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끊기면 무차별 폭력.. 치명적인 블랙아웃 범죄

이상무 입력 2017. 2. 2. 04:42 수정 2017. 2. 2.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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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4일 서울 지하철2호선 잠실새내(옛 신천)역 인근에서 20대 여성 두 명을 이유 없이 돌로 내려쳐 부상을 입힌 혐의(특수상해)로 구속된 서모(26)씨.

결국 경찰은 서씨 사건을 그간 알려진 ‘묻지마 범죄’가 아닌 ‘블랙아웃(Blackout.알코올성 치매 증상) 범행’이라 판단해 2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1일 경찰에 따르면 서씨는 지난달 13일 밤 사당역 인근에서 친구 둘과 2차에 걸쳐 평소 주량(소주 1병) 이상의 술을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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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서 여성 2명 때린 20대

“집과 다른 방향 간 이유 몰라”

영상 보고도 “왜 그랬지 몰라”

거짓말탐지기 ‘진실’로 판단

“묻지마 아닌 알코올 치매”

경찰, 기소 의견 검찰에 송치

잠실새내역 폭행범 행적. 한국일보
서모(26)씨가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서 귀가하던 여성들을 향해 돌을 휘두른 후 도주하는 장면이다. 서울 송파경찰서 제공

“영상에 등장하는 사람은 제가 맞는데요. 왜 저런 행동을 했는지 정말 모르겠어요.”

지난달 14일 서울 지하철2호선 잠실새내(옛 신천)역 인근에서 20대 여성 두 명을 이유 없이 돌로 내려쳐 부상을 입힌 혐의(특수상해)로 구속된 서모(26)씨. 경찰이 범행 당시 영상을 보여주자 되레 본인의 범행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일관했다. 연신 “술에 취해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수사 참고용인 거짓말탐지기조차 서씨 진술이 거짓이 아니라고 인정했다. 결국 경찰은 서씨 사건을 그간 알려진 ‘묻지마 범죄’가 아닌 ‘블랙아웃(Blackout.알코올성 치매 증상) 범행’이라 판단해 2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1일 경찰에 따르면 서씨는 지난달 13일 밤 사당역 인근에서 친구 둘과 2차에 걸쳐 평소 주량(소주 1병) 이상의 술을 마셨다. 14일 0시30분쯤 친구들과 헤어진 서씨는 사당에서 방배 방향 지하철2호선을 탔다. 자신의 집인 서대문구와는 전혀 다른 방향이었다.

경찰은 지하철을 타고 가던 서씨가 갑자기 선릉역에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1시간 동안 무작정 3㎞ 이상 걸어 잠실새내역 인근 새마을시장에 도착한 게 오전 2시쯤. 그는 피해자 A(25)씨와 B(25)씨를 보고는 길가에 나와있는 18㎝ 크기 돌을 주어 든 채로 30m 가량 쫓아가, 범행을 저질렀다.

서씨는 범행 직후 곧바로 택시를 타고 서대문구 자취방으로 향했다. 택시요금을 낼 돈이 없었던 서씨는 택시 기사에게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주고 나서야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택시기사는 “(서씨가) 매우 술에 취한 상태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바로 골아 떨어진 서씨는 14일 오후에 일어났다. 어떻게 집에 돌아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친구들에게 연락했고, 택시비를 받으려는 택시 기사의 전화를 받고서야 “잠실에서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범행관련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경찰이 사건 열흘 뒤인 23일 들이닥쳐 긴급 체포될 때까지도 자신의 범행을 알지 못했다고 거듭 말했다. 필름이 끊긴, 블랙아웃 상태였다는 주장이다.

10일간 서씨를 조사한 경찰은 “정신병력이나 전과기록이 없어 여성 혐오나 (기존에 알려진) 묻지마 범죄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묻지마 범죄는 불특정 대상에게 이유 없이 저지른 범행으로 이번 사건과 유사한 측면이 있지만, 피의자가 범행 자체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블랙아웃 범죄가 평소 주변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지만 예상하기 어려워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국내엔 9만명 가량이 블랙아웃 증상이 있는 걸로 의학계는 추산한다. 이들은 알코올 과다섭취(과음)로 감정 조절 기능을 잃으면 폭력 성향을 드러낸다. 나형균 여의도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자신이 무슨 행동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블랙아웃 상태가 되면 평소 의지와 상관없는 극단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경찰은 서씨가 ‘심신상실’에 따른 형량 감량을 시도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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