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 '1000억 듀오' 테세이라-하미레스 "최용수 감독은 수위조절의 달인"

임성일 기자 2017. 2. 13. 10:5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천문학적인 이적료로 중국 무대에 진출한 하미레스와 테세이라는 최용수 감독(왼쪽부터)을 향해 '수위 조절의 달인'이라고 칭했다. © News1

(오키나와(일본)=뉴스1) 임성일 기자 = 한쪽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빅클럽 첼시에서 뛰었던, 브라질 대표팀의 유니폼을 입고 2014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에 참가했던 미드필더 하미레스가 건치를 드러내며 환히 웃고 있었다. 그 옆에는 리버풀 클롭 감독의 구애를 뿌리치고, 5000만 유로(611억원)라는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받으면서 중국 대륙으로 진출한 알렉스 테세이라가 "언젠가 K리그에서도 뛰고 싶다"는 립서비스를 던지고 있었다.

하미레스의 이적료도 400억원 전후로 알려졌으니 둘이 합쳐 1000억원이 넘는 거물들이다. 두 선수는 나란히 중국 클럽 장쑤 쑤닝의 엠블럼이 새겨진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옆에는 지난해 초까지 FC서울의 사령탑이었던 '여우 독수리' 최용수 감독이 앉아있었다.

장쑤 쑤닝이 전지훈련 캠프를 차린 일본 오키나와의 한 호텔에서 브라질 출신의 두 스타플레이어를 만났다. 지난해 여름 최용수 감독이 장쑤의 사령탑으로 부임했으니 이제 겨우 반년 넘게 함께한 것이나 이미 스스럼없었다. 충분한 소통과 교감이 이뤄지고 있음을 짐작케 했는데, 실제로 두 선수 모두 최 감독에게 강한 신뢰를 보내고 있었다.

먼저 지도자 최용수의 인상부터 물었다. 테세이라는 "최용수 감독은 자신만의 확실한 지도 철학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색깔이 뚜렷하다. 어떤 상황에서든 적극적인 공격 축구를 표방하고 계속해서 선수들에게 요구하고 있다"면서 "우리 같은(공격적 성향의) 선수들은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하미레스도 테세이라의 말에 공감을 표했다.

그는 "지휘봉을 잡은 지 얼마 안됐지만 마치 이 팀에 오래 있었던 것처럼 자신의 축구 철학을 빨리 접목시키고 선수들을 이끄는 게 인상적"이라고 밝혔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는 뜻을 덧붙였다. 하미레스는 "우리 팀은 발전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중후반부터 최 감독님과 함께 했는데 이 정도로 자리가 잡혔다. 그런데 올해는 프리시즌부터 같이 시작했으니 더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최용수 감독의 중국 데뷔는 나쁘지 않았다. 아니, 좋았다. 최 감독의 장쑤 쑤닝은 2016년 정규리그(슈퍼리그)와 FA컵에서 모두 2위를 차지했다.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벽을 넘지는 못했으나 준수한 성적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다. 때문에 선수들도 자신감과 기대를 동시에 갖고 있는 모양새였다.

테세이라는 "올해는 어떤 대회든 트로피 하나는 들어야한다고 선수들도 다짐하고 있다"면서 "이제 곧 광저우하고 슈퍼컵을 앞두고 있다. 이것부터 트로피를 거머쥘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말로 의욕을 표했다.

중국에서 최용수 감독의 지도를 받고 있는 테세이라와 하미레스(왼쪽부터). © News1

대화 중간중간 최용수 감독은 마치 한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먼저 장난을 걸면서 두 선수를 편하게 이끌었다. FC서울에서 이른바 '형님 리더십'이라 불리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이런 면은 장쑤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이면에 '검'을 숨기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이것이 최용수라는 지도자가 중국에 연착륙할 수 있었던, 그리고 세계적 스타들과도 융화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볼 수 있다.

테세이라는 "최용수 감독에게는 큰 형님 같은 리더십도 있고 자식을 대하는 엄격한 아버지 같은 면도 있다. 특히 우리 팀에는 젊은 선수들이 많은데, 그런 선수들에게는 냉정함이 필요하다"고 말한 뒤 "그렇다고 늘 강하게만 선수를 다루는 것도 아니다. 짚어줄 땐 따끔하게 짚어주고, 보듬을 때는 따뜻하게 품어주신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경험이 좀 풍부한 선수들에게는 형님처럼 접근한다. 우리가 가장 놀랍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이런 수위조절을 정말 잘한다는 것이다. 선수의 성향이나 전체적인 분위기, 적절한 타이밍에 맞게 지도한다"고 말한 뒤 "감독님 덕분에 선수단 전원이 매일매일 가족처럼 즐겁게 지내고 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하미레스는 "스트레스나 책임은 감독님 스스로 짊어지고 선수들은 훈련과 경기에만 집중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감독을 옆에 두고 나쁜 이야기를 할 이유야 없다. 그렇지만 분명 억지스러운 포장은 아니었다. 적어도 확실한 것은, 자신들의 지도자를 꽤 '존중'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현역 시절 '독수리'에서 시작해 지도자가 되며 '여우 독수리'가 된 축구인 최용수의 꾀는 중국에서 더 노련해지고 있었다.

lastuncle@news1.kr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