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내각 지수'로 새 행정부 정책효과 점친다

한광덕 입력 2017. 1. 16. 15:46 수정 2017. 1. 16.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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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개 상장사주가로 구성한 지수 만들어
골드만삭스·엑슨모빌 등 각료 지명자 관련 종목들
대선 다음날 5% 폭등..S&P500지수보다 상승률 높아
20일 행정부 출범날짜 다가오자 지수 오히려 주춤
시장, 인프라투자 등 실현가능성에 미심쩍어 하는듯

[한겨레] “트럼프 효과를 알려면 ‘트럼프 내각 지수’(Trump Cabinet Index)를 살펴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가 지명한 장관 후보들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기업들의 주가로 구성한 ‘트럼프내각지수’는 대선 이후 고공행진을 이어왔다. 시장의 대표지수인 에스앤피(S&P)500보다 높은 상승률을 나타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최근 두 지수의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이 오는 20일(현지시각)로 다가오면서 트럼프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시장이 의심하기 시작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는 규제 완화와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공언해 당선 뒤 미 증시의 랠리를 불렀다.

지난 13일 미 뉴욕증시에서 에스앤피500지수는 2274.64로 마감해 대선이 치러진 지난해 11월8일(2139.56) 이후 6.3% 상승했다. 같은 기간 트럼프내각지수는 9.8% 올라 상승폭이 더 컸다. 이 지수는 대선 다음날에 5%나 폭등하는 등 5거래일 만에 10.3%가 뛰었을 정도 급등세를 보였다.

트럼프 예비 내각은 ‘초갑부 내각’으로 불린다. 제너럴다이내믹스, 골드만삭스, 엑슨모빌 등 초거대 기업의 경영에 관여한 억만장자들이 모인 탓이다. 여기에 착안해 미국의 경제전문 방송 <시엔비시>(CNBC)는 이들이 주식을 갖고 있거나 경영에 참가한 상장사 15곳의 주가를 평균해 지수를 만들었다. 트럼프의 공약인 규제 완화와 직결되는 금융과 에너지, 인프라 투자의 수혜를 입는 산업·소재 기업들이 포진해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트럼프 내각과 백악관의 인력은행 구실을 한다.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 내정자는 골드만삭스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 출신이다. 므누신이 246만여주를 보유한 씨티그룹은 트럼프내각지수 종목으로 선정됐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에 지명된 게리 콘은 지난해 말까지 골드만삭스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였다. 트레이더 출신인 그가 들고 있는 골드만삭스 지분(87만2712주) 가치는 16일 현재 2억1320만달러(2505억원)에 이른다. <시엔비시>는 국가경제위원장이 각료는 아니지만 영향력이 막강해 골드만삭스 주가를 지수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백악관 수석전략가에 지명된 스티브 배넌 역시 골드만삭스에서 인수합병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지난 12일에는 골드만삭스 사회공헌재단 이사장 디나 파월이 백악관 경제담당 선임고문으로 합류했다. 골드만삭스 주가는 대선 당시 181.92달러에서 현재 244.3달러로 34.3% 급등했다. 금융감독을 강화한 도드-프랭크법을 폐지하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이 주가를 밀어 올렸다.

트럼프의 전통에너지 규제 철폐 의지는 장관 인선을 통해 확인됐다. 국무장관 내정자 렉스 틸러슨은 미 최대 석유회사 엑슨모빌의 회장이며 에너지부 장관에 내정된 릭 페리는 에너지회사 2곳의 이사를 지냈다. 상무장관 내정자 윌버 로스는 석유 탐사업체 엑스코리소시스 주주다. 이들이 장관에 지명될 때마다 에너지회사 주가는 뛰었다. 부실기업 사냥에 능해 ‘파산의 제왕’으로 불린 윌버 로스는 세계 최대 철강업체 아르셀로미탈의 사외이사도 맡았다. 그가 9.57%를 보유한 무역업체 넥시오솔루션 주가는 대선 이후 29.3% 올랐다.

교통장관에 지명된 일레인 차오가 사외이사를 지낸 웰스파고·뉴스코퍼레이션 등 4개사와 국방장관 내정자 제임스 매티스가 이사로 근무한 방산업체 제너럴다이내믹스도 트럼프내각지수를 띄우는 기업이다.

은행가와 기업인의 중용은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내각을 떠올린다. 조지 슐츠 당시 국무장관은 다국적 건설업체 벡텔의 회장이었고 도널드 리건 재무장관은 메릴린치 회장 출신으로 금융규제 완화를 추진했다. 김학균 미래에셋대우 투자분석부장은 “트럼프 내각을 보면 사적 업무와 공직 수행 사이에 이해 상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트럼프내각지수는 인프라 투자와 에너지 산업 확대 등에 대한 기대로 지난달 10일 12.4% 상승한 뒤 주춤한 상태다. 트럼프가 지난 11일 당선 뒤 첫 기자회견에서 재정정책에 관한 언급을 하지 않자 시장은 적잖이 실망했다. 박주선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오는 20일 트럼프 취임 뒤 순차적으로 공개될 세부 정책을 해석할 때 트럼프내각지수의 움직임을 가늠자로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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