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판을 흔들다, 우리카드 '파란'

박소영.오종택 2017. 1. 16.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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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꼴찌팀 확 바꾼 외국인 선수
1m96.5cm '작은 키'에 나이 적지만
쉼 없는 연습으로 에이스 자리잡아
자극 받은 팀원들 '우리도 해보자'
20번 중 19번 진 삼성화재에 역전
창단 8년 만에 플레이오프 도전장

프로배구 우리카드는 만년 하위권이다. 지난해까지 창단 후 7년간 우리카드에게 포스트시즌은 구경하는 남의 잔치였다. 특히 최근 두 시즌은 속이 더 쓰렸다. 창단 2, 3년차 ‘막내’ OK저축은행의 우승마저 지켜봐야 했다. 창단 8년, 마침내 우리카드에게 포스트시즌 진출 기회가 왔다. 변화의 중심에는 팀의 막내인 외국인 공격수 크리스티안 파다르(21·헝가리)가 있다.

우리카드는 1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홈경기에서 삼성화재에 세트스코어 3-1로 역전승했다. 4연승. 13승10패(승점 40)의 우리카드는 한국전력(승점 39)을 4위로 끌어내리고 플레이오프에 직행하는 3위로 올라섰다. 선두 대한항공(15승7패·승점 43)과 승점 차도 불과 3이다.
‘만년 하위권’ 프로배구 우리카드가 올 시즌 파란을 일으키며 창단 8년 만에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린다. 그 중심에는 21살 외국인 선수 파다르가 있다. [사진 오종택 기자]
2009년 창단 이후 우리카드의 역대 최고성적은 정규시즌 4위다. 2014~15시즌에는 고작 3승(33패)이었다. 지난 시즌에도 7승(29패)으로 두 시즌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다. 특히나 삼성화재만 만나면 한없이 주눅 들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모두 20차례 만났는데, 1승(19패) 뿐이었다. 그런 삼성화재를 상대로 거둔 승리라 기쁨도 더 컸다.

이날 만큼은 전력도, 분위기도 우리카드가 파워하우스(강자)였다. 시즌 첫 만원관중(4010명) 앞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1세트를 22-25로 내줬지만, 2, 3세트를 연거푸 따냈다. 국내선수들도 고루 활약했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파다르가 해결사 역할을 했다. 특히 팽팽한 접전이 벌어진 4세트에는 파다르가 고비마다 점수를 챙겼다. 파다르는 특히 4세트 매치포인트에서 블로킹으로 경기를 마무리 한 뒤 크게 포효했다. 이날 파다르는 혼자 32점을 뽑았다.

외국인 드래프트에서 우리카드는 1번을 받을 확률이 가장 높았지만 운이 따르지 않으면서 5번까지 밀렸다. 그렇게 해서 뽑은 게 파다르다. 김상우 우리카드 감독은 “파다르를 뽑을 때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다른 외국인 선수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키, 어린 나이가 마음에 걸렸다”고 고백했다. 파다르는 1996년생으로 만 21살, 팀에서 가장 어리다. 대개 외국인 선수는 경험이 풍부한 20대 후반~30대 초반 선수를 선호한다. 키는 1m96.5㎝로 외국인 선수 중 가장 작다. 여러 모로 악조건이다 보니 드래프트에 앞서 참가자 24명을 평가한 순위에서도 21위였다.

그럼에도 김상우 감독은 왜 파다르를 뽑았을까. 지난 13일 훈련장에서 만난 파다르는 “내가 키는 좀 작지만 팔을 위로 쭉 뻗은 총 길이(2m67㎝)는 길다. 스파이크 점프 높이(1m5㎝)도 좋다”고 자랑했다. 김 감독 역시 그런 장점을 보고 뽑았는데, 그 선택이 적중했다. 16일 현재 득점 2위(602점)고, 트리플크라운(서브·후위공격·블로킹 득점 각 3개 이상)도 세 차례 기록했다. 우리카드 동료들은 “지금까지 우리카드에 온 최고 외국인선수”라는 평가에 이견이 없다.

파다르는 한국에서 업그레이드 됐다. 처음엔 기본기 부족이 눈에 띄었다. 블로킹에선 손바닥이 뒤로 젖혀졌고, 토스는 자신이 없어 꺼려했다. 파다르는 “헝가리에선 무조건 때리는 연습만 했다. 배구를 더 잘하고 싶어서 외국행을 결심했고, 기본기를 잘 다져주는 한국 리그에 관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팀에 합류한 이후 코칭스태프가 알려주는 기술을 마른수건처럼 빨아들였다. 토스는 안정을 찾았고, 서브는 더 강해졌다. 블로킹도 자신이 생겼다. 김 감독은 “성장하는 게 눈에 보인다. 코트를 보는 시야도 넓어져 요즘은 강타와 연타도 적절히 섞어서 때린다”고 칭찬했다.

점프력이 강점인 파다르가 가장 신경쓰는 건 체중이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체중계에 오르는 그는 아침식사 후, 점심·저녁식사 전후까지 하루 6차례나 체중을 잰다. 그는 “103.5㎏를 기준으로, 1㎏ 정도의 증감만 허용한다. 적절한 체중 유지가 완벽한 컨디션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패스트푸드는 입에도 안 대며, 지방이 적은 육류 위주 식단을 고집한다. 인터뷰 도중 체중 측정을 제안했다. 파다르는 “점심식사를 했기 때문에 104.5㎏ 정도 나갈 것”이라고 말했는데, 실제로 체중계에 104.6㎏이 찍혔다.

스물 한 살, 한창 놀기 좋아할 나이지만 이처럼 자기관리에 철저한 파다르는 동료들에게도 자극제가 됐다. 파다르는 “계속 져서 그런지 처음 왔을 땐 팀 분위기가 많이 처져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예전 그 팀이 아니다.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힘이 생겼다”고 말했다.

파다르의 코리안 드림은 예상대로였다. “우리카드에서 생애 첫 우승을 하고 싶다”는 파다르의 표정엔 자신감이 넘쳤다.

■크리스티안 파다르는

「생년월일: 1996년 11월 14일(만 21세)
체격: 1m96.5㎝·103.5㎏
국적: 헝가리
포지션: 라이트 공격수
스파이크 점프: 1m5㎝
경력: 2014~2016 놀리코 마세이크(벨기에), 2016~ 우리카드(한국)」

글=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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