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부부가 사는 이천집

매거진 2017. 1. 18. 20:5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다시 함께하는 행복

가족들의 얼굴에서 처음 집을 짓고 마주한 감동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함께라서 더 행복하다는 두 집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집을 짓고 나서 더 많이 웃게 되었다는 우진원, 김은혜 씨 부부  


다양한 모습의 주택들이 모여 있는 마을 한편에, 닮은 듯 다른 모습의 집 두 채가 나란히 놓였다. 의류 브랜드 ROCKET×LUNCH와 AMONG을 운영하는 우진원, 김은혜 씨 부부와 은혜 씨의 부모님이 이곳에 둥지를 튼 건 작년 10월. 그 사이 계절이 변했고 해가 바뀌었지만, 서로 얼굴을 마주하며 얻는 기쁨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커져만 간다.

“신혼집이 서울 부암동에 위치한 주택이었어요. 2년이라는 짧은 시간을 머물렀는데, 공기 좋은 곳에서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은 큰 즐거움으로 다가왔죠. 이후 사무실과 가까운 작은 분리형 원룸으로 거처를 옮기다 보니 집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은 제한적이었어요. 이전과 너무도 다른 환경에 생활방식마저 변하더라고요.”

부암동에서의 좋았던 기억을 다시금 되찾고 싶었다는 두 사람은, 별안간 도심과 조금 거리를 둔 한적한 곳에 집을 짓기로 했다. 그리고 그 결심에 은혜 씨의 부모님이 동참해주었다.

“일단 아내의 고향이자 처가 부모님이 사시던 경기도 이천으로 땅을 알아보았어요. 경강선 전철이 개통되어 서울로의 출퇴근이 편리한 점도 지역 선택에 힘을 실어주었죠.”


똑 닮은 모습으로 나란히 배치된 두 집의 모습. 왼쪽이 부모님, 오른쪽이 부부가 사는 곳이다.  
ELEVATION


HOUSE PLAN

대지위치 : 경기도 이천시 / 대지면적 : 619㎡(187.24평)

건물규모 : 지상 2층 / 건축면적 : 112.82㎡(34.12평)

연면적 : 223.67㎡(67.66평) / 건폐율 : 19.84% / 용적률 : 36.13%

주차대수 : 2대 / 최고높이 : 8.8m

공법 : 기초 - 콘크리트 줄기초, 지상 - 경량목구조

구조재 : 벽 - 외벽 2×6 구조목 + 내벽 2×4 구조목 / 지붕 - 2×10 구조목

지붕마감재 : 알루징크 / 단열재 : 외벽 - 그라스울 24K 140㎜ + 비드법단열재 2종3호 60㎜ / 지붕 - 그라스울 24K 220㎜

외벽마감재 : 파렉스 아쿠아솔 / 창호재 : 알파칸 70㎜ 3중 유리 PVC 시스템창호(에너지등급 1등급) / 에너지원 : 도시가스

시공 : 위빌시티 전승희(www.webil.co.kr, http://cafe.naver.com/webuildstory)

설계 : 건축사사무소 삼간일목 권현효

총공사비 : 3억7천670만원(가구, 조경 제외)


따로 떨어져 있지만, 두 집을 연결하는 넓은 데크를 두어 언제든 함께할 수 있도록 했다. 
깔끔한 외관은 부부의 바람대로 오래 보아도 싫증 나지 않고, 주변 풍경과 잘 어우러진다. 
SECTION
부부에게도, 반려묘 웅이에게도 이젠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상이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주방은 상부장을 없애고 최소한의 가구만으로 단정하게 꾸몄다.


경치 좋은 주택단지에서 마음에 드는 땅을 발견한 부부는 본격적인 집짓기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평생 동고동락할 집이다 보니 건축가를 정함에서도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었다. 두 사람 역시 다른 예비 건축주들과 마찬가지로 관련 서적을 참고하며 설계자를 물색했고, 건축사사무소 삼간일목 권현효 소장을 만나 함께 작업하게 되었다.

“트렌드에 민감한 일을 하고 있다 보니 집은 오래도록 질리지 않고 특별한 기교 없이 단순한 구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린아이들이 흔히 그리는 집처럼 간단하게 말이죠. 박공지붕 디자인을 고집했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어요.”

우연히 눈앞에 나타났던 마음에 쏙 드는 집, 그 집을 설계한 건축가를 찾았으니 가장 큰 고민을 해결한 부부에게 이제 집을 짓는 건 그저 시간문제였다.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집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나갔고, 부부의 바람대로 군더더기 없이 딱 떨어지는 디자인에 새하얀 옷을 입은 두 채의 집이 긴 기다림의 시간을 거쳐 모습을 드러냈다.


마당으로 열린 큰 창과 2층까지 오픈된 높은 층고 덕분에 거실이 더욱 넓어 보인다.   /    헤링본 패턴의 바닥과 반짝이는 골드 빛깔 계단 난간 등이 내부를 더욱 빛내준다. 
양쪽 벽면 모두 수납장을 만들어 공간 활용이 가능하도록 배려한 현관    /     디자이너 부부의 거실 옆 작업 공간
PLAN - 1F (56.58 + 66.24㎡)


INTERIOR

내벽마감재 : 친환경도장, LG하우시스 벽지

바닥재 : 동화자연마루 강마루 / 구정마루 강마루

욕실 및 주방 타일 : 유로세라믹 수입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주방 가구 : 우림퍼니처

조명 : 유투조명, 루이스폴센 등

계단재 : 화이트오크 집성판재

현관문 : 성우스타게이트 방문 : 무늬목 / 자작합판(바오디자인)

붙박이장 : 우림퍼니처

데크재 : 방킬라이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부부 침실
별도의 다락을 둔 2층 방은 현재 게스트룸으로 사용 중이지만, 나중에는 아이 방으로 꾸며줄 계획이다. 침대 헤드 위 창을 통해 1층을 내려다볼 수 있다. 
TV도 보고 게임도 하는 다락방
다락에서 본 내부 전경    /    2층에서도 느껴지는 높은 천장고. 실링팬은 해외 직구를 통해 구입했다. 


PLAN - 2F (48.4 + 52.45㎡)
PLAN - ATTIC (23.42㎡)


부모님의 주택. 주방과 연결된 문을 열고 나오면 어머니가 가꾸는 작은 텃밭이 있다. 
수납에도 용이한 아일랜드 식탁을 놓아 주방과 거실 영역을 구분해주었다.  


말 그대로 닮은 듯 다른 두 집. 겉에서 보기엔 쌍둥이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내부는 각자의 취향과 필요를 모두 만족하게 할 수 있도록 요구사항을 꼼꼼히 반영해 달리 구성했다.

“각자의 생활이 있다 보니 한 지붕 아래 살며 혹시 모를 불편함이 생길까 봐 건물은 두 채로 나눠 지었어요. 대신 마당을 함께 쓰며 언제든 편하게 오갈 수 있는 큰 데크를 놓아 두 집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연결해주었죠.”

집을 짓고 보내는 매일은 두 가족의 단조로웠던 일상을 바꿔주는 계기가 되었다. 전에는 없던 마음의 여유가 생겼고, 똑같은 시간을 머물고 있지만 삶은 예전보다 풍성해졌다. 아직 이곳에서 보내지 못한 봄, 여름이 더욱 기다려진다는 가족. 커다란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 아래서 바라본 네 식구의 웃음 가득한 표정에서, 그 행복감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마당이 한눈에 들어오는 따뜻한 거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어머니. 집을 지은 덕에 매일 딸 부부를 볼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고.     /    딸 부부네와 마찬가지로 천장을 2층까지 오픈시켜 넓은 공간감을 확보했다.  


Architect’s Say : 건축사사무소 삼간일목 권현효 소장

“삶은 다시 합쳐진다”

삼간일목의 여러 작업을 살펴보고는 마음에 꼭 드는 집이 있어서 설계를 의뢰하고 싶다고 찾아온 젊은 부부는 한 채는 부부의 집으로, 또 한 채는 부모님의 집으로 하나의 필지에 두 개의 집을 짓고자 하였다. 제주도 민가의 안거리와 밖거리 처럼 서로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하면서도 함께 할 수 있는 하나같은 두 개의 집인 것이다. 독립한 부부와 독립한(?) 부모님의 삶은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며 다시 하나로 합쳐진다. 군더더기 없는 형태와 미니멀한 디테일을 바탕으로 부부는 기본적인 공간의 기능과 내부 마감에 대한 명확한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단순함과 명확함 속에서 장소가 가진 특성과 집에 대한 해석 그리고 의뢰인의 뚜렷한 생각을 어떠한 방식으로 결합하고, 합리적인 과정을 통해 하나의 집으로 빚어낼 수 있을까? 합리적인 선 안에서의 정직한 감각이 요구되는 프로젝트였다.

부부의 집과 부모님의 집은 필요한 기능의 공간을 바탕으로 적절한 면적으로 배분했다. 그리고 두 집을 이어줄 장치로 넓은 목재 데크가 대지 위에 깔리고 그 위에 형태가 유사한 두 집이 올려졌다. 두 집의 형태와 마감 재료는 건축주의 요구대로 아주 미니멀하게 디자인하였다. 그리고 두 건물의 사이 공간에는 가변적으로 지붕을 만들 수 있는 장치만 두고 남쪽을 향해 열어 두었다. 이 사이 공간은 날이 좋으면 타프를 치고 그늘아래서 휴식을 취할 수도 있고, 두 가족이 모여 야외 식사를 할 수도 있는 다양한 활동의 장소가 될 것이다. 남쪽으로 넓은 정원을 공유하면서도 부부의 집에는 주방 옆으로 작은 후정공간을, 부모님의 집은 다용도실 앞으로 텃밭을 두었다. 내부공간은 공통적으로 2층 높이의 오픈 공간을 중앙에 두어 내부적인 개방감과 소통 그리고 남향의 햇볕과 전망을 동시에 건물 내부로 깊숙이 끌어들일 수 있도록 하였다.

이천재는 명확한 형태와 단순한 구조 안에서 거주자의 성향과 생활의 지향을 풍부하게 받아들이고, 선명하게 노출시킨다. 복잡하지 않음에도 지루하지 않고, 늘 밝고 다채롭고 그리고 따뜻하다. 언니네 가족들이 주말마다 놀러 와서 부모님의 집에서 묵고 가고, 아침이면 부모님 집으로 건너가 다 같이 식사를 하고 출근해서 너무 좋다는 부부의 말은 함께 하고 싶었고, 다시 함께 할 수 있게 되었기에 찾아온 소중한 행복이 아닐까?

건축주 가족처럼 사이 좋게 놓인, 해질녘 두 집의 모습


건축가_ 권현효

경북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대학원과정을 마쳤다. 소오건축과 엄이건축에서 실무를 쌓았으며, 건축사사무소 삼간일목(三間一木)을 설립한 이후, 집은 건강하고 맑은 삶이 깃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건축 작업을 몫몫이 실천하고 있다. 02-6338-3131 | www.sgim.co.kr


취재_김연정   |  사진_변종석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17년 1월호 / Vol.215


Copyright © 월간 전원속의 내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