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재산 안따지고 매달 최대 30만원 주겠다고?

김동섭 보건복지전문기자 입력 2017. 1. 18. 03:11 수정 2017. 1. 18. 10: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재명·박원순 등 야권 주자 '기본소득제' 대선공약 논란]
李 "청년·노인 등에 年100만원".. 朴 "취업자 제외하고 月 30만원"
여권 "전형적인 포퓰리즘".. 안철수·유승민도 보편적 복지 선그어
전문가 "안정적 일자리가 더 중요, 年20조~35조 재원 마련도 무리"

대선이 다가오면서 일부 야권 대권주자가 기본소득제 도입 공약을 내걸고 있다. 이 제도는 소득·재산·취업 여부 등에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일정액을 생활비로 지급하는 보편적 복지의 핵심이다.

◇이재명·박원순 시장이 적극적

일부 야권 대선주자가 주장하는 안은 완전 기본소득제가 아닌, 아동·청년·노인 등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부분 기본소득제'에 가까운 편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소득·재산에 상관없이 청년과 노인, 농어민, 장애인 등 2800만명에게 육아·아동·청년배당 등 형태로 연간 100만원씩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다. 현금으로 주면 저축해 돈이 잠길 수 있다며 지역에서 쓸 수 있는 지역 화폐(쿠폰)로 지급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시작해 단계적으로 완전 기본소득제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아동·청년·노인 등에게 월 30만원씩 지급하는 '한국형 기본소득제'를 주장하고 있다. 아동 수당(양육수당과 한부모수당)을 통합해 일원화, 청년수당 신설, 기초연금을 월 30만원으로 올리는 내용이다. 취업 연령인 중장년층(30~60세)은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되, 실업수당을 18세 이상 장기 실직자(2년 이상)에게 주고, 질병으로 실·휴직하면 건보 재정에서 현금(상병수당)을 주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아동·청년수당 등 기본소득제 요소를 부분적으로 도입하는 데 찬성하고 있다. 우선 기초연금은 이미 전체 노인의 70%에게 월 20만원 지급에서 80%에게 월 30만원씩으로 올리겠다고 했다. 청년수당은 미취업 청년만 대상으로 월 30만원씩 주고, 아동수당은 첫째아이에게는 월 10만원을, 둘째·셋째는 월 20만·30만원을 추가 지원하는 방안이다. 문 전 대표 쪽 관계자는 "당장 필요한 재원이 10조원으로 충분히 조달 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안철수 전 대표 측은 기본소득 같은 보편적 복지에 반대한다고 선을 그었다. 우선 기초연금은 지난 대선 때 모든 후보가 공약한 대로 모든 65세 이상 어르신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기본소득제는 찬성하지만, 전면 도입은 어렵다"고 했다.

◇법인세 등을 올려 재원 마련하겠다

여권은 이 같은 움직임을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기본소득제 도입 주장은 아직은 일부 튀는 대선 주자의 공약 성격이 강하다. 문재인 전 대표 쪽은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받을 것 같아 기본소득이라는 용어를 쓸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동수당과 청년수당 신설, 건보 재정에서 지급하는 상병 수당 등 '신상품'을 기본소득으로 포장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 등 발달로 일자리가 줄고, 소득 사각지대와 임금 격차가 커지는 상황에서 불평등 해소를 위해 기본소득 도입이 필요하다는 시각 자체는 앞으로도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문제는 재원 마련이다. 이재명 시장이 제시한 안대로 하면 연 28조원, 박원순 시장이 제시한 '한국형 기본소득제'를 추진하면 연간 20조~35조원이 필요하다. 현재 복지 예산에서 가장 큰 덩어리인 기초연금(10조원)과 기초생활보장예산(9조원)을 모두 합쳐 20조원가량인데, 실현 가능성이 의문이다. 실제로 추진할 경우 증세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용하 전 보건사회연구원장은 "청년들에게는 당장 돈을 쥐여주는 것보다 안정적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이 더 시급하다"며 "노동 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기본소득을 주겠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김원식 건국대 교수는 "사실상 모든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주겠다는 것은 제2의 기초생활보장 제도를 만들겠다는 의미"라며 "기초생활보장제도 자체도 현재 의료·생계·주거 급여 등 개별 서비스로 전환하는 중인데 이런 흐름에도 역행하는 발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유럽 복지 선진국에서도 이제 기본소득을 시험해보는 단계인데, 갈 길이 먼 우리나라에서 대선 공약으로 나오는 것은 성급해도 너무 성급하다"고 말했다.

☞기본소득

국가가 재산이나 소득, 취업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균등하게 지급하는 소득이다. 현재 야권 대권주자들이 거론하는 기본소득은 모든 구성원에게 지급하는 ‘완전 기본소득’이 아닌, 아동수당, 청년수당, 기초연금에다 실업수당 등을 추가하는 ‘부분 기본소득’에 가깝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