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 높아지는 트럼프 리스크..산업계 "대안 찾아라"

2017. 1. 1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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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산업팀 = "관세 위협이 현실화됐다. 대안을 찾아라."

오는 20일(이하 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국내 산업계에 떨어진 화두다.

보호무역과 신고립주의로 무장한 트럼프 당선인이 공식 취임하면 그간 여러 경로로 경고했던 '관세 위협' 수위를 더욱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산업·통상 관련 주장은 "미국 내에 공장을 짓고 투자해라. 그렇지 않으면 엄청난 관세를 물리겠다"로 요약된다.

트럼프는 유세 때부터 멕시코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들어오는 무관세 제품에 35%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약했다. 중국 상품에도 4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당선된 뒤인 지난 5일에는 일본 도요타 자동의 멕시코 공장 건설 계획을 거론하며 막대한 국경세를 내야 할 수 있다고 겁을 줬다.

트럼프의 '엄포'에 무게가 실리자 글로벌 자동차 제작사는 일제히 몸을 낮췄다.

도요타는 미국에 5년간 100억달러 투자하겠다고 했고, 포드는 멕시코 공장 건설 계획을 접고 미시간 공장에 7억달러를 투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사장은 500억 달러 투자 및 일자리 5만 개 창출을 약속했다.

트럼프 정부에 찍히지 않기 위해 글로벌 기업들이 일찌감치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이다.

수출 비중이 큰 국내 대기업도 잔뜩 긴장하며 발빠르게 대응에 나서고 있다.

자칫 판단이 늦어질 경우 미국 시장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어서다. 그렇다고 해서 무턱대고 뛰어들었다가는 나중에 '과잉 투자'라는 역풍에 시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냉철하게 상황을 분석한 뒤 적절한 대안을 신속하게 찾아야 하는 '난제'가 코앞에 놓인 것이다.

◇ 발 빠른 전자 "넋 놓고 있을 수 없다"

국내 산업계에서는 삼성·LG 등 전자업계가 미국 내 공장 건설 계획을 시사하며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하고 나섰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지난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수입해 판매하는 사람은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넋 놓고 있을 수 없다"며 올해 상반기 중 미국 내 생산공장 건설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LG전자는 테네시주 등 한두 곳을 공장 후보지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역시 미국 내 공장 건설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미국 내 가전 공장 건설을 포함한 여러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본토에 공장을 운영하는 것은 채산성을 비롯해 복잡한 계산이 필요한 만큼 종합적으로 살펴본 뒤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삼성전자가 지난해 인수한 럭셔리주방가전업체 '데이코'는 자체적으로 LA 공장 증설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 미국 판매법인의 자회사로 운영 중인 데이코는 미국 판매물량이 늘어남에 따라 현지 생산량을 늘리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에 수출하는 TV 물량 대부분을 멕시코 티후아나 공장에서 만들고 있다. 냉장고 등 가전제품은 멕시코 게레타로 기지에서 제조한다.

트럼프 정부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손을 대고 멕시코에서 유입되는 공산품에 보복관세를 물린다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도체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강경한 기술 봉쇄 정책을 쓸 경우 오히려 국내 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이 중국 반도체 기업의 인수합병(M&A) 등에 제동을 걸면 한국 기업 입장에선 꼭 나쁘게만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란 해석이다.

[연합뉴스TV 제공]

◇ 현대차 "미국에 5년간 3조6천억원 투자"

트럼프의 관세 위협이 현실화할 경우 당장 멕시코에 공장을 세운 기아차가 피해를 볼 수 있다.

기아차의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은 지난해 5월부터 양산에 들어갔다. 올해 25만대를 생산할 예정이다.

기아차 공장은 현재 포르테(K3) 1개 차종만 만들고 있으며 올해 신형 리오(프라이드)를 추가할 방침이다.

생산량의 60%를 북미로 보내고 중남미와 멕시코 현지 시장에는 각각 20%씩 배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들여오는 차량에 고율의 관세를 매길 경우 이 같은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포르테는 대형차보다 마진율이 낮은 준중형차라 약간의 관세만 붙어도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는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정진행 현대차 사장은 지난 17일 오는 2021년까지 앞으로 5년간 미국에 31억달러(약 3조6천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현대차가 지난 5년간 현지에 투입한 21억달러(약 2조5천억원)보다 훨씬 많은 액수다.

또 현대차그룹은 미국에 신규 공장을 건설해 수요가 많은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이나 제네시스를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정 사장은 말했다.

다만 새 공장 건설 문제는 생산 규모, 건설 지역, 설립 주체 등을 면밀하게 검토한 뒤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구상하는 '멕시코 대상 고관세 정책'이 오히려 미국 업체에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실현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 빅3는 2015년 197만대(GM 72만대, 포드 64만대, 피아트-크라이슬러 61만대)를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해 139만대를 미국으로 들여왔다.

기아차 멕시코 공장. [연합뉴스TV 제공]

◇ 철강업계 '관세폭탄' 우려…의약·방산·기계 호재 기대

철강업계는 미국의 수입규제가 상당 부분 진행된 데다가 업계 자체적으로도 어느 정도 대비를 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이 서로 막무가내식으로 '관세폭탄'을 던지면 우리도 사이에 끼어 상당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무역장벽을 피해 값싼 중국산 제품이 동남아 같은 우리나라의 수출 시장이나 국내로 밀려들게 되면 국내 철강업계에는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우리나라 철강업계는 저가의 중국산 철근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뿐만 아니라 각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어 우선 제품경쟁력을 높이는데 주력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반면 트럼프 당선인이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고 밝힌 점은 건설 기계 분야에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해외 의약품 수입 개방을 강조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의약품 수출기업에도 새 기회가 열릴 수 있다.

또 트럼프가 공약대로 방위비 지출을 늘리면 국내 방산업체도 어느 정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포항철강공단. [포스코 제공=연합뉴스]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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