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쓰고 버린 파라솔로 가방 제작.. 외국인에 잇템"

전혜원 입력 2017. 2. 9.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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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덕헌 에코에코협동조합 대표

화덕헌 에코에코협동조합 대표

파라솔 재활용해 기념품 제작

해운대 화투ㆍ폐 스피커 등

이색 관광기념품이 가득

“부산 홍보에 큰 도움 되길”

8일 오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바다상점'에서 만난 화덕헌 에코에코협동조합 대표는 “부산의 특색을 담은 기념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뉴욕티셔츠를 뛰어넘는 부산의 대표 기념품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의 기념품 가게 ‘바다상점’을 지난해 5월부터 위탁 운영 중인 에코에코협동조합 화덕헌(52ㆍ사진) 대표는 최근 부쩍 바빠졌다. 여름철 쓰고 버려지는 파라솔을 이용해 만든 천 가방이 인기를 끌고 있어서다. ‘해운대’, ‘부산’ 등 키워드가 담긴 알록달록한 이색 가방은 특히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불티나게 팔린다.

현수막에 쓰이는 나일론 천과 달리 파라솔은 100% 면으로 제작돼 촉감이 좋고 내구성이 뛰어난 게 장점이다. 모양과 크기가 각각인 가방은 물론 비치모자와 지갑, 파우치, 열쇠고리 등이 판매되고 있다.

화 대표는 “폐 파라솔 가방은 2012년 해운대구의원으로 의정활동을 하면서 여름철 쓰고 남은 파라솔 천을 소각장에 버리는 게 아까워 구상하게 됐다”며 “처음 폐 파라솔 700장을 받아와 마땅한 사용처를 찾지 못하다가 오랜 고민 끝에 열이 투과되지 않는 캔버스 천의 특성상 생활용품이 어울린다고 생각해 가방으로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기념품 가게 '바다상점'에서 판매를 하고 있는 폐 파라솔로 만들어진 가방과 모자 등의 기념품.

화 대표는 폐 파라솔로 만든 제품을 기업에 판매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원인자 부담원칙에 따라 폐 파라솔의 처리도 협찬 기업에서 맡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다. 파라솔 제작 당시 협찬 기업의 로고가 에코조합의 가방에 그대로 남아 있는 점도 기업과의 거래를 시도케 하는 이유 중 하나다. 그는 “재활용품을 사용하니 일종의 사회공헌 사업이고, 동시에 가방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많아지면 광고효과도 늘어나니 에코조합 가방을 기업에서 마케팅에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력 상품인 폐 파라솔 가방 외에도 공사 현장에서 수거한 파이프와 나무토막 등을 재활용해 만든 ‘스피커’와 가수 조용필, 야구선수 고(故) 최동원의 모습이 들어간 ‘해운대 화투’도 인기 상품이다. 특히 해운대 화투는 올해 첫 신상품으로 총 1,000개를 생산, 현재 700여 개가 팔렸다.

앞으로 화 대표는 다양한 버전의 화투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우선 수묵화 버전 화투와 민화 버전 화투를 염두에 두고 있다.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화투 제작도 고민 중이다. 야구 마니아가 많은 부산의 특성을 접목한 롯데자이언츠 화투가 한 예다. 일본에는 이미 헬로키티 화투, 포켓몬 화투 등이 있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기념품 가게 '바다상점'에서 판매를 하고 있는 해운대 화투.

화 대표는 “화투하면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은데 해운대 화투는 부산의 대표 관광지, 돼지국밥, 부산어묵 등 먹거리와 익살스러운 사투리도 집어넣어 정겨움을 더했다”며 “48장의 화투짝마다 부산을 상징하는 재치 있는 삽화가 가득해 전국적으로 인기”라고 말했다.

가게 벽면을 가득 채운 이색 관광 기념품들은 그가 온몸으로 경험한 삶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그는 해운대에서 10여 년간 사진관을 운영하다 세상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할 것 같다는 위기감에 40대 초반 문을 닫고, 2010년 지방선거에서 해운대구의회에 입성했다. 에코조합은 2014년 선거에서 낙선한 뒤 만들었다.

그는 “출산율은 떨어지고, 사회가 점점 고령화가 되면서 노년층만의 공동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에코조합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현재 이곳에는 60대 직원 4명이 일하고 있다.

다양한 상품개발과 외국시장 공략, 지역공헌 사업 등 하고 싶은 일들이 아직 많다는 화 대표는 “바다 위를 떠다니는 부유물로 작품을 만드는 ‘비치코밍(beachcombing)’으로 지역의 특색을 살리면서도 관광객들에게 기쁨을 주는 기념품을 개발해 판매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부산=글ㆍ사진 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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