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료 개편안]송파 세 모녀 '멍에' 없애고, 부자 '무임승차' 차단

남지원 기자 입력 2017. 1. 23. 23:01 수정 2017. 1. 23.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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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끊임없던 ‘형평성 논란’…2년 전 무산 후 뒤늦게 재추진
ㆍ성·연령 추정 ‘평가소득’ 폐지…고소득층 부담 더 커져

2014년 2월 서울 송파구 반지하에 살던 60세 어머니와 두 딸이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건강이 나빠 일을 하기 어려워 수입이 없다시피 했지만 이들은 매달 건강보험료로 4만8000원씩 내야 했다. 반면 수백억원대 자산가인 이명박 전 대통령은 한때 건강보험료를 월 2만원 안팎만 냈다. 자기 소유 빌딩에 건물관리회사를 차리고 자신을 대표이사로 등재해 소액의 월급에만 보험료가 부과되게 하는 꼼수를 썼기 때문이다.

23일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을 내놓은 것도 저소득층은 보험료를 과중하게 부담하고 부자들은 고액 보험료를 회피하는 형평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2000년 지역의료보험과 직장의료보험이 통합된 국민건강보험 탄생 이후 형평성에 대한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현 정부도 출범 직후부터 개편안을 준비해 오다 2년 전 발표 직전 석연치 않게 무산된 이후 뒤늦게야 정부안을 마련했다. 야 3당은 이미 지난해 각각 개편안을 내놨다. 정부안에서는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를 분리해 재산에 대해서도 보험료를 부과하고, 야 3당안은 소득에만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일원화한다는 차이가 있지만 저소득층의 부담이 줄고 고소득층 보험료는 올린다는 기본 방향은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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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가입자 평가소득 ‘폐지’

‘송파 세 모녀’가 소득에 비해 과중한 보험료를 냈던 이유는 연소득이 500만원 이하인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에게 가상의 ‘평가소득’을 적용해 실제 소득이 없어도 보험료가 부과됐기 때문이다. 소득 파악이 어려운 지역가입자에게 보험료를 부과하기 위해 성·연령·재산·자동차로 추정한 소득이 평가소득이다. 정부안에 따르면 앞으로 성과 연령에 매기던 평가소득은 폐지된다. 대신 저소득 지역가입자에게는 최저보험료를 부과한다. 1단계 개편 후에는 연소득 100만원 이하 가구에 1만3100원, 3단계 개편 후에는 연소득 336만원 이하 가구에 월 1만7120원의 최저보험료가 부과된다.

재산과 자동차에 대한 보험료는 단계적으로 축소할 계획이다. 1단계 개편에서는 과표기준 1200만원(시가 2400만원) 이하의 주택, 4000만원 이하 전·월세보증금에는 재산보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3단계 개편까지 가면 과표기준 5000만원(시가 1억원) 이하 주택과 1억6700만원 이하 전·월세보증금에는 재산보험료가 면제된다. 반면 야 3당안은 재산과 자동차에 대한 보험료도 모두 폐지하고 소득에 대해서만 보험료를 부과하도록 일원화했다.

■ 고소득 직장인 가외 수입 부과

임대소득으로 수천만원을 버는 부자가 위장취업으로 직장가입자가 돼 소액의 임금에 대해서만 건강보험료를 내는 꼼수는 이제 부릴 수 없게 됐다. 현재는 직장가입자의 보수 외 소득은 7200만원까지 건강보험료 부과가 면제된다. 하지만 개편 후에는 3400만원(1단계), 2700만원(2단계), 2000만원(3단계)을 넘을 경우 기준액을 넘는 소득에 대해서는 보험료를 매긴다. 보수에 붙는 보험료의 상한선도 현행 월 239만원에서 전전년도 직장가입자 평균 보수보험료의 30배로 올린다. 올해 기준으로 하면 월 301만5000원이 최고액 보험료가 된다. 야 3당안에 따르면 보수 외 소득 전액에 보험료를 부과하게 돼 고소득층 부담이 더 커진다.

■ 부자 피부양자 무임승차 막는다

직장가입자인 자녀의 피부양자로 등재돼 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는 ‘부자 무임승차자’들은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보험료를 내야 한다. 지금까지는 금융소득과 공적연금, 근로 및 기타소득이 각각 연간 4000만원 아래이고 과표기준 재산이 9억원(시가 18억원) 이하면 피부양자가 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기준이 훨씬 까다로워진다. 1단계 개편에서는 합산소득이 3400만원을 넘으면 피부양자 자격을 잃고 2단계에서는 2700만원, 3단계에서는 2000만원을 넘으면 피부양자가 될 수 없다. 다만 연금소득자의 경우 연금소득의 30%(1단계)~50%(3단계)에만 보험료를 부과한다. 재산 역시 1단계에서 과표기준 5억4000만원(시가 9억원), 2단계 이후에는 과표기준 3억6000만원(시가 6억원)이 넘는 사람들은 소득이 연 1000만원 미만이어야 피부양자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안은 피부양자 제도를 전면 폐지하는 대신 세대주가 보험료를 내면 소득이 없는 세대원에게 가입자 자격을 주는 방식을 채택했다. 정의당 안은 연소득이 336만원 이하일 경우에만 피부양자 등재가 가능하도록 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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