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정찬성이 맞이하는 '외부의 적'과 '내부의 적'

반재민 2017. 2. 3.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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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짐] 2월 5일 일요일, 3년 6개월간의 침묵을 깨고 정찬성이 UFC의 철장으로 귀환한다. 상대는 페더급 랭킹 9위의 데니스 버뮤데즈다

16승 5패 4KO 3SUB (UFC 9승 3패 1KO 2SUB)의 전적을 기록 중인 버뮤데즈는 푸에르토 리코계 미국인이며 수준 높은 레슬링의 토대위에 레슬링 능력과 시너지가 강하게 나타나는 타격세트를 겸비했다. 길었던 공백에 비해 다소 부담스러운 상대라 할 수 있고 배팅계의 선택도 7:3 정도로 버뮤데즈의 우세다.

하지만 팬들과 파이터, 업계의 전문가및 기자들의 예측은 호각세로 나타났는데, 흥미로운 점은 버뮤데즈의 승을 예측한 인물들이라 해도 대부분 정찬성에 대한 존중이나 애정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지난 일요일, UFN 103의 현장에서 폭스 스포츠 방송팀에 참여한 도미닉 크루즈와 다니엘 코미어, 미쉘 워터슨도 코리안 좀비의 복귀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크루즈가 “정찬성은 알도 전에서 부상 직전까지 잘 싸우고 있었다.”라고 하자 코미어가 “어깨가 탈구되었는데도 계속 싸우려 했다.”며 맞장구를 쳤다. 알도전의 불운에 대한 아쉬움과 부상을 어떻게든 스스로 해결하려던 집념을 국내 팬들만 느낀 것은 아니었다

뿐만 아니라 ‘UFC 나우’라는 대담 프로그램을 통해 케니 플로리안과 알란 조우반은 공백기간 동안 정찬성이 승률을 고려한 새로운 스타일로 영리하게 싸우는 걸 보고싶다는 희망을 밝힌데 이어 해설자 조 로건은 정찬성이 떠나 있던 기간만큼 성장을 이루었을 것이라 전망하며 그가 “두 경기만 이기면 타이틀전”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의 MMA 팬들에게 전역을 신고하면서 대권가도로 직행하기 위해서 정찬성은 데니스 버뮤데즈와 장기공백이라는 두 적을 한 번에 상대해야 한다. 각각 따로 처리해도 결코 쉽지 않을 두 가지다. 이번 시간에는 ‘외부의 적’ 버뮤데즈에 대한 심층분석과 ‘내부의 적’ 공백기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이번 경기를 예측해보려 한다.

■ 서론: ‘외부의 적’이 가진 NCAA 디비전 I 레슬러의 경쟁

버뮤데즈의 커리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는 미국의 대학 레슬링 경력이다. 그는 NCAA 디비전 I 에서 한차례 올아메리칸의 성적을 거두었다. 디비전 I의 올아메리칸은 UFC를 비롯한 북미권의 MMA 단체에서는 가장 확실한 이력서로 손꼽힌다. 가장 높은 수준의 경쟁이 이루어지는 NCAA 디비전 I에서 시즌 성적 8위까지 올 아메리칸이라는 칭호가 주어지는데 버뮤데즈도 한 시즌에서 올 아메리칸에 선발되었다.

이 성적이 의미하는 바는 아주 크다. 디비전 I에 속한 학교는 스포츠 영재들을 전액 장학금의 혜택을 주며 스카우트 한다. (디비전 I, II, III의 구분은 장학금 제도의 정도와 유무로 구분된다.) 결론적으로 고교시절부터 이미 두각을 드러낸 엘리트 선수라는 뜻이며, 따라서 그들에게는 우수한 신체적 이점과 풍부한 경기 경험을 가지고 케이지로 들어서게 된다.

데니스 버뮤데즈 © ZUFFA LLC

레슬링은 종합격투기에서 기립상태의 타격전과 누운 상황에서의 그라운드 게임 사이에 위치한다. 레슬링의 우위는 두 가지의 플레이 버전 중 선호하는 쪽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전략적 이점을 가진다. 게다가 UFC등의 북미권 단체들이 채택하고 있는 통합룰과 주 체육위원회가 파견하는 부심들은 상대를 넘어뜨리는 다양한 형태의 테이크다운과 넘어진 상대를 아래에 울러놓은 상위포지션의 점유시간에 점수를 후하게 주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타격기의 사용이 그다지 원활하지 못하지만 매우 우수한 레슬링 능력과 주짓수의 관절기와 조르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는 선수들도 많다. 타격기를 기반으로 하는 선수들이 레슬링에 대한 방어에 허점이 있을 때 정상권 진입이 무척 어려운 것과는 달리 레슬러들의 경우는 타격 방어에 빈틈이 좀 있더라도 레슬링이 워낙 출중하고 주먹이 셀 경우, 챔피언의 자리에 오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뛰어난 레슬링 실력으로 챔피언의 자리까지 올랐던 조니 헨드릭스 © ZUFFA LLC

나아가, 뛰어난 레슬러가 본인의 레슬링 능력을 기반으로 타격기를 본격적으로 활용한다면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재앙이 될 수 있다. 본인보다 레슬링이 월등한 상대와 싸우게 된 타격 전문 선수는 첫째, 선제공격을 하기 쉽지 않고 킥의 구사에 큰 부담이 따른다. 공격의 실패했을 때 태클 카운터나 클린치, 킥 캐치에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보통 기동력을 살리면서 주먹을 사용하거나 킥을 원활히 내기위해서는 높은 자세가 좋지만, 테이크다운에 취약해지므로 어쩔 수 없이 낮은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셋째, 저공으로 빠르게 침투하는 태클류의 기술에 대한 즉각적인 방어를 위해 커버링을 낮게 잡는 경향이 나타난다.

선수들이 취하는 자세에는 모두 이유가 있다. 예를 들자면, 두 발의 간격이 좁다면 첫 번째 스텝을 크게 디딜 수 있기 때문에 고속 기동에 유리하다. 넓을 경우 바닥의 지지력이 강해지기 때문에 강한 펀치를 휘두를 수 있다. 발의 좌우 간격을 벌리고 상체가 정면을 향하는 타이슨의 프론트 페이스 자세에서는 왼손 훅을 좀 더 빠르고 위력적으로 구사할 수 있다. 반대로 앞뒤간격이 넓고 상체의 측면이 상대를 향하는 스티븐 톰슨식의 사이드 페이스는 상대의 공격이 닿을 면적이 줄어들며 오른손을 강하게 낼 수 있다. 요령이 조금만 보태지면 오른손을 상대의 시선에서 감추고 있다가 불시에 내지르는 기법을 사용할 수 있다. 신장에 높은 네이트 디아즈나 도미닉 크루즈 같은 선수는 허리를 앞으로 숙이고 머리를 상대 쪽으로 내미는 자세를 취하면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본인의 머리를 미끼로 던지고 상대의 공격이 나올 때 허리를 펴서 피하고 카운터로 역습하는 패턴을 위한 자세다.

기술 세트의 채용은 신체능력에 의해 좌우된다. 그리고 자세는 채용하고 있는 기술 세트에 따라 달라진다. 그렇다면 상대의 테이크다운을 경계해 자세를 평소와 다르게 잡은 채 선공의 기회를 제약당하고 킥 등의 옵션마저 봉인하게 된 타격 전문선수는 그 자체로 본인의 게임에 지장을 받게 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일부 우수한 레슬러들은 그 상대성을 단지 즐길 뿐만 아니라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만약 킥복싱이나 복싱 룰로 싸웠다면 절대 그럴 일이 없지만 레슬링이 우수한 상대를 맞아 낮고 두발의 간격이 넓으며 커버링을 낮게 잡은 타격 전문 선수는 기동력이 떨어진 상태이며 안면 방어도 취약하다. 그리고 그 자세가 불편할 것이며 상대의 움직임에 생각이 많아진다.

이때, 태클 등의 페인트 모션으로 상대방의 자세가 더욱 낮아지게 만들면서 커버링도 완전히 벗겨낸 후 타격 옵션을 낼 경우 성공률이 높아지게 된다는 점이 댄 핸더슨과 GSP같은 파이터들에 의해 활용되면서 레슬라이커(레슬러+스트라이커)라는 유형의 파이터가 득세하게 되었다.

경기가 진행될수록 업그레이드 된 '스턴건' 김동현 © ZUFFA LLC 

■ 레슬라이커와 타격 전문선수의 상대성

버뮤데즈를 이해하기 위해선 레슬라이커에 대한 지식습득이 필수다. ‘스턴건’ 김동현은 오랜 기간 우수한 테이크다운과 극악의 상위포지션 점유율을 인정받은 선수였다. 그러나 2012년에서 13년 사이에는 상대를 향해 전진하는 기동으로 상대가 테이크다운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게 만든 후 타격으로 재미를 보는 스타일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김동현을 제자리에 서서 선공을 받고 카운터 테이크다운을 하는 선수로 알고 있던 에릭 실바와 존 헤서웨이는 업그레이드 된 스턴건에게 일생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제공하게 되었다.

김동현이 한발씩 가까이 다가올 때, 레슬링이 밀리는 상대의 스트레스 레벨은 급격히 상승한다. 그리고 스트레스가 높은 상태에서는 대개 실수를 하게 되는 것이다. 장신의 사우스포이면서 주먹이 매우 묵직하고, 상당히 정확한 김동현을 정면에 두고 저지른 실수는 그야말로 치명적이었다.

현 시점이라는 전제하에서는 존 존스를 아마도 레슬링을 기반으로 타격을 입힌 유형의 파이터의 정점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테이크다운 스킬 자체가 주로 허리근처와 그 아래를 잡고 넘기는 전형적인 레슬러들과는 달리 어깨부근에서 발목까지, 언더-오버훅, 바디락, 싱글,더블을 가리지 않고 어떤 그립에서도 매우 다양하게 나오며 성공률도 높다는 점에다가 테이크다운 이후 나오는 파운딩과 서브미션은 상위포지션에서의 점유능력을 따질 필요조차 없지 싶을 만큼 강력한 결정력을 보이고 있다.

존스의 테이크다운 시도에 대해서는 상대가 당연히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상대의 실수가 나오게 되고, 존스에게 본인의 스페셜인 싱글 랙 페인트에 이은 스피닝 백 엘보우가 터질 좋은 조건을 제공하는 셈이다. 신장과 리치를 활용한 장거리포의 활용에서도 지독할 정도인데다가 맷집도 매우 우수하고 정신력까지 챔피언 레벨인, 너무나 훌륭한 재능을 한 몸에 갖춘 존스에게 기본적인 사회성이라는 것이 결여되었고 그로인해 본인 스스로의 명성에 먹칠을 하고 팬들을 실망시켰다는 것은 안타깝기 까지 하다.

김동현이나 존스는 그러나 전형적인 레슬라이커 타입은 아니다. 케인 벨라스케즈, 다니엘 코미어, GSP, 타이론 우들리, 프랭키 에드가, 드미트리우스 존슨 처럼 체급대에서 신장이 평균이하이면서 길이의 불리를 상쇄하고 남는 근력을 가지고 있으며 폭발적인 움직임이 가능하고 레슬링을 페인트로 사용해 타격을 적중시키고 역으로 타격페인트로 테이크다운을 더욱 용이하게 가져가는 양방향 페인트를 능숙하게 활용하는 선수들을 레슬라이커의 전형으로 봐야 할 것이다.

© ZUFFA LLC 

■ 핵심 1. ‘레슬라이커‘ 버뮤데즈의 경기구조 분석

데니스 버뮤데즈는 전형적인 레슬라이커다. 그의 타격능력은 경기를 거듭하며 꾸준히 발전해 왔다. 발전 양상이라는 측면에서 버뮤데즈의 타격은 상대를 링커트 위주의 스텝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링커트 스텝이란 복싱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아웃복서를 코너로 밀어넣기 위해 사용되는 기법으로 먼저 잽이나 훅으로 견제하며 상대가 로프나 코너에 몰리게 만든 후, 후방으로의 움직임이 제약된 상대가 측면으로 돌아나가려고 할 때, 상대가 움직이는 방향 쪽의 훅을 던져 탈출을 저지하고 상대의 발을 묶은 후 공격을 퍼붓는 것인데, 버뮤데즈는 이 스텝의 활용에 상당히 익숙하며 센터에서 피봇으로 타이밍을 볼 때, 또 밀어붙이는 대목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헤드 무브먼트를 가지고 있다.

능숙한 타격전문 선수에게 접근을 시도할 때 머리가 일직선으로 움직이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하지만, 버뮤데즈의 헤드워크가 좋은 것을 보면 좋은 코치에게 잘 배운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UFC의 옥타곤은 통상적으로 복싱의 링보다 넓다. 즉 성공적으로 코너까지 밀어붙이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좀 더 길게 밀어붙여야 한다. 상대를 케이지 근처로 밀어붙여서 후방으로의 움직임을 제약할 경우 아무래도 공격이 수월해지기 때문에 키가 작고 리치가 짧은 버뮤데즈나 멘데즈, 벨라토르의 마이클 챈들러 같은 선수에게는 중대한 포석이 된다. 물론 케이지에는 복싱링의 코너에 해당하는 막다른 구석이 없다는 사실 역시 링커트의 효용을 희석시키는 바가 있지만, 그렇다고 작고 빠르며 레슬링이 강한 선수의 입장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영 쓸모없지는 않다.

버뮤데즈의 스텝운용의 기본은 링커트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과감한 선제공격을 내는 타입이고, 긴 호흡으로 순식간에 상대를 철망까지 밀어붙이는 컴비네이션의 구사에도 능하다. 주요한 옵션구성은 아래와 같다.

© ZUFFA LLC 

1-1 셋업 스킬

1. 페인트: 보통 무릎을 살짝굽혔다가 펴는 동작, 높낮이 페인트로 태클을 연기.
2. 잽: 머리를 오른쪽으로 빼면서 꽤 힘을 실어 때리는 스타일
3. 바디잽: 가끔씩 사용. 4로 이어지는 컴비네이션을 위해 밑밥 뿌려두는 듯한 용도로 보임

1-2 상대를 밀어붙이는 컴비네이션

1. 원(잽)->원-투(라이트 스트레이트): 상대를 철망까지 단숨에 밀어붙일 수 있고 자주 사용함

2. 쓰리(레프트 훅)-투: 아마도 가장 많이 내는 스킬중 하나. 코너에서 그의 코치가 자주 주문하는 기본기. 왼발을 앞으로 크게 내딛으며 구사하는 경우에는 카운터 타이밍이 길게 나오는 경우가 있다.

3. 레프트바디잽-포(라이트 오버핸드, 참고로 TUF 결승에서 만났던 디에고 브랜다오의 테크닉이다) -> 그리고 밀어붙일 때 상대가 백스텝으로 도망가면 컴비네이션을 레그킥으로 마무리.

1-3 밀려나지 않는 상대 혹은 압박이 쉽지 않을때 사용되는 스킬

1. 라이트 리드(4 단발): 상대가 난타전 성향이고 쑥 밀려나기보다는 살짝 빠지면서 받아치려하는 성향일 때 유용하게 사용

2. 잽+투스텝인 라이트 레그킥

3. 슈퍼맨 펀치: 상대가 좀처럼 물러나지 않을 때, 중반이후 상대가 본인의 타이밍에 익숙해질 때 기습적으로 구사. 이것이 나오기 전에 두발을 모으고 셔플스텝을 주는 경향이 보인다. 즉, 셔플 스탭이 나오면 좌우 슈퍼맨을 염두한다는 것.

4. 레프트 슈퍼맨 펀치(+라이트 레그킥): 역시 상대가 밀려나지 않을 때 가끔 나오고, 라이트 레그킥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있다.

© ZUFFA LLC 

1-5 타격의 컨셉트

전체적으로 버뮤데즈의 옵션 목록은 컴비네이션 위주이고 상대의 성향과 반응에 따라 적절한 옵션이 나온다. 각각의 컴비네이션과 단발들이 서로를 도와주기도 하는 형태로 구성이 나쁘지 않다. 그러나 종류가 그다지 다양하지 않아 상황에 따라 예측도 어느 정도 가능하며 특히 앞발을 크게 내딛으며 시작하는 경우가 잦다는 등, 동작이 크기 때문에 간파 및 카운터가 가능하다는 단점도 뚜렷하다.

파워 면에서는 상당히 빠른 편인 핸드 스피드와 호쾌한 스윙에도 불구하고 보기만큼의 위력은 나오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본인도 큰 것을 허용하면 충격을 받고 흔들리지만 금방 회복하는 편이고 본인에게 큰 것을 얻어맞은 선수도 좀처럼 완전히 쓰러지지는 않기 때문에 엄청난 내용의 경기가 자주 나온다. 비록 패하긴 했어도, 디에고 브랜다오와의 경기나 제레미 스티븐스전은 대단한 명승부였고, 맷 그라이스와의 대전에서는 쉽게 보기힘든 작품을 만들었다.

페인트 동작도 항상 상하로 움직이는 태클 페인트로 일정하기 때문에 리듬에 익숙해지만 페인트를 어퍼컷으로 맞추는 것이 가능하고, 위의 잽-원-투의 경우는 준비동작에서 리듬을 읽고 투가 나올 때 체크레프트훅(피봇하며 레프트훅)으로 카운터 하기 좋다. 파워 잽을 낼 때 머리가 항상 오른쪽으로 빠지는 점 역시 노림수에 걸려들 수 있는 부분.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공세를 취하기 때문에 많이 때리는 만큼 거의 매 경기 한두 개 씩은 큰 것을 얻어맞는다.

© ZUFFA LLC 

1-6 테이크다운과 그라운드 운영

특이한 점이 있다면 타격전 도중에 나온 카운터 타이밍에 태클로 연결하는 패턴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끔 나오기는 하는데 의외로 성공률이 높지 않으며 좋은 타이밍에 힘들이지 않고 넘겨버리는 형태는 보기 어렵다.

테이크다운은 보통 상대를 철망까지 밀어붙인 후 시도하는데, 레슬링 베이스가 탄탄하지 못한 선수들은 슬램을 여러 차례 당하면서 점수를 많이 내주는 경우도 있다. 카와지리 타츠야와의 그래플링에서도 우위를 보일 정도이니 버뮤데즈의 레슬링 능력에 의심의 여지는 전혀 없다.

그라운드 상위에서 포지션 점유를 길게 가져나는 능력은 좋은 편이지만 파운딩을 강하게 내려치는 것을 즐기기 때문에 아래의 상대가 버뮤데즈의 파운딩 타이밍을 잘 잡으면 빠져나오는 것이나 서브미션의 시도가 충분히 가능하다.

체력은 굉장히 좋은 편으로 보인다. 최근, 호니 제이슨전에서 2라운드 중반이후 체력저하의 징후가 보였지만, 경기장소가 해발 1280미터의 고지대였기 때문인 것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5라운드를 소화해본 경험이 없다는 점이 불안요소이긴 하지만, 정찬성의 경우도 장기공백의 후유증이 4-5라운드 체력, 집중력 저하로 나타날 수 있다고 보면 그다지 안심이 되는 요소는 아니다.

맷집면에서 버뮤데즈는 충격을 곧잘 입고 다운도 자주 허용한다. 그러나 회복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빠른 것이 특징이다. 제레미 스티븐슨에게 당한 플라잉 니 카운터를 제외하면 어떤 것을 맞아도 빠르게 수습한다. 이러한 특징이 역전과 재역전이 반복되는 역동적인 전개라는 버뮤데즈 특유의 게임을 만들어 낸다. 그렇다면, 타격을 위주로 하는 정찬성과 레슬라이커 버뮤데즈와의 매치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판단해야할 점은 무엇일까?

■ 핵심 2. 정찬성과의 매치업은?

레슬라이커와 타격전문선수간의 구도에서 나타나는 변수들은 먼저 레슬러의 테이크다운 능력(테크닉과 힘)에 대한 타격 선수의 테이크다운 방어능력의 상관관계, 또 레슬러의 스피드와 타격선수의 반사능력 및 직관력의 우열, 레슬러의 상위포지션 유지능력과 그라운드에서의 공격력에 대한 타격선수의 하위 포지션 탈출능력 + 하위포지션에서의 방어 및 역습능력 등이다.

즉, 테이크다운 실력이 좋고, 빠르고 상위포지션을 오래 유지하면서 다양하고 효과적인 공격을 할 수 있는 레슬러일수록 타격 선수의 방어를 곤란하게 만들 수 있다. 테이크다운을 의식하면 할수록 더욱 몸이 굳고, 얕은 수에도 쉽게 걸려드는 것은 심리적인 특성 때문이라 볼 수 있다.

버뮤데즈의 전적에는 상당히 인상적인 1승이 있다. 최근 기량에 물이 오르며 체급 최강자중 한명의 반열에 오른 맥스 할로웨이를 상대로 판정승을 거둔 것. 당시의 할로웨이는 7승 1패를 기록 중이던 신인이었고 본격적인 성장이 시작되기 전이었지만 재능에서 이미 많은 사람들의 인정을 받고 있었다.

장신에 왼손잡이고 빠르게 움직이며 보기 드문 기술 세트를 풀어놓는 할로웨이를 상대로 백중세의 경기를 펼치고 신승을 따냈던 배경에는 4번의 테이크다운과 그라운드 상황에서 적중시킨 16회의 유효타격이 있었다. 빠른 기동으로 할로웨이의 간격 내부로 침투하고 본인의 게임을 할 수 있었다는 측면에서 신장과 리치의 우세는 버뮤데즈를 상대로 그다지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주무기가 타격인 것으로 인식되는 정찬성의 입장에서 버뮤데즈와의 매치업은 여러모로 불리해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참고가 되는 두 경기가 있다. 첫째는 맥그리거와 맨데스의 페더급 잠정타이틀전이다.

© ZUFFA LLC 

2-1 맥그리거의 레슬링 무시전략

맥그리거는 멘데스의 레슬링을 거의 의식하지 않는 것처럼 본인의 타격을 마음껏 구사했다. 당연히 첫 라운드부터 테이크다운을 손쉽게 헌납하고 그라운드에서 고전했다. 2라운드에서도 그래플링에서 열세를 보이며, 묵직한 파운딩을 여러차례 허용했다. 그렇지만 앞서고 있던 멘데스가 상위에서 길로틴 초크를 시도하는 틈을 타 일어났는데 멘데스의 체력은 이미 소진된 상태였고 맥그리거는 그동안 진 빚에 높은 이율을 적용해 즉각 추심했다.

이 관계에서 물론 멘데스가 캠프를 제대로 치르지 않았기 때문에 체력적인 대비가 부족했다는 점이 주요 패인으로 손꼽히지만, 멘데스의 체력 저하를 가속시킨 숨은 요소 하나를 꼽는다면 맥그리거의 태도가 될 것이다.

멘데스의 레슬링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보통과 다르지 않게 강타를 내는 맥그리거의 운영은 멘데스에게 “매 라운드의 시작은 스탠딩이다. 체력이 떨어져 테이크다운이 힘들어지면 너는 끝이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멘데스는 포인트에서 앞서나가면 나갈수록 5라운드라는 거리와 본인의 체력 잔량을 계산하면서 오히려 더 쫒기는 심정이 되었을 수 있고, 그런 잡념이 호흡을 방해해 체력 저하를 가속시켰을 것으로 보인다.

정찬성을 상대로 버뮤데즈는 준비를 잘 하고 나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맥그리거의 방식이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버뮤데즈는 멘데스에 비해 더 적극적으로 공격해 오기 때문에 소극적, 방어적 스탠딩으로 맞설 경우 버뮤데즈의 게임에 말려들 가능성도 상당히 크다. 즉 최악의 결과인 타격은 타격대로 허용하고 테이크다운도 계속해서 내주는 그림이 바로 소극적, 방어적 대응을 할 때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타격 실력만으로 보면 버뮤데즈가 정찬성과 대적할 레벨은 아니다. 앞서 살펴본 대로 정찬성이 버뮤데즈의 테이크다운을 의식하면 할수록 말려들어 타격에도 빈틈이 생기는 것인데, 애초에 버뮤데즈의 레슬링을 완전히 무시해버린다면 적어도 타격상황에서 상대의 게임에 말려드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버뮤데즈가 타격 교환시에 카운터 태클을 자주 구사하는 타입이라면 위험한 시도겠지만 그는 타격교환 자체를 상당히 즐기는 편이기 때문에 난타전 국면에서 테이크다운을 의식해 타격을 성공시킬 기회에서 주저하는 것은 후회를 남길 가능성이 있다.

또한 그라운드 상위에서 버뮤데즈는 포지션을 유지하기보다는 호쾌한 동작으로 파운딩을 하는 것을 즐기기 때문에 하위의 선수에게 탈출의 기회와 서브미션을 걸 찬스가 자주 내준다. 물론 힘이 강력해 아래의 상대가 관절기나 조르기를 노릴 때 상대를 그 자리에서 들고 슬램, 무자비하게 파운딩을 하기도 한다.

위험할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큰 리스크는 없으며, 체력에 자신감을 바탕으로 힘을 다소 마구 사용하는 성향을 가진 버뮤데즈를 자극해 소모를 유도하고 3라운드 이후 체력전에서 잃은 점수를 회수하는 방식이 적절하다는 계산을 전문가들도 하고 있다.

스트라이커가 레슬러의 레슬링에 부담을 느끼고 스탠딩에서 얻어맏는 것만큼 큰 손실이 없다. 차라리 상대의 영역인 그라운드에서 당할지라도 스탠딩에서 어느 정도 본인의 플레이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특히 버뮤데즈의 경우는 위에서 말한 약점들이 몇 가지 보이기 때문에 2006년 프라이드 FC 결승에서 아로나를 상대로 타점이 높은 킥을 난사했던 쇼군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

© ZUFFA LLC 

2-2 레슬링 예방주사를 맞은 베우둠

케인 벨라스케즈는 헤비급을 대표하는 역사적인 레슬라이커다. 효도르의 적통을 이어받은 신황제로 매니아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던 그가 베우둠에게 스탠딩에서부터 밀리며 완패를 당했다. 이 결과는 벨라스케즈가 멕시코시티 현지적응의 중요성을 간과해, 체력저하가 급속히 이루어진 점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지만, 베우둠이 보유한 주짓수 능력이 벨라스케즈의 테이크다운 메리트를 없애버렸고, 결국 벨라스케즈가 경쟁력의 중대 요소를 잃은 채 싸웠다는 부분 또한 패인으로 꼽을 수 있다.

베우둠은 케인의 손이 손발이 닿지 않는 거리에서는 킥과 롱 펀치를 휘둘렀고 가까워지면 어퍼와 훅으로 두드리다가 벨라스케즈가 원하는 근거리의 접전상황이 되면 본인이 먼저 타이클린치를 잡고 니킥을 구사하거나 흔들다가 놓으면서 펀치를 적중시켰다. 벨라스케즈의 레슬링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운영이었다.

벨라스케즈가 베우둠을 넘긴 후 상위포지션에서 공격을 시도하는 장면이 한차례 나왔지만 베우둠은 마술이라도 부리는 것처럼 벨라스케즈의 파운딩 공격을 무산시켰고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은 채 일어났다. 벨라스케즈는 애초에 베우둠을 상대로 그래플링에서 승부를 보지 않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추측되는데, 해설진 역시 베우둠이 상대라면 상위, 하위, 심지어는 사이드 포지션 정도를 잡게 되어도 불리하다는 멘트를 하고 있었다.

즉 그라운드 하위에서 주짓수로 부담을 강하게 안기면 레슬러의 테이크다운 메리트가 감소한다는 것이며 정찬성은 위를 교훈삼아 버뮤데즈의 약한 부분을 파고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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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짓수의 대가가 말하는 정찬성의 그래플링

정찬성의 주짓수에 대해서는 헤너 그레이시의 멘트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작년 5월에 내한한 그레이시가문의 3대손 헤너는 그레이시 브레이크다운이라는 분석 영상 시리즈로 유명하며 UFC페더급의 브라이언 오르테가의 스승이기도 하다. 그의 세미나에서 정찬성과 헤너 그레이시의 스파링이 있었고 그 장면을 촬영한 영상이 유투브를 통해 공개되었다. 영상에서 정찬성의 그래플링에 대한 헤너 그레이시의 평가를 들어볼 수 있다.

“기초가 정말 탄탄하고, 무척 영리하다, 터프하고, 좋은 그래플러가 틀림없고, 그의 실력에 대한 소문은 진짜다. 놀라울 정도로 나이스한 사람이고 그와의 롤링은 더 이상 행복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 한국에서 좋은 사람들을 정말 많이 만났다. 한국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다 너무 좋은 사람들이었다.”

영상에서 정찬성은 여러 차례 탭을 쳐야했지만 헤너 그레이시는 신장 193cm에 88KG의 체격이고 그의 할아버지는 발리투도의 창시자임과 동시에 MMA의 조상인 엘리오 그레이시이고 아버지는 UFC의 창업자인 호리온 그레이시다.

뿐만 아니라 정찬성은 지난해 연말의 전지훈련과 버뮤데즈전을 대비한 캠프의 마무리도 벤 핸더슨과 존 크라우치가 운영하는 MMA 랩에서 진행하고 있다. 참고로 밴 핸더슨은 2013년에 블랙벨트를 취득했다.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핸더슨은 주짓수에 깊이 심취한 상태이고 은퇴후에 MMA 보다는 주짓수와 노기 그래플링의 지도가가 되는 쪽을 선호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지난 마이클 챈들러전에서 핸더슨이 감량을 마무리 하는 장면을 목격한 정찬성이 ‘미쳤다는 감탄사를 연발한 일이 있는데, 핸더슨이 감량피크의 컨디션에서 주짓수 스파링을 계속 했기 때문이다. 핸더슨이 라이트급에서는 감량 폭이 크기로 유명한 것을 고려하면 대단히 특수한 감량방식이었고, 의아해하는 정찬성에게 핸더슨은 “감량을 한다는 기분이 싫어, 이렇게 구르다보면 체중은 맞춰진다.”라는 대답을 들려주었다고 한다.

MMA 랩의 이런 분위기 덕에 주짓수 고수들이 즐겨 찾는 상황이며 주짓수 계의 슈퍼스타 중 한명인 맥킨지 던이 MMA 로 전향하면서 핸더슨의 문하로 들었을 정도다. 따라서 정찬성의 마무리 훈련은 이곳만큼 적절한 곳을 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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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3: 장기공백의 두 얼굴

선수들이 공백기를 가지게 되는 이유는 다양하다. 기간도 마찬가지인데, 3년 6개월은 가장 긴 편에 속한다. 선수생활의 평균을 15년가량으로 잡을 경우 전체 기간의 20%이상에 해당하며 한창 전성기로 진입하던 상황에서 오랜 기간 경기에 출전을 하지 못할 경우 보통 손실이 막심하다.

그런데 어려움이 깊을수록 극복에 대한 대가도 풍성해진다. 알리의 경우는 월남전 당시 징집대상이었지만 본인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병역을 거부했다. 그로인해 알리는 3년간 투옥되었으며 거의 4년에 가깝도록 까지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29승 무패 23 KO의 전적을 기록하며 WBC 헤비급 타이들을 9차례 방어했고 WBA 벨트까지 손에 넣었던 25세의 젊은 천재 복서는 만 28세 10개월의 나이로 복귀했고 37승 5패 4무의 전적을 가졌던 제리 쿼리를 상대로 했던 복귀전에서 3라운드 TKO 승을 거두며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타이틀 전초전에서 승리한 후 복귀 3전 째에 당시 양대 기구 통합챔피언이던 조 프레이저에게 도전했지만 31연승 끝에 첫 패배를 당했다. 그렇지만 그로부터 4년 후 압도적인 파괴력을 자랑하던 젊은 조지 포먼을 눕히고 복싱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었다. 알리의 이야기에서 4년에 가까운 공백과 그것의 극복은 대단히 중대한 극적요소가 되었다.

알리의 뒤를 이어 복싱계의 슈퍼스타로 성장한 슈거 레이 레너드의 스토리도 인상적이다. 80년대 초반, 웰터급에서는 레너드와 헌즈라는 걸출한 두 명의 챔피언에 의한 양강 구도가 형성되었다. 81년, 두 선수는 당시의 스포츠 흥행기록을 모조리 갈아치우는 메가파이트를 무대로 정면충돌했다.

포인트에서 밀리던 레너드가 12회에 극적인 역전 KO승을 거두었지만 이듬해 망막박리증상이 발견되며 링을 떠나게 되었다. 이후 레너드의 두 숙적인 두란과 헌즈는 미들급의 헤글러에게 차례로 무너졌고 세계의 복싱팬은 모두 레너드와 헤글러의 대전을 바라고 있었다. 87년 결국 성사된 이 경기에서 레너드는 조정경기나 전초전을 가기지 않고 바로 헤글러와 싸웠고, 대등한 기량을 선보이며 스플릿 디시젼으로 판정승을 거두었다. 82년에 은퇴하고 84년에 한경기를 한 후 87년에 돌아왔으니 공백이라는 측면에서 레너드의 케이스는 단 한명을 제외하면 타의 추종을 불허했지만 승리의 여신은 레너드의 편이었다.

10년간의 공백을 깨고 복싱계를 평정한 조지 포먼 © 조지포먼 위키피디아 

장기 공백을 극복하고 대업을 달성한 쪽으로는 역시 포먼을 당할 자가 없어 보인다. 74년에 알리에게 패한 후 모티베이션을 잃었었다는 조지 포먼은 1차로 은퇴를 선언했다, 76년에 컴백한 포먼은 5연승을 달렸지만 77년 지미 영에게 패한 후 링을 떠났다. 이후 목사로 다시 태어난 포먼은 87년 무려 10년의 공백을 딛고 4각의 정글로 돌아왔다.

우리나이로 39세였던 그의 귀환을 두고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이는 드물었다. “돈이 필요해 돌아왔다.“라는 식의 냉소가 주종을 이루었는데, 87년부터 90년 까지 무려 24연승 23KO라는 전적을 기록하면서 홀리필드의 대권에 도전하게 되자 사람들의 시선이 바뀌기 시작했고 비록 홀리필드에게는 졌지만 홀리필드를 이기고 타이틀을 손에 넣었던 마이클 무어러를 10라운드에 잠재우며 만 45세 299일의 나이로 헤비급 벨트를 다시 감았다, 알리와의 대전으로부터 20년 만에 일어난 영화같은 일이었다.

마이크 타이슨도 4년 이상 링을 떠난 적이 있었다. 성폭행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어 91년에 수감된 그는 95년이 되어서야 복귀전을 가질 수 있었는데, 돌아온 후의 타이슨은 상품성만큼의 실력이 남아있지 않은 상태였다. 복귀이후 4연속 KO승을 거두며 당시 챔피언 홀리필드에게 도전했지만 고배를 들었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서서히 잊혀졌다.

종합격투기에서도 케인 벨라스케즈와 론다 로우지가 장기공백, 흔히 링 러스트라고 하는 무형의 위험을 극복하지 못하고 좌초했으며 언제 돌아오게 될 것인지, 혹은 과연 전성기의 기량을 다시 볼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태다. 하지만, 도미닉 크루즈의 경우는 그러나 거의 레너드급의 공백을 딛고 다시 챔피언이 되었고, 랜디 커투어는 우리나이로 44세에 은퇴한 후 45세에 복귀해 UFC 헤비급을 세 번 정복하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이런 사례들을 종합해 본다면, 링러스트의 실체는 분명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격렬한 싸움으로 온몸에 상처가 누적되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되던 정찬성에게 3년 6개월의 공백이 오히려 회복을 위한 좋은 시간이 되었을 가능성까지 현지매체에 의해 거론되고 있을 정도이니 굳이 공백의 악영향에 대해 본인이나 팬이 의식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론: 매치업 요약

버뮤데즈는 난적이다. 타격가 대 레슬러라는 구도에 갇히고 상식적인 대응을 해서는 도박사들의 예측을 넘기 힘들어 보인다. 따라서 상대가 의외로 받아들일 전술적 과감성이 필요해 보이며 그로인해 필연적으로 지불하게 될 댓가에 대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핵심을 요약하면 타격전과 그라운드에서 실리를 가져와 레슬링에서 지불한 비용을 갚는 운영방식이다.

정찬성이 버뮤데즈를 맞아 이 세 가지만 지킨다면, 세 번째 언더독의 반란은 꿈이 아닐 것이라 예상한다.

1. 상대의 테이크다운에 본인의 타격이 위축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5라운드 중 첫 두 라운드는 투자라고 생각하고 전략적인 선택을 할 필요가 있다. 핵심은 테이크다운은 없다고 생각하고 버뮤데즈의 적극적인 타격 성향을 역이용해 자주 드러나는 빈틈을 놓치지 말고 공략하는 것이 중요하다.

2. 무엇보다도 상대의 레슬링 능력을 과도하게 의식한 나머지 레슬링과 타격사이에서 이지선다를 강요당하고 선택의 미스로 타격도 당하고 테이크다운도 당하는 그림은 막아야 한다. 한쪽을 확실하게 틀어막기 위해 테이크다운 디펜스에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성이 있다.

3. 적어도 2라운드까지는 테이크다운을 당하는 것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으면서 하위에서 활발하게 공방을 주도하는 것이 중요하며 특히 서브미션 캐치로 그라운드에 대한 부담감을 가중 시켜주고, 쉴 틈 없이 체력의 소모를 유도하는 전술에 비중을 두어야한다.

좋은 쪽만을 보자면, 혹여 뜻하지 않았던 결과를 맞이해도 핑계거리가 되는 셈이고 멋지게 이겼을 경우 승리의 가치가 더욱 돋보이기 때문에 정찬성은 이제 전세계 좀비팬들의 소망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만 하면 될 것이다.

2월 5일 승리의 여신 니케(Nike)가 깊은 잠을 끝내고 돌아온 코리안 좀비에게 해맑은 미소를 띄우길 바라본다.

MONSTERZYM PRESS

글: 이용수
편집: 반재민
사진: 박제영 PD, ZUFFA LLC, 엠파이트 DB, 몬스터짐 DB
영상제작 - 감독/음악: 정민수 PD 조연출: 황채원 PD, 이용수
코리안 좀비 컴백 몬스터짐 영상 제작: 박제영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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