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정의 웰컴 투 발트3국] 발트의 매력은 춥고 긴 겨울, 정점에 달한다

이귀전 입력 2017. 1. 22. 13:39 수정 2017. 2. 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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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다'는 의미의 이름 발트/스칸디나반도에 감싸인 북쪽 바다는 염분이 적어 겨울내내 얼어 붙는다
발트 3국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려면 겨울이 제격이다. 하얀 바다(발트 해)를 끼고 자작나무 숲길에 하얗고 아름다운 겨울이 펼쳐져 있다.
유럽은 좁은 대륙 안에 수많은 나라와 민족이 경쟁하고 협력하면서 세계사의 흐름을 주도해 왔다. 그리스에서 시작해 로마로 꽃피웠으며 중세 암흑기를 지나 대항해시대를 통해 전 세계로 확장됐다. 제국주의를 기반으로 모든 대륙을 지배하고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으로 지금의 세상을 만들어냈다.
발트해(Batic Sea)는 육지에 둘러싸여 파도가 크게 일지 않고 염분이 적어 겨울의 서너 달 동안 바다가 얼어붙는다.

그 과정에서 인류문화의 정수들이 유럽에 볼모로 잡혀갔으며, 침략과 약탈은 더욱 풍성한 문화의 밑거름이 됐다. 이제는 우리 삶을 지배하는 정치와 경제 시스템이 유럽을 고향으로 하고 있으며, 음악과 미술 등 예술은 물론이고 철학과 이념의 상당 부분이 유럽의 영향을 받았다.
발트 3국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려면 겨울이 제격이다. 눈꽃이 내려앉은 가로수가 도로 옆에 늘어서 있다.

그 결과 이 작은 대륙은 다양한 볼거리와 이야깃거리로 가득 찼으며 전 세계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최대 관광지가 됐다. 지중해의 낭만적인 기후와 함께 그리스와 로마에 산재한 고대의 흔적이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화려한 궁전과 거대한 건축물, 박물관과 미술관을 가득 채운 수많은 예술품은 며칠을 둘러보아도 질리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의 삶이 그렇듯이 화려함과 낭만이 유럽의 전부는 아니다. 유럽의 번잡한 관광지에서 잠시 눈을 돌리면, 강력한 국가와 민족들의 틈바구니에서 자신만의 문화를 지키며 생존해 온 아름답고 자긍심 강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화려하지 않지만 소박한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숨겨진 보석 같은 여행지들이 유럽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부터 여행할 발트 3국은 유럽 역사의 중심에 있진 않았지만 슬라브 문화와 게르만 문화의 틈바구니에서 자신만의 문화를 지켜온 자긍심 강한 나라들이다.
전 세계가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로 이루어진 발트 3국은 우리에게 생소한 나라들이다. 발트해(Baltic Sea)는 스칸디나반도가 감싸고 있는 유럽 북부의 바다다. 발트해는 노르웨이와 덴마크가 마주보는 스카게라크 해협을 지나 핀란드와 러시아로 이어져 있다. ‘Balt’의 어원은 ‘희다’라는 의미가 있다. 육지에 둘러싸여 파도가 크게 일지 않고 염분이 적어 겨울의 서너 달 동안 바다가 얼어붙는다. 실제 마주한 발트해는 거친 푸른 바다의 느낌보다는 옅은 회색빛의 잔잔한 바다다. 이곳 깊숙한 곳에 서쪽으로는 폴란드, 동쪽으로는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작은 국가들이 발트 3국이다. 게르만, 스칸디나비아, 슬라브 등 유럽 주류 문화에 둘러싸여 있지만 발트어라는 독자적인 언어와 문화가 있다. 특히, 가장 높은 산이라고 해도 해발 318m에 불과할 정도로 산지가 거의 없고 평야로 이뤄진 지역이어서 동서남북으로 진출하려는 국가들로부터 잦은 외침에 시달려야 했다.
따스한 햇살 아래 눈꽃이 맺혀 있는 자작나무. 조용한 대지 위에 햇살 가득한 하얀 세상이 문득 떠올랐다.

발트 3국의 공동역사는 독일계 검의 형제 기사단(Sword Brethren)이 기독교와 봉건주의를 가지고 들어오면서 13세기경에 시작됐다. 그 후 덴마크, 스웨덴의 스칸디나비아 국가들과 폴란드, 독일의 게르만족 국가들, 슬라브의 러시아가 이곳을 지배하기 위해 각축을 벌였다. 1582년에는 에스토니아 북부를 제외한 발트 3국 지역 거의 전체가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연방의 지배하에 들어갔으며, 그 이후 이 지역은 러시아 제국의 지배를 받았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발트 3국은 독립국이 됐지만 다시 소련에 합병됐으며 2차 세계대전 땐 독일과 소련의 격전지로 시달려야 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다시 소련에 합병된 후 1991년 소련이 해체되면서 비로소 독립국가의 지위를 되찾을 수 있었다.

발트 3국은 소련으로부터 독립과정에서 세계인들에게 잊히지 않는 감동을 선사했다. 1989년 8월23일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에서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까지 남북에 걸쳐 600㎞에 달하는 길을 200만명의 시민들이 인간띠를 형성한 것이다. 이날은 1939년 8월23일 스탈린과 히틀러가 독소 불가침 조약을 체결함에 따라 발트 3국이 소련에 편입된 지 5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자유를 갈망하는 인간사슬은 독립과 인권을 위한 비폭력투쟁의 상징이 되었으며 이들이 함께 부른 노래는 2009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잦은 외침 속에서도 자신의 문화를 지켜오고 저항을 위해 폭력이 아닌 연대와 노래를 선택한 발트 3국의 역사는 추운 겨울 광장에 모여 촛불을 켜는 우리와 많이 닮았다. 정치가 어수선한 요즈음, 조용한 대지 위에 햇살 가득한 하얀 세상이 문득 떠올랐다. 매일 반복되는 뉴스와 뿌연 하늘을 보니 발트 연안의 상쾌한 겨울 하늘이 그립다. 눈을 감으니 낯설지만 너무도 아름다운 자연, 고풍스러운 도시들, 그 속에서 소박한 삶을 일궈가는 강인한 사람들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발트 3국은 유럽의 북쪽에 위치해 있어 겨울이 춥고 길다. 
핀란드 헬싱키 공항 라운지 내 승객들.

그러나 발트 3국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려면 겨울이 제격이라는 생각에 주저없이 짐을 쌌다. 하얀 바다(발트 해)를 끼고 하얗고 아름다운 겨울이 그곳에 펼쳐져 있을 것이다. 발트 3국은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가 세로로 위치해 있다. 
한국에서 발트 3국을 가는 직항 항공기는 없다. 유럽의 대도시를 경유해야 한다. 경유지인 핀란드 헬싱키 공항에서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로 향하는 비행기가 승객을 맞이하고 있다.

이번 여행은 남쪽의 리투아니아에서 시작해 북쪽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아쉽게도 발트 3국 직항 항공기는 없다. 유럽의 대도시를 경유해야 한다. 핀란드의 헬싱키공항을 경유한 비행기는 13시간 만에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 공항에 내려선다.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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