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포세대' 여가·결혼·연애·꿈·내집·출산 순서로 포기
언제나 부정적 감성이 전체의 65%
포기 1순위 남성 결혼, 여성 출산
하루하루 힘들어 노후 걱정은 못해
“내일이 아닌 오늘을 바꿔 달라.”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이 전하는 ‘빅데이터 민심’은 이렇게 요약된다. 송 부사장은 2013년부터 4년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올라온 블로그 포스트 5억8400 만 건을 분석해 13일 ‘리셋 코리아: 내가 바꾸는 대한민국’ 행사에서 발표했다. 그는 먼저 SNS 글에서 ‘행복·만족’과 ‘고민·걱정’을 반영하는 단어의 출현 빈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고민·걱정 등 부정적인 감성이 전체의 65% 정도를 차지했다. 고민·걱정의 대상은 크게 세 가지였다. 취업과 결혼·출산이다. 노후 걱정은 전체의 3%에 불과했다.
N포세대가 가장 먼저 포기하는 게 남자는 결혼, 여자는 출산이라는 점이다. 결혼과 출산이 함께 줄어드는 추세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큰마음을 먹고 애를 낳으면 현실은 더 각박해진다. 출산 후 두 돌까지 2000만원이 필요하지만 자기가 버는 소득도, 국가 지원도 턱없이 모자란다. 그래도 아이 교육은 포기하기 힘드니 삶의 여유가 사라진다. 송 부사장은 “주변에서 이런 길을 걷는 사람들을 보며 청년들은 지레 결혼할 마음을 접는다”며 “아이에게 이런 삶을 물려주느니 차라리 안 낳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SNS에서 노후 걱정이 적은 이유도 마찬가지다. 당장 하루하루를 버티기 힘들어 노후를 생각할 여력이 없다. 내 노후는커녕 나이 든 부모를 부양하기도 힘들다. 어차피 대책이 없으니 생각조차 하기 싫다. 송 부사장의 결론은 이렇다. “한국인들은 ‘장밋빛 내일’보다 당장의 현실을 개선할 방법을 원하고 있다.”
이어 발표에 나선 김춘석 한국리서치 상무는 “여론조사 결과 촛불집회에 ‘공감한다’는 응답이 83%로,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16%)을 크게 앞섰다”며 “여야 정권교체 가능성에서는 ‘교체될 것이다’가 84%로 압도적”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탄핵에 대해선 ‘헌법재판소 심판이 늦어질수록 국정 혼란이 길어지므로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72%로, ‘서두르지 않아야 한다’(26%)를 앞섰다.
은재호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숙의적 공공협의의 의의와 조직화 방안’ 발표에서 “자발적 참여가 중요할수록 자존감은 높아지고 정책에 대한 수용성이 높아지며 책임을 느끼고 성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협력할 것”이라며 “리셋 코리아에서 오프라인 토론과 온라인 토론 플랫폼까지 구체화된다면 그 원칙은 객관성·중립성·투명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나현철 논설위원 tigera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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