜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에 대한 깨달음도 얻었나요?서로의 취향과 생각을 항상 존중하는 거요. 내가 하고 싶고 나만 알고 있는 것들을 강압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거죠. “나랑 이거 같이 해!”가 아니라 “나 이거 할 건데 어때? 재밌겠지? 같이 해볼래?” 이런 작은 뉘앙스의 차이가 사실 굉장히 큰 의미를 지니는 것 같아요.
꼭 행복해야만 성공한 인생이라는 강박을 버리는 것? 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항상 행복할 수만은 없는 거니까요. 반드시, 꼭,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할 때부터 불행이 오는 것 같거든요. 그냥 나에게 주어진 하루하루의 시간을, 남에게 못된 소리 하지 않고, 나 자신을 너무 혹독하게 몰아붙이지 않고, 남들 뭐 입고 뭐 먹고 뭐 하고 사는지만 들여다보며 나와 비교하지 말고, 내게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고 만족해하며 잘 사는 거죠. 팁 하나 더 주자면, SNS 너무 많이 하지 마세요. 다 나보다 행복하고 좋아 보이거든요. 그거 다 뻥이에요. 하하.
Contributing Editor 강지혜 Feature Editor 박지현 Celebrity Model 이효리 Hair 한지선 Makeup 홍성희 Assistant 정길원 Producer 김미경 Photographs by Kim Hee J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