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비리포트] '내야 만능' 롯데 번즈, 방망이가 관건

조회수 2017. 2. 18. 19:5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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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준영의 외인 리포트]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내야수 앤디 번즈

지난해  롯데는 프랜차이즈 사상 최초로 20-20(28홈런-24도루)을 달성한 아두치와 재계약하며 16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는 허리였다.

2015시즌에도 허리 통증으로 종종 결장하며 불안감을 안겼던 그는 6월 30일 금지약물인 옥시코돈(마약성 진통제)를 사전 신고없이 복용한 사실이 적발됐고 36경기 출장정지징계를 받았다.

결국 롯데는 아두치와 결별 후 새로운 외국인 타자 저스틴 맥스웰(AVG 0.288 OPS 0.914)을 영입했지만 그 역시 23경기 만에 손가락 골절상으로 시즌 아웃되며 팀 성적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

이번 겨울 롯데의 새 외국인 타자 영입 전략은 여러 사정 상 복잡할 수 밖에 없었다. 중견수 전준우의 군 전역으로 외야진이 일찌감치 보강된 것과 달리, 내야는 이대호와 황재균의 거취 확정이 해를 넘기며 대략적인 구상도 어려운 상태에서 시간만 흘렀다. 

변수로 가득한 상황에서 롯데가 취할 수 있었던 최선의 선택은 어떤 포지션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를 영입하는 것이었다. 롯데는 내야 전 포지션은 물론 코너 외야까지도 소화 가능한 앤디 번즈와 1년 총액 65만 달러에 계약했다.

내야 전 포지션을 포함 외야까지 소화 가능한 롯데 외국인 야수 앤디 번즈 (사진: OSEN) 

이후  3루수 황재균은 미국으로 떠났고, 1루수 이대호는 롯데로 복귀했다. 당초 2루수가 유력해 보이던 번즈의 포지션은 팀 사정 상 3루로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

롯데 조원우 감독은 번즈의 주전 출장을 우선으로 국내 선수( 2루 정훈-김동한, 3루 오승택-김상호)간의 경쟁을 지켜본 후 그의 주 포지션을 결정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지난해 롯데 타자 중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인 황재균의 이탈은 아쉽지만 전천후 번즈의 영입으로 라인업 구성이나 내야 수비에서는 좀 더 여유를 갖게 된 롯데다. 

# History

앤디 번즈의 프로필 ⓒ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    

번즈는 고교 시절 부터 어느정도 재능을 인정받은 유망주였지만 대학 진학 의지가 더 강했다. 2008 드래프트에서 콜로라도 로키스가  25라운드 767순위로 지명했지만 이를 거절하고 켄터키 대학 진학을 택했다.

이후 애리조나(Arizona) 대학교로 전학했고  2011 드래프트에서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11라운드(349순위) 지명되며 25만 달러에 계약했다.

싱글A 시절 앤디 번즈(사진 : Flickr / Joel Dinda)    

프로 데뷔 첫 해 28경기에 출장한 번즈는 OPS .689 3홈런 2도루로 다소 부진했다. 하지만 12시즌부터 성장세(OPS 0.815)를 보이며 13시즌 AA까지 승격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OPS 0.7 정도의 평범한 활약에 그쳤지만 15시즌에는 AAA까지 승격했고, 16시즌 5월 9일에는 메이저리그 데뷔의 기쁨을 맛봤다. 

하지만 메이저리그(10경기 OPS .143)는 물론 AAA에서 조차 111경기 AVG .230 OPS .636으로 극심한 부진을 보이며 벽에 부딪혔고 결국 새로운 기회를 찾아 롯데로 이적했다.

# 플레이 스타일

앤디 번즈의 프로통산 성적 ⓒ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    

번즈의 강점은 다양한 포지션 소화 능력이다. 대학 시절에는 유격수로 활약했지만 메이저리그 풀타임 유격수로 성장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결국 번즈는 프로 데뷔 후 2루수와 3루수로 자주 출장하게 되며 자연스레 유틸리티 선수로 변신했다.

풀타임 유격수로는 합격점을 받지 못했지만 평균 이상의 송구력을 갖춰기 때문에 파트타임 유격수로는 쓸만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KBO리그 레벨에서는 풀타임 유격수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마이너리그 시절 포지션별 수비 이닝

 앤디 번즈는 마이너리그에서 총 6개 포지션을 소화했다.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번즈가 마이너리그에서 가장 많이 소화한 포지션은 3루수다. 332경기에 출장해 2725.1이닝을 소화했다. 다만 수비율은 .925로 매우 저조했다.

2루수로는 121경기 987.1이닝을 소화해 수비율 .995를 기록했다.(유격수 115경기 949이닝 수비율 .953) 외야수(주로 좌익수)로도 300이닝 이상 출장한 경험이 있다.

주력은 평균 이상이다. 통산 653경기에서 93도루를 기록했으며 2013시즌에는 33도루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통산 도루성공률은 68.9%에 불과하다.

그리고 지나치게 공격적인 주루를 한다는 평이 있다. 발야구가 가능한 것은 분명하지만 자신의 스피드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번즈의 영입이 수비에 초점을 맞춘 것이긴 하지만 외국인 타자에게 기대되는 것은 역시 타격이다. 하지만 번즈가 프로에서 남긴 타격 기록은 그리 신통치 않다.

볼넷을 많이 얻는 유형은 아니며 타석에서 적극적인 스윙을 하는 편이다. 컨택 능력이 준수하기 때문에 삼진 역시 많은 편은 아니다. 다만 장타를 양산하는 타자는 아니며 공을 띄우기 보다는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많이 친다.  프로 데뷔 후 시즌 최고 기록이 15개인만큼  많은 홈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 번즈의 스프링캠프 타격 훈련 장면

다만  KBO리그에서는 예상외로 장타력을 보여줄 가능성도 있다. AA 단계에서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던 번즈는  AAA 승격 이후 장타를 포기하고 컨택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롯데 벤치의 요구에 따라선 AA의 홈런포를 재현할 수 있다.

또한 번즈가 최근 2년 간 소속했던 인터내셔널 리그(International League)는 15시즌 평균 OPS .689(번즈 .723), 16시즌 평균 OPS .697(번즈 .636)을 기록할 정도로 '투고' 성향이 강한 리그다. 역대급 타고투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KBO리그(평균 OPS .801)에서는 평균 이상의 OPS도 기대해 볼만 하다.

16시즌 번즈의 BABIP(인플레이 타구의 타율)가 통산 BABIP(0.302)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한 0.267에 그쳤다는 것 역시 번즈의 반등을 예상케 하는 요소다.

게다가 번즈는 볼넷(볼넷% 8.4)과 삼진(삼진% 16.9)이 그리 많지 않고 인플레이 타구의 비율이 높은유형의 타자인데  최근 KBO리그의 BABIP(0.331)는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통산 타율이 0.264인 번즈가 KBO리그 3할 타자로 거듭날 가능성도 충분하다.

# KBO리그 외국인 타자들과의 기록 비교

  번즈와 비교대상인 KBO리그 외국인 타자들의 주요 기록 ⓒ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    

총액 65만 달러에 계약한 번즈와 최근 KBO리그에서 활약했던 외국인 타자들을 비교해 보면 여러 면에서 성에 차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마이너리그 통산 OPS가 0.742에 불과하며, 지난해 AAA에서는 111경기 OPS .636 8홈런에 그쳤다. 수비가 중요한 내야수라는 점과 투고타저 리그에서 뛰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타격 재능 뛰어난 타자라고 보긴 어렵다.

지난해 SK 유격수인 고메즈의 경우 마이너리그 통산 OPS가 .709로 번즈보다 저조했다. 하지만 AAA에서는 OPS가 0.852로 껑충 뛰었고 메이저리그에서도 83경기에 출장했다.

유틸리티인 번즈와 달리 전문 유격수로 수비에 중점을 둔 영입한 고메즈는 KBO리그에서도 만만치 않은 타격(21홈런 OPS .813)을 보였다.(다만 고메즈는 수비에서 약점을 보여 재계약에 실패했다.)

LG에서 3년 차를 맞는 히메네스는 마이너리그 통산 OPS .835를 기록했으며, KBO리그에서도 통산 OPS 0.876으로 좋은 타격을 이어가고 있다. 번즈의 마이너리그 기록과 비교하면 히메네스가 월등한 성적을 거뒀다. 

번즈는 히메네스와 고메즈처럼 적극적인 스윙을 하는 타자이지만, 이 둘에 비해 2배 가까운 볼넷%(8.1)를 기록했다. 그리고 히메네스보다는 높지만 고메즈보다는 낮은 삼진%(17.0)를 기록했다. 

최근 BABIP(0.331)가 대단히 높고, 타고투저 경향이 극심한 KBO리그에서 적극적인 스윙을 하는 타자는 적절한 선택이다. 히메네스는 성공적이었고, 고메즈 역시 타격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KBO리그에서의 반등 가능성이나 홈 구장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번즈에게 지난해 히메네스(26홈런 OPS .890)만큼의 활약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선구에서 약점이 뚜렷했던 고메즈(21홈런 OPS .813)와 비슷한 생산력만 보여도 비용(65만불) 대비 성공작이라 볼 수 있다.

# 번즈의 홈런 영상(2016시즌 시범 경기)

# 체크포인트

타선의 중심이 되어야 하는 외국인 야수로 수비형 유틸리티 플레이어를 선택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보통 자체적으로 해결이 어려운 포지션에 공격력이 뛰어난 외국인 타자를 영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이번 겨울 롯데는 특수 상황이었다. 이대호와 황재균의 거취 확정이 지연되며 전력 구상이 어그러졌다.  내야 전 포지션이 가능한 번즈를 영입한 것은 이-황을 모두 놓치고 내야진 전면 개편을 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보험 성격이 강하다.

이대호가 복귀하고 3루수 황재균이 이탈하면서  롯데의 선택이 아쉬워진 것은 사실이다. 번즈가 유틸리티 플레이어인 만큼 내야 수비 강화는 어느정도 기대할 수 있겠지만, 2루나 3루 중 하나를 외국인 타자로 채워야 한다면 포지션이 한정되더라도 확실한 타격 능력을 갖춘 타자를 영입했다면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현 시점의 평가는 결과론이며 이대호 복귀가 불투명했던 당시 롯데로서는 위험 관리 차원에서 나름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볼 수도 있다.  번즈가 타격 능력이 뛰어난 타자는 아니지만  여러 정황상 마이너리그(AVG 0.264 OPS 0.742)시절 보다는 좋은 성적을 올릴 확률이 높다는 것 또한 기대 요소다.

롯데 마켈과 번즈. 이 둘의 영입 비용은 117만 5천불로 리그 최저 수준이다. (사진: OSEN)

리그 최정상급 활약이 기대되는 이대호의 가세로 황재균(27홈런, OPS 0.964)의 방망이 공백은 지웠지만 지난해 리그 중하위권 수준이던 팀 타격(OPS 0.792, 8위)에 불안 요소는 여전하다.  

수비에 초점을 맞춰 영입한 번즈가 내야 수비의 중심축 역할을 하는 동시에 사도스키 코치의 추천 처럼 20-20급 활약을 보인다면 상위권 팀들과 비교해도 큰 손색 없는 라인업을 구축하게 될 롯데다.

[기록 출처 및 참고 : 베이스볼 레퍼런스, 베이스볼 아메리카, 브룩스 베이스볼, 위키피디아, 팬그래프닷컴,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 Baseballsavant, KBReport.com, 스탯티즈, KBO기록실]


길준영 기자 / 감수 및 편집: 김정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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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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