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어도 좋은 파리..낭만 가득 시티 트레킹

글 사진 이두용 입력 2017. 1. 15. 11:3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몽마르트르 언덕, 센 강 지나 미술관·박물관 가는 트레킹 코스 추천
에펠탑은 야간에 시간대별로 조명을 밝혀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프랑스에 가면서 무슨 겨울 코트냐? 거긴 한겨울에 눈도 안 내려.” 파리 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을 때 친구가 해준 얘기다. 한국은 연말 분위기에 한창 들떠 있던 시기, 프랑스의 겨울이 궁금했다. 두꺼운 옷을 여러 벌 챙겼다가 친구의 얘기를 듣고 도로 꺼냈다. 하지만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 도착했을 때 비행기 창밖으로 눈이 내리고 있었다. 전부 녹긴 했지만 처음 마주한 파리의 겨울은 생각보다 추웠고 모든 것이 새로웠으며 그만큼 아름다웠다.
에펠탑은 시간과 날씨, 보는 위치마다 다른 느낌이 들게 했다.
과거 왕궁이었던 루브르박물관은 건물이 곧 예술작품이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에펠탑 봤음 파리의 절반은 본 것

유럽에서 3번째로 큰 나라 프랑스는 명실상부 세계인의 감성을 자극하는 곳이다. 수도 파리는 패션과 예술의 도시로 늘 많은 사람으로 넘쳐난다. 16세기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였던 카를 5세는 ‘파리는 단순한 도시가 아니라 하나의 세계’라고 말했다. 각 나라의 대도시가 저마다 소우주를 이루고 있지만, 특히 파리에는 인간이 꿈꾸는 모든 것이 존재한다는 의미였다고 한다.

파리 중심엔 에펠탑이 있다.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과 로마의 ‘콜로세움’ , 파리의 ‘에펠탑’만큼 도시를 대표하는 상징도 없을 것이다. 파리를 찾는 관광객들은 에펠탑과 함께 멋진 추억 하나씩을 꿈꾸며 날아온다. 나 역시 파리에 머무는 동안 에펠탑이 근사하게 보이는 풍경을 찾아다녔다.

야간에 가까이에 다가섰을 때 더욱 아름다운 빛을 보여줬던 에펠탑.
에펠탑은 파리 중심을 흐르는 센 강Seine의 서쪽 변두리 샹 드 마르스 공원 한편에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혁명 100주년이던 1889년 개최된 파리 만국박람회 때 귀스타브 에펠이 설계해서 세웠다. 301m의 높이로 당시 세계 최고 높이였지만 당시엔 철골 덩어리라는 이유로 일부 지식인들의 비난을 받았다고 한다.

에펠탑은 내부에 3개의 전망대를 갖추고 세계인을 맞는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파리 시내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된다. 에펠탑을 조망하기에는 센강 건너편 사요 궁전의 테라스가 명당이다.

높은 건물이 거의 없는 도시에 우뚝 서 있어 맑은 날, 흐린 날, 안개가 낀 날 등 기상의 변화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야간에는 시간대별로 조명을 밝혀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춥다고는 했지만, 겨울이 우리나라만큼은 춥지 않으니 조명 점등시간에 맞춰 에펠탑을 찾는 것도 좋겠다.

걷는 것을 좋아한다면 노트르담Notre-Dame 성당이 있는 노트르담 지하철역에서 내려 성당을 구경하고 센 강을 따라 걸으며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에 등장했던 퐁네프 다리Pont-Neuf Bridge를 비롯해 여러 개의 다리를 지나 에펠탑까지 오는 것을 추천한다.

파리는 거리마다 이정표가 잘 갖춰져 있어 걷기에 더없이 좋다.
파리가 시티 트레킹 천국?

얘기한대로 사진기 하나 들고 센 강을 따라 걷는 일은 약간(?)의 수고에 비해 얻는 게 많다. 가벼운 배낭에 간단한 간식과 음료, 지도 등을 챙겨 넣고 귀에는 샹송이 흘러나오는 이어폰을 낀 채 센 강을 따라 걸으면 마치 파리지엔이라도 된 것처럼 걸음마다 설렌다.

몇 개 안 돼 보여도 센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는 30여 개에 이른다. 비슷비슷해 보여도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어 다리가 만들어진 1800년대 파리가 오롯하게 느껴진다. 야간에 강을 따라 걸으면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주인공이 되어 영화 속 1920년대로 돌아간 착각까지 든다. 우연히 ‘달리’나 ‘헤밍웨이’ , ‘피카소’를 마주칠지도 모르니 정신 바짝 차리자.

겨울이 더 화려한 파리 최고의 패션 거리 샹젤리제.
강가를 조금 걷다가 대중교통을 이용해 에펠탑까지 가려던 사람도 보통은 끝까지 걸어서 가게 된다. 강 건너로 보이는 건물과 조형물이 전부 그림 같아서 발걸음 돌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진 찍는 게 취미라면 숙소에서부터 워킹화나 트레킹화를 신고 나오는 게 좋다.

파리에 머물면서 사실 지도를 챙겨본 적이 없다. 우선 거리마다 이정표가 잘되어 있었다. 그리고 어딘가를 가던 중 막다른 곳을 만나도 그곳 풍경마저 멋있었기 때문에 맘이 상했던 적이 없었다. 고작 몇 주였지만 사람들이 파리를 좋아하는 이유를 도시의 거리와 건물, 평범한 사람들에게서 느낄 수 있었다.

샹젤리제 거리를 따라 야트막한 오르막을 따르면 만날 수 있는 개선문.
파리 거리 중 가장 유명한 곳은 누가 뭐래도 패션의 거리 샹젤리제Aux Champs-Elysees다. 겨울에는 화려한 트리 장식으로 더욱 아름답다. 이곳 역시 센 강을 따라서 갈 수 있는데 강의 북쪽에서 콩코르드 광장을 따라 북서쪽으로 이어져 있다. 총 1,880m 거리의 길엔 세계적인 명품매장들과 자동차 전시장, 호텔, 레스토랑이 즐비해 볼거리가 많다. ‘파리 개선문’으로 유명한 드골 광장까지 이어진다.

사실 파리는 시티 트레킹의 천국이다. 하루 정도 여유가 있다면 파리 보헤미안 예술가들의 아지트 몽마르트르 언덕Montmartre을 추천한다. 아기자기한 상점을 돌며 사크레 쾨르 대성당이 있는 정상에 올라 파리 시내를 내려다보고 뮤지컬과 영화로 유명한 댄스홀 ‘물랭루주Moulin Rouge’까지 걸어서 내려와도 좋다.

몽마르뜨 언덕의 사크레 쾨르 대성당의 야간 풍경도 운치가 있다.
몽마르뜨의 상점과 카페는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몽마르뜨 인근에선 뮤지컬과 영화로 유명한 댄스홀 ‘물랭루주’를 빼놓을 수 없다.
최고와 최대를 아우르는 집대성

어떤 나라를 방문하든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알고 싶다면 박물관을 찾는 게 상책이다. 박물관은 전시된 내용에 따라 민속이나 미술, 과학, 역사박물관 등으로 나뉜다. 프랑스 파리에는 누구나 알고 있는 박물관이 하나 있다. 미술이 전시의 중심인 루브르박물관이다.

이곳은 영국의 대영박물관, 러시아의 에르미타슈미술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손꼽힌다. 최초 1190년 지어졌을 당시엔 요새로 사용됐다고 한다. 16세기 중반 왕궁으로 재건축되면서 그 규모가 커졌다고. 덕분에 1793년 궁전 일부가 중앙 미술관으로 사용되면서 루브르는 궁전의 틀을 벗고 박물관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이후 5세기 동안 유럽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회화, 조각 등 수많은 예술품을 수집해 오늘날 30만 점가량에 이르게 됐다. 소장하고 있는 예술품의 숫자만으로는 세계 최대다.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세기의 대작이 걸려 있어 걸음이 조심스럽다.
값을 측정할 수 없다는 세계 최고의 명작 모나리자. 필수 코스다.
루브르박물관 전체를 꼼꼼하게 돌아보려면 며칠은 걸린다. 관심 있는 작품이 있으면 그 위치를 파악해 미리 동선을 짜두는 것이 좋다. 박물관 입구에는 유리로 된 피라미드가 설치돼 있다. 1989년 중국계 미국인 건축가 ‘에이오 밍 페이’가 설계한 것인데 당시엔 큰 반대를 불러일으켰지만, 지금은 루브르박물관의 상징이 되었다. 과거 궁으로 사용했던 곳이라 박물관 외관은 지금도 기풍이 느껴진다. 신기한 건 수백 년 뒤에 세워진 유리 피라미드도 궁합이 어색하지 않다는 것. 박물관 앞에 둘만 해서 만들어졌겠지 싶었다.

박물관 실내에 들어서니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어느 층 어느 코너를 돌아도 세기의 명작으로 가득했다. 그중 2층은 유명한 작품이 많아 항상 붐빈다고 한다. 이곳엔 19세기 프랑스 회화가 주로 전시돼 있는데 앵그르, 다비드, 들라크루아 같은 거장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더욱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으로 불리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도 이곳에 전시돼 있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명작이라고 하니 루브르박물관에 가면 반드시 사진 한 장 찍어두자.

기차역이었던 과거 인테리어가 남아 있는 오르세미술관의 내부.
으뜸에 맞서는 버금, 오르세미술관

솔직히 프랑스를 여행하면서, 그것도 파리에 머무는데 단 며칠 일정으로 왔다는 건 참말로 아쉬운 일이다. 몇 년에 한 번씩 다녀갈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모를까 몇 시간 둘러보기 위해 루브르박물관을 방문한다는 건 돌아서기 아까울 정도로 서운한 일이다.

며칠의 여유가 있고 걸으면서 도시를 충분히 만끽하고 싶다면 하루는 센 강을 따라 루브르박물관을 관람하고, 다음 날엔 다시 센 강을 따라 오르세미술관을, 그 다음 날엔 에펠탑까지 걷기를 추천한다. 몇 번을 반복해서 걸어도 지루하지 않은 풍광이 그대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루브르박물관이 처음부터 박물관 건물로 지어진 게 아닌 것처럼 오르세미술관도 마찬가지다. 이곳은 1804년 최고재판소로 지어졌으나 불타버렸고 이후 1900년 오르세 기차역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오랜 기간 방치되었다가 1986년 12월에 미술관으로 개관했다. 그러고 보면 미술관 개관은 정말 최근이다.

이곳은 루브르박물관, 퐁피두센터와 함께 파리 3대 미술관으로 꼽힌다. 루브르 박물관이 고대에서 19세기 작품을 주로 전시한다면 오르세 미술관은 19세기 이후의 근대미술 작품을 위주로 전시하고 있다. 퐁피두센터가 보다 현대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것을 볼 때 오르세 미술관은 시기적으로 중간 단계로 보인다.

미술관에 들어서면 둥그런 천장과 한쪽 벽에 붙은 커다란 시계가 이곳이 과거 기차역이었음을 알게 한다. 하지만 미술관에 맞게 리모델링 되어 있어 모르고 왔다면 모를 수도 있다. 이곳이 대단한 것은 역시 작품의 수준이다. 학창시절 미술책에서 들어봤음 직한 화가의 이름과 보았음 직한 그림들이 사방에 늘어서 있다.

지상 1층에는 밀레의 <이삭줍기>, 앵그르의 <샘> 등의 작품이 대표적이다. 3층에는 인상파와 후기 인상파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는데 그 이름도 유명한 고흐, 세잔, 고갱 등의 작품이 이곳에 있다. 사진 찍기를 즐긴다면 그림을 깔끔하게 사진에 담아서 오자. 인화해서 본다면 더없이 생생한 사진엽서가 탄생할 것이다.

글 사진 이두용 / ryu@outdoornews.co.kr

Copyright © 월간 아웃도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