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의 '수지'는 배수지 아닌 김수지

양형석 입력 2017. 2. 6.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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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017 V리그] 5일 도로공사전 블로킹5개 포함 17득점 작렬

[오마이뉴스양형석 기자]

흥국생명이 최하위 도로공사에게 완승을 거두며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박미희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5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6-2017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11, 25-20, 25-19)으로 승리했다. 가볍게 승점 3점을 추가한 흥국생명은 승점 49점으로 2위 기업은행(42점)과의 차이를 더욱 벌렸다.

흥국생명은 조송화 세터가 왼쪽 무릎 십자인대 부상을 당한 후 주전으로 출전하는 첫 번째 경기였다(지난 1일 GS칼텍스전에서는 교체 선수로 출전한 바 있다). 이날 조송화는 '쌍포' 타비 러브와 이재영에게 의존하지 않고 중앙공격의 비중을 늘렸는데 이 작전이 주효했다. 센터 김수지가 블로킹 5개를 포함해 17득점을 올리며 든든하게 중앙을 지켰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의 만년 조연, 흥국생명 이적 후 주연 도약

 김수지는 흥국생명 이적 후 팀 내 비중이 더욱 커졌다.
ⓒ 한국배구연맹
김수지는 김동열 원곡중 감독의 장녀로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배구를 접했다. '배구여제' 김연경(페네르바체)과는 안산 서초등학교, 원곡중학교, 한일전산여고(현 수원전산여고)를 함께 다닌 절친이기도 하다(김연경 역시 김수지의 아버지인 김동열 감독에게 배구를 배웠다). 김수지는 200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김연경, 이소라(도로공사)에 이어 전체 3순위로 현대건설에 지명되며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입단 초기 정대영(도로공사)에 가려 별다른 기회를 잡지 못했던 김수지는 정대영이 FA 자격을 얻어 GS칼텍스로 이적한 2007-2008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현대건설의 주전센터로 활약했다. 김수지는 뛰어난 외발 이동공격과 빠른 타이밍의 속공, 그리고 정확한 서브구사능력까지 갖춘 팔방미인형 센터였지만 정대영 이적 후에도 팀의 중심이 되진 못했다. 정대영이 떠난 그 해 '거요미' 양효진(현대건설)이 입단했기 때문이다.

양효진은 입단 첫 해부터 현대건설의 주전센터로 활약했고 3년째가 되던 2009-2010 시즌부터 블로킹 타이틀을 독차지하기 시작했다. 김수지는 충분히 팀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양효진의 존재로 인해 언제나 2인자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결국 김수지는 2013-2014 시즌을 마친 후 FA자격을 얻어 흥국생명으로 이적했다.

당시 흥국생명은 배구계를 휩쓸고 간 승부조작 파동 이후 센터진이 매우 약해져 라이트 공격수 정시영이 센터를 맡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경험이 풍부한 김수지와의 계약은 팀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최고의 영입이었다. 김수지는 이적 첫 해부터 이동공격 3위(48.1%), 속공 7위(40.37%), 블로킹 8위(세트당 0.51개)에 오르며 김나희(개명 전 김혜진)와 함께 흥국생명의 중앙을 든든히 지켰다.

2015-2016 시즌에도 김수지의 활약은 멈추지 않았다. 속공3위(46.43%), 블로킹11위(세트당 0.47개)에 오르며 제 몫을 다한 김수지는 흥국생명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었다. 특히 경기에서 승리한 날엔 그 날의 수훈 선수에게 플라스틱 메달을 걸어주며 승리를 자축하는 문화를 만들었다. 언젠가부터 이 메달은 자연스럽게 '수지메달'이라 불리고 있다.

자신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흥국생명의 든든한 맏언니

 '맏언니' 김수지의 가치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욱 빛난다.
ⓒ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1987년생 김수지는 만29세로 아직 노장이라는 이야기를 듣기에는 이른 나이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6개구단에서 가장 젊은 팀으로 흥국생명에서 80년대에 태어난 선수는 김수지와 김나희, 그리고 김수지의 친동생 김재영 세터뿐이다. 흥국생명의 주장은 김나희지만 김수지는 팀의 맏언니로서 동생들을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리고 김수지가 이 역할을 얼마나 잘 하고 있는지는 현재 흥국생명의 성적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렇다고 김수지가 개인 성적에 소홀히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김수지는 이번 시즌 득점14위(235점), 속공1위(53.92%), 블로킹4위(세트당 0.66개)로 개인 기록에서도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리그에서 50%가 넘는 속공 성공률을 자랑하는 선수는 오직 김수지 밖에 없다. 부상 여파로 인해 양효진의 활약이 예년 같지 않은 이번 시즌 김수지는 리그 최고의 센터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5일 도로공사전에서도 김수지의 활약은 단연 빛났다. 김수지는 이날 주공격수 이재영(17.95%)보다 많은 21.37%의 공격 점유율을 가져가며 48%의 높은 성공률로 17득점(블로킹5개 포함)을 기록했다. 비록 오픈공격이나 시간차의 성공률은 다소 떨어졌지만 이동 공격 성공률 66.67%(4/6), 속공 성공률 85.71%(6/7)를 기록하며 공백이 무색할 만큼 조송화 세터와 완벽한 호흡을 과시했다.  

김수지가 가진 또 하나의 가치는 유효 블로킹(자기 팀의 수비로 연결된 블로킹)에 있다. 유효 블로킹은 곧바로 득점으로 이어지진 않지만 다음 공격을 통해 득점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블로킹 못지 않은 가치가 있다. 김수지는 이번 시즌 176개의 유효블로킹을 기록하며 이 부문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물론 시즌 후 공식적으로 시상하는 타이틀은 아니지만 김수지는 흥국생명 이적 후 세 시즌 동안 한 번도 유효 블로킹 1위 자리를 놓친 적이 없다.

김수지가 만든 수지메달은 지난 2015년 한화 이글스에서 뛰었던 외국인 선수 쉐인 유먼이 메달을 만들어 수훈 선수에게 걸어주는 것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이 메달은 전 경기의 수훈 선수가 다음 경기의 수훈 선수에게 릴레이로 걸어주는 방식인데 정작 수지 메달의 원작자(?)인 김수지는 아직 수지메달을 걸어보지 못했다. 하지만 흥국생명의 승리를 위해 코트 안팎에서 가장 헌신하는 선수가 누구인지는 흥국생명 선수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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