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억 뿌리쳤지만 빵긋빵긋, 프랑스 가는 빵훈이

박린 2017. 1. 19.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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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종 FCO와 이적료 15억 입단 합의
새벽 0시20분 전화 받고 짐 챙겨
"돈보다 꿈 찾아 유럽으로" 파리행
고종수·박지성 장점 합쳤다는 평가
독일 전설 클린스만처럼 빵집 아들
부친 "디종에도 빵 돌려야겠다" 농담
프랑스 프로축구 디종에 입단하는 권창훈이 18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권창훈은 “꼭 성공해서 돌아오겠다”며 활짝 웃었다. [영종도=박린 기자]
18일 새벽 0시20분, 프로축구 수원 삼성 미드필더 권창훈(23)은 국제전화 한 통을 받았다. 프랑스 프로축구 리그앙(1부리그) 소속 디종FCO 이적이 확정됐다는 소식이었다. 디종 측은 권창훈에게 “빠른 합류를 바란다”며 이날 오전 9시45분 출발 파리행 전자항공권을 보냈다. 잠을 설친 권창훈은 짐부터 쌌다. 오전 7시 인천공항에 도착한 권창훈은 출국장에서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했다. 그는 “(언제쯤 가게 될지 몰라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파리행 항공권을 보니 이제야 실감난다”며 웃었다.

소속팀 수원은 이날 오전 권창훈의 디종 이적 합의내용을 공식발표했다. 계약기간 3년6개월, 이적료 120만 유로(15억원)다. 연봉은 디종측과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권창훈의 에이전트(최월규 월스포츠 대표)는 “연봉은 그리 많은 편이 아니다”고만 귀띔했다. 그는 “사실 지난 여름 알자지라(아랍에미리트)가 이적료 300만달러(35억원), 연봉 200만달러(23억원) 등 총 500만 달러에 (권)창훈이 영입을 제안해왔지만 거절했다”고 말했다. 500만 달러(58억원)면 꽤 큰 금액인데 왜 거절했을까. 권창훈은 “내겐 돈보다는 오랫동안 꿈꿨던 유럽 진출이 더 중요했다. 3~4년 후면 국방의 의무도 해야 한다. 주어진 시간동안이라도 큰 무대에서 모든 걸 걸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수원의 유스팀인 매탄고 출신 권창훈은 2013년 프로에 데뷔해 4년간 109경기에서 22골·9도움을 기록했다. 팀의 간판 미드필더로 축구협회(FA)컵 우승(2016)과 두 차례 K리그 준우승(2014, 15)의 주역이었다. 2015년엔 어린 나이지만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눈에 띄어 러시아 월드컵 2차예선에 출전한 국가대표팀에 뽑혔다. 2경기에서 3골을 터뜨렸고, 특히 성실하면서도 영리한 플레이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해 리우 올림픽에서는 2골을 터뜨리며 한국의 8강 진출을 이끌었다. 전문가들은 그를 두고 “고종수(39·수원 코치)의 천재성과 박지성(36)의 성실성을 겸비했다”고 평가한다.
1998년 창단한 디종은 빅클럽이 아니다. 1부리그에 속한 게 2011~12시즌과 이번(2016~17) 시즌 두 번뿐이다. 현재 4승8무8패로 20개 팀 중 16위다. 프랑스 리그앙은 18~20위가 하부리그로 강등되는데, 디종은 강등을 막기 위해 구단 역사상 세 번째로 높은 이적료까지 지급하면서 즉시전력감인 권창훈을 영입했다. 돈보다 유럽행을 원했던 권창훈도 구단 이름보다는 주전으로 뛸 수 있는 팀을 선택했다.

디종의 올리비엘 크로아렉 단장은 서정원(47) 수원 감독이 1998년부터 2년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뛸 당시 구단 직원이었다. 서 감독은 권창훈에게 "한국에서처럼 자신있게 너 만의 플레이를 하라"고 조언했다.

그간 많은 한국 선수들이 프랑스리그에 도전했지만 성공한 경우는 AS모나코에서 뛴 박주영(32·서울) 정도다. 박주영은 2008년부터 세 시즌 동안 25골을 터트렸고, 잉글랜드 아스널로 이적했다. 권창훈은 “ 배운다는 자세로 열심히 하겠다. 디종을 발판으로 다른 팀에 간다는 마음보다 디종과 운명을 함께 한다는 마음으로 뛰겠다”고 말했다. 그는 “수원은 유스 시절부터 7년간 몸 담았다. 수원 팬들은 홈에서든 원정에서든 가장 큰 목소리로 응원해줬다. 그 생각을 하면서 어딜 가든 기죽지 않고 뛰겠다”고 덧붙였다.

월드컵에서 11골을 터트린 ‘독일 축구의 전설’ 위르겐 클린스만(53)은 ‘보트낭 빵집 아들’로 불렸다. 슈투트가르트 보트낭의 빵집주인 아들이었던 클린스만은 아버지로부터 제빵기술을 배웠고, 가족들은 여전히 빵집을 하고 있다. 권창훈 별명에도 ‘빵’이 들어간다. 바로 ‘빵훈이’다. 아버지 권상영(58)씨가 30년째 빵집을 하고 있다. 개인 브랜드로 빵집을 하다가 2008년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으로 바꿨다. 재밌는 건 프랜차이즈 명칭에 프랑스 파리가 들어있다. 아버지 권씨가 “빵훈이가 빵의 본고장 프랑스에서 새로운 도전을 한다. 수원 클럽하우스에 종종 빵을 보냈는데, 디종에도 아들이 좋아하는 빵을 돌려야겠다”고 농담을 건네자, 권창훈은 “꼭 잘해서 ‘프랑스 빵훈이’라고 불리겠다”고 대답했다.

■권창훈은…

「생년월일: 1994년 6월 30일 체격(포지션): 1m74㎝, 69㎏ (미드필더) 소속팀: 수원 삼성(2013~16, 109경기 22골 9도움) 디종(2017~) 대표팀 기록: A매치 8경기(3골), 2016 리우 올림픽 8강(2골)」

■디종FCO 구단은…

「창단: 1998년 연고지: 프랑스 부르고뉴주 디종(파리에서 기차로 1시간30분 거리) 홈구장: 스타드 가스통 제라르 감독: 올리비에르 달로글리오(프랑스) 시즌 성적: 리그앙 16위(4승8무8패)」

영종도=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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