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호의 당구 이야기 ⑥] 당구클럽 물 흐리는 비매너

김성진 입력 2017. 2.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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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국가는 헌법, 회사는 사규에 의해 조직체계가 성립되며 단체는 규정과 규약에 의해 운영된다. 하지만 큰 틀의 운영을 위한 이러한 제도적 장치가 현대사회의 다양성을 모두 충족시킬 수는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문화와 가치관, 그리고 에티켓 등이 있다.
▶건강성과 귀족성의 당구문화 본질 무너져

당구, 골프, 볼링, 테니스 등 현대인들이 많이 즐기는 레포츠 종목도 예외는 아니다. 각 종목마다 나름의 문화와 에티켓, 가치관을 강조하고 고급성과 품위, 건강성과 귀족성을 부각시키며 직간접적인 홍보를 하고 있다. 하지만 당구는 귀족적 신사도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유기(遊技)’라는 오명과 ‘미성년자 당구장 출입 제한’ 등 규제로 국내에서 왜곡된 가치관이 ‘당구의 품격’을 크게 훼손시켜 왔던 게 사실이다.

대한체육회장배 3쿠션 당구대회에서 우승한 김행직 선수.

당구의 매력에 빠진 각계각층의 지도급 인사들이 당구를 즐기는 사실을 쉽게 드러내지 못하고 대다수 직장인들이 상사에게 당구를 즐긴다는 것을 감추는 웃지 못 할 일들도 바로 당구문화의 본질이 잘 못 알려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당구장 경영자들은 자녀들의 학교에 자신의 직업을 떳떳하게 밝히지 못하기도 했다.
▶미성년자 당구장 출입제한, 헌법소원으로 바로잡아

그동안 당구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많은 당구인들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은평 지부장이었던 박기호 씨는 대한당구협회 회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잘못된 당구행정을 바로 잡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그 결과, 1994년에 당구는 체육시설업에 포함되었고 ‘18세 이하 당구장 출입금지’도 헌법소원을 통해 바로잡아 청소년들이 당구를 즐길 권리를 되찾게 되었다.

위의 두 사례는 1987년 창간한 월간당구 김기제 사장과 대한당구협회 은평 지부장인 박기호 씨의 공동작품으로, 수 십 년간에 걸친 한국당구의 잘못된 규정을 뒤집어 놓은 ‘사건’이었다. 이로 인해 당구는 ‘유기’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어서 1997년에는 한국당구연맹 임영렬 회장의 끈질긴 노력으로 대한체육회 인정가맹으로 등록이 되면서 제도권에 진입하게 된다. 또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도 채택되며 당구의 지위가 향상되었다.

95한국빌리아드 디너쇼에서 김원오 선수의 시범경기 장면.

▶임영렬 회장 퇴임으로 김영재 회장 당선

1999년 7월 임영렬 회장의 퇴임으로 제2대 대한스포츠당구협회 회장 선거가 열린다. 김문장, 김영재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는데 접전 예상을 깨고 김영재 회장의 일방적인 승리로 싱겁게 끝났다. 김영재 회장의 최대 현안은 1998년 방콕대회에 이어 2002부산아시안게임 정식종목 채택과 대한체육회 준가맹 단체 승인이었다. 대명모방 사장의 경제적 지원과 용품사들의 협조, 그리고 간사 역할을 했던 김기제 사장의 노력에 힘입어 결국 부산아시안게임에 다시 당구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었으며 대한체육회 준가맹 단체로도 승인 받게 된다.
▶당구본질 홍보 당구장 경영자들 앞장서야

GAISF(국제경기연맹)가맹, IOC(올림픽위원회) 경기종목 인정, 대한체육회 정가맹, 아시안게임 정식종목, 전국체전 정식종목, 학문체육으로서의 출발 등 당구가 국내외에 걸쳐 스포츠로서 확고한 기틀이 마련되며 건강한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은 조성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진정한 당구의 가치관이 확립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아시아 3쿠션 선수권대회 전경.

각 당구클럽에서 사용하는 용어는 비속어와 정확하지도 않은 일본말 투성이며 경기 룰도 제각각이다. 용품 사용법은 당구 초보자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또 일부 당구장 경영주들은 눈앞에 이익에만 급급해 저질 용품을 구입해 사용하면서 당구의 가치를 일깨워 주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우선 당구 선수와 당구장을 경영하는 경영주가 건강한 당구문화를 확립하고 당구의 가치관을 개선시키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용어와 매너 그리고 룰과 용품 사용법을 끊임없이 홍보하고 경기 때 비매너 행위를 바로잡아 당구인들의 질적인 향상을 이끌어야 한다.
▶당구경기 방송, 용어 등 당구본질 찾는데 크게 기여

축구, 농구, 야구, 배구, 골프, 바둑 등 프로경기단체들은 방송 중계를 하고 있지만 기타 대한체육회 산하 단체 종목은 방송 중계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기대에 미치지 못 하는 시청률 탓에 방송사에서는 큰 매력을 느끼지 못 하는 것이다. 대한체육회 55개 경기 단체 중 유일하게 당구종목이 방송을 하는 경기단체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1991년 개국한 SBS가 라이브로 중계한 당구대회는 당시 시청률 30%대를 기록하며. 이에 고무된 정건일 국장과 김화진 PD는 대한당구연맹 홍보에도 많은 힘을 실어 주었다.

사실 당시의 당구문화는 홍보의 부재로 엉망이었다. “X창에다 시네루 이빠이 주고 쑤셔“ 같은 아연실색할 용어들이 난무했고, 나만 재미있으면 된다는 생각에 주변사람들에 대한 ‘배려’는 찾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당구중계방송을 통해 당구의 본질이 차츰 알려지기 시작했고 대한당구연맹과 뜻있는 당구인들의 노력이 더해져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던 저질스러운 용어들은 많이 사라지게 되었다. 또한 선수들의 경기모습이 방송에 비쳐지면서 초크 칠 하는 방법, 경기에 임하는 자세 등을 알리고, 담배를 물고 경기를 하는 등 비매너 행동들도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앞으로도 당구인들은 홍보와 계도를 통해 당구를 즐기는 동호인들이 무의식적으로 뱉어내는 저질스러운 용어나 비매너 행동을 고치게끔 이끌어야 된다. 귀족스포츠로 출발한 당구는 사회가 발전하면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되었지만 고급스럽고 건강성이 있는 ‘당구의 본질’만은 꾸준히 지켜나가야 한다.

<박태호 당구연맹 수석 부회장> new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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