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대통령' 트럼프, TPP 철회 강수 왜 뒀나

김윤경 기자 2017. 1. 24.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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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 를 철회하는 행정명령(executive order)에 서명한 뒤 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 AFP PHOTO / SAUL LOEB

(서울=뉴스1) 김윤경 기자 = ‘공화당 대통령’이 나왔는데 대통령 선거 유세 기간부터 자유무역과 시장주의에 반대했던 그가 자유무역에 ‘못질’을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약속했던 건 지킨다는 듯 23일(현지시간)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을 없던 일로 해버렸다. 물론 의회 통과 과정은 남았다.

그러나 TPP 철회를 통해 오랫동안 ‘공화당 대통령’이라면 가져야했을 신념(?)과 소신 같은 것의 전형성은 없어져버렸다. 공화당은 미국과 전 세계의 무역이 확장되는 것, 교류하는 것이 이로우며 미국이 이런 국제 통상의 질서를 써야만 한다고 믿어 왔던 집단이다.

또한 TPP는 경제적 이익보다는 사실 미국에 대적할 한 축으로까지 큰 중국을 견제하려는 ‘전략적 이익’을 더 취하는 모양새였던 까닭에 미국인들이 TPP 폐지에 당장은 환호를 불러올 지 몰라도 좀 더 기간을 두면 중국에 힘이 더 실리며 후회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CNN은 중국은 자신들이 주도하는 무역협정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추진해왔고, TPP가 폐기되면 우리나라와 일본을 포함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 15개국이 참가하는 RCEP이 전 세계 자유무역의 중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문가의 분석을 인용해 전했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왜 TPP를 없애려는 것일까.

내수용 전략이란 이유가 가장 커 보인다. 최악의 지지도로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포퓰리즘적 행보라는 것.

누구나 내치용 정책은 쓴다. 오바마 전 대통령 역시 ‘미국제품 의무조달조항’(Buy American Provision)을 통해 일종의 보호주의 통상 정책을 폈다. 그러나 TPP에선 이 조항이 빠지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조삼모사일지라도 자신들에게 당장 보여지는 일자리와 임금 상승을 원한다.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 2016년 공공종교연구소(Public Religion Research Institute) 조사를 인용, 보도한데 따르면 미국인들은 자유무역에 비해 반(反) 자유무역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반대하는 이들의 절반은 해외에 일자리를 빼앗기고 임금이 낮아진다는 이유를 댔다고 전했다. 또한 미국 백인 노동계급(Working Class)의 60%는 자유무역이 자신들에게 해를 끼친다고 답했고, 33%만이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미 중서부 지역의 백인 노동계급이 바로 트럼프를 지지한 층이었다.

전체 미국인들 가운데에서도 자유무역에 부정적인 이가 50%, 도움이 될 거란 이가 43%였고, 모든 백인 미국들로 표본을 넓혀 봐도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이(54%)가 그렇지 않은 이(39%)에 비해 훨씬 많다. 이런 조사 결과를 보면 트럼프의 선택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TPP는 전임자이자 물러나면서도 최고의 선호도를 자랑한 버락 오바마의 과업이기도 했다. ‘아시아 중시정책’(Pivot to Asia)을 위한. 그래서 전임자 그림자를 지우기에 있어 TPP 철회는 트럼프에게 불가피했을 수 있다.

좀 더 길게 보면 TPP 철회는 트럼프가 잘 못 쓴 카드일 수도 있다. 중국만 좋은 일 시키는게 되어버릴 수 있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오바마 정부에서 통상 협상을 담당했으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제담당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프로먼 (Michael Froman)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조치는 중국에 아주 아주 큰 이득을 가져다 줄 것”이라면서 “중국에게 있어 이 지역(아시아)에서 물러나겠다고 하는 것은 지정학적으로 손해”라고 지적했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아리조나)을 포함한 일부 공화당원들도 트럼프의 선택이 ‘심각한 실수’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매케인 의원은 공식 논평에서 “TPP 철회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이 이탈한다는 시그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자간 포괄적 무역협정보다 양자간 무역협정을 선호하겠다는 트럼프의 의도에는 역시 ‘미국 맘대로’ ‘미국을 최우선해’ 선택하겠다는 의도가 명시적으로 담겨 있다.

그래서 TPP는 물론 조지 H.부시 전 대통령 시절 협정을 시작해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때 의회를 통과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까지도 파기하겠다는게 트럼프 정부의 입장이다. 양자간 협상이라야 ‘미국 우선주의’를 더 압박해 얻어낼 수 있다는 벼랑끝 전술을 쓸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더 지켜봐야겠지만 트럼프 정부는 불공정 무역관행도 더 촘촘히 가려내 해당 교역국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것으로 보이며, 중국은 물론 한국까지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강수를 둘 가능성도 엿보인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보호무역은 대안이 될 수 없고 경제의 글로벌화를 포기해선 안 된다고 함으로써 미국과 중국의 입장이 바뀐 듯 했지만 이 역시 ‘견제받는 대상’으로서의 중국이 수비에 나선 것이란 해석도 가능해진다.

인민일보는 “트럼프의 TPP 철회는 자신의 백악관 지배력을 보여주기 위한 쇼 차원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환구시보는 중국도 중국이지만 미국에 기대 아태 지역 지배력을 확대하려고 했던 일본에게 충격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s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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