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국립대 총장 임명 '아수라장' 자초한 교육부

윤석만 2017. 1. 17.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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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 8곳의 교수 8명이 18일 박근혜 대통령을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국립대 총장 후보자들의 현직 대통령 고소는 유례없는 일이다. 이들은 소속 대학에서 총장 후보 1순위로 뽑혔다. 하지만 실제 총장이 된 경우는 없다. 이례적으로 2순위 후보가 총장으로 임명됐거나 아예 공석인 상황이다.

이런 ‘국립대 총장 인사 전횡’ 조짐은 사실 2015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까지 국립대학들은 총장 후보 2명을 1·2 순위를 매겨 교육부에 추천해 왔다. 그러면 교육부는 정해진 절차를 거쳐 1순위를 총장으로 임명하는 게 통상적인 수순이었다. 그런데 교육부가 갑자기 “후보 추천 절차를 정상화하겠다. 앞으로 후보 추천하면서 순위를 매기지 말라”고 한 것이다. 그러면서 “대학의 추천권과 인사권자의 임용권을 조화시키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대학들은 반발했다. “후보순위는 대학 구성원들의 의사가 반영된 것인데 이를 금지하는 건 정권이 맘대로 총장을 임명하겠다는 의도”라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교육부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입장을 고수했다.그러나 불행하게도 이후 국립대 총장 임명 과정은 사실상 파행을 거듭했다. 임명이 전에 없이 늦어지기 시작했고, 왜 그런지 설명도 없었다. 게다가 경북대 등 5개 대학에서는 2순위 후보가 총장에 임명됐다. 나머지 대학은 길게는 2년 넘게 총장이 공석인 채로 남겨졌다. 이런 이면에서는 정권 차원에서 비판적인 교수들을 낙인 찍고 총장 임명에서 배제한 정황도 드러났다. “청와대의 오더가 있었다”(교육부 고위관계자), “민정수석이 교수 성향을 검증해 낙마시켰다”(전 청와대 수석)는 증언도 나왔다.

1순위, 2순위 구분도 없으니 청와대 입장에선 더 부담 없이 총장감을 선택할 수 있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결국 교육부가 ‘후보 추천과 임명절차의 정상화’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비정상화’된 것이다. 국립대 총장은 차관급 공무원이고 임용권자가 대통령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또 대학 내부에서 1순위로 뽑혔다고 해서 반드시 임명해야 한다는 법도 없다. 문제는 정권이 사실상 마음대로 국립대 총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길을 교육부가 스스로 열어 줬다는 점이다. 정권에 잘 보이기 위해 일부 후보자가 충성서약까지 해 총장이 됐다는 소문까지 나돈다. 교육부는 이제라도 국립대 총장을 둘러싸고 아수라장이 된 이유를 꼼꼼히 따져보고 수정했던 규정이 문제가 있다면 폐지하거나 고쳐야 한다. 그래야 ‘비정상’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

윤석만 사회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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