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담배 꼬나문 10대 보면..훈계 멱살잡이 말고 신고를"

김민욱 2017. 1. 17.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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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놈이..담배 꺼" 하다가
폭행으로 번진 사건 늘어나
경찰, 보호자·학교에 알려 선도
담배 판매 업주 추적해 처벌도

경기도 오산시 W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부 이모(36·여)씨는 최근 아파트 인근 버스정류장으로 가던 중 후미진 산책로에 서서 담배를 피우는 청소년 2명을 발견하고 몹시 불쾌했다. 세 살배기 아들을 데리고 외출하던 중에 담배 연기가 날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씨는 고개를 푹 숙인 채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괜히 훈계하려다 ‘해코지’를 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앞섰기 때문이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김모(67)씨도 이달 초 홍제천 산책로 주변 상가 골목길에서 쭈그리고 앉아 담배를 꼬나문 청소년 3명과 마주쳤다. 한눈에 봐도 앳돼 보이는 10대들이었다. 금연 치료를 일주일째 받고 있는 김씨는 담배의 해악을 알려주고 일탈 행동을 꾸짖고 싶었지만 포기했다. 김씨는 “청소년 선도에 책임감을 느끼는 기성세대로서 모른 체하려니 기분이 내내 찜찜했지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난감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단순 무시형’ 어른들이다.

섣불리 훈계하려다 폭행사건으로 비화된 사례도 숱하게 많다. 지난해 8월 장모(57)씨 등 2명은 서울 동대문구 외대 앞 전철역 인근 길가에서 고교생 2명이 담배 피우는 장면을 보자 “담배 안 꺼, 이 새끼들아”라며 발끈했다. 이에 고교생들이 거칠게 반발하자 주머니에 있던 커터칼을 휘둘러 결국 장씨 일행이 모두 구속됐다. 경기도 수원에서는 흡연 청소년을 꾸짖다 20대 대학생이 청소년들에게 얼굴 등을 폭행당해 2주간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폭력으로 번진 ‘적극 훈계형’ 어른들이다.

최근에는 경찰에 신고하는 어른들이 늘고 있다. 경기도 안양시 인덕원에 사는 주민 A씨는 지난해 12월 25일 저녁 시간에 집 근처 공원에서 여중생 2명이 담배 피우는 장면을 목격하고 곧바로 112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관은 여중생을 지구대로 데려가 주의 조치하고 가족에게 넘겼다. A씨는 청소년들과의 물리적 충돌을 피한 ‘112 신고형’ 어른이다.

일상생활에서 청소년들의 흡연 장면을 목격했을 때 ‘세대 갈등’이 자주 빚어지면서 기성세대들의 대응 방법도 이처럼 다양한 유형을 보여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어른이란 이유로 단도직입적으로 훈계에 나서기보다는 ‘112 신고’처럼 우회적인 문제 해결법을 찾는 것이 물리적 충돌을 피하면서 선도 효과를 거두는 현명한 행동이라고 조언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신만 생각하는 10대 청소년들은 (어른들의) 훈계를 부당한 참견으로 여기고 흥분해 반항하기 쉽다”고 분석했다.

흡연을 둘러싼 세대 갈등이 자주 폭력으로 번지자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 4일부터 페이스북에 ‘112 신고’를 현명한 대처 방법으로 제시하고 적극 홍보에 나섰다. 112 신고 분류상 ‘청소년 흡연’이 아직 별도 항목으로 마련돼 있지 않아 정확한 통계를 뽑기는 어렵다. 하지만 경찰은 “성인들의 청소년 흡연 신고가 최근 늘어 SNS 홍보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112 신고를 받은 경찰은 청소년보호법 50조에 따라 보호자나 학교에 통보해 해당 학생에 대한 선도 교육이 이뤄지도록 한다. 경찰은 문제의 담배를 판매한 업주를 추적해 청소년 유해약물 판매자로 처벌해 ‘공급원’ 차단에도 나선다. 현행법상 판매자에게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등의 책임을 묻는다. 담배사업법에 따르면 청소년에게 담배를 판 편의점·수퍼 등 소매점에 지방자치단체장이 영업정지(1년 이내)를 명령할 수도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청소년 건강 행태 온라인조사’(2016년)에 따르면 남학생 청소년(중1∼고3)의 흡연율은 9.6%다. 흡연자가 증가하는 초등생을 빼더라도 청소년 흡연자는 10명 중 1명꼴이다. 담배 구입 용이성(최근 한 달간 담배를 구입한 비율)은 같은 조사에서 71.4%나 됐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좋은 뜻의 훈계라고 해도 폭행을 당한 청소년이 처벌을 원하면 어른을 입건할 수밖에 없다”며 “폭행 피해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효과적인 대처 방안”이라고 조언했다.

수원=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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