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해진 '천재' BJ 펜, 몰락과 부활 사이
[오마이뉴스양형석 기자]
2000년대 중·후반 '천재 파이터'로 군림하던 BJ 펜이 떠오르는 신예를 상대로 명예회복에 나선다.
UFC 역사상 두 번째로 두 체급 챔피언에 올랐던 BJ 펜은 16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애리주나주 피닉스에 위한 토킹스틱 리조트 아레나에서 열리는 UFC 파이트나이트103대회 메인이벤트에서 멕시코의 야이르 로드리게스와 맞붙는다. 지난 2014년 7월 프랭키 에드가와의 3차전에서 3라운드 TKO로 패한 이후 2년6개월 만에 나서는 재기전이다.
경력에서는 펜이 단연 앞서지만 미국 현지 도박사들은 83 대 17의 비율로 로드리게스의 압도적인 승리를 예상했다. 로드리게스가 UFC 입성 후 5연승의 상승세를 타고 있는 반면에 펜은 최근 6년 동안 승리가 없기 때문이다(1무3패). 과연 펜은 오랜 공백과 최근의 하향세를 씻어내고 천재의 부활을 알릴 수 있을까.
▲ BJ 펜은 주짓수 세계 대회에서 우승한 최초의 미국인이다. |
ⓒ UFC.com |
이후 UFC와 K-1 럼블 온 더 락을 오가며 활동하던 펜은 2004년 1월 UFC 46에서 파워 레슬러 맷 휴즈를 서브미션으로 제압하며 UFC 웰터급 챔피언에 올랐다. 펜은 UFC 챔피언이 된 후에도 일본과 미국 무대를 넘나들며 활동했고 곧 챔피언 타이틀을 박탈 당했다. 하지만 펜은 애초부터 챔피언 벨트 수성에는 큰 관심이 없는 듯 했다.
2005년에는 훗날 UFC 라이트급 챔피언이 되는 '드래곤' 료토 마치다와 헤비급 경기를 펼쳐 대등한 경기(판정패)를 펼쳤고 2008년에는 UFC80에서 조 스티븐슨을 꺾고 라이트급 챔피언에 올랐다. 헤비급과 라이트 헤비급을 점령했던 랜디 커투어에 이어 역대 두 번째 두 체급 석권이었다. 펜은 상위 포지션에서 날카로운 파운딩과 팔꿈치 공격으로 상대의 얼굴에 상처를 잘 입히는 선수로도 유명했다.
하지만 천재로 명성이 자자하던 BJ 펜에게도 넘을 수 없었던 두 명의 숙적이 있었으니 바로 전 UFC 웰터급 챔피언 조르주 생 피에르(캐나다)와 지금은 페더급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 UFC 라이트급 챔피언 에드가(미국)였다. 2006년 3월 GSP와의 1차전에서 접전 끝에 판정으로 패한 펜은 2009년에 열린 재대결에서는 일방적으로 얻어 맞다가 4라운드가 끝나고 경기를 포기하는 수모를 당했다.
펜은 라이트급으로 두 차례, 페더급으로 한 차례 격돌했던 에드가를 상대로도 전패를 당했다. 펜은 GSP나 에드가처럼 뛰어난 체력과 스피드, 그리고 치밀한 전략을 가진 상대에게 약점을 보였다. 또한 종합격투기가 발전을 거듭하면서 좋은 선수들이 유입되고 상대의 백포지션을 잡고 서브미션을 이끌어내는 펜의 단순한 경기방식도 통하지 않게 됐다. 상대의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자신의 머리를 내리치며 승리 뒤풀이를 하던 천재에게도 마침내 한계가 찾아온 것이다.
▲ 로드리게스에게 패하면 펜은 정말 은퇴를 결심해야 할지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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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이상 공백을 가진 펜은 10월 필리핀 마닐라 대회에서 랭킹 4위(현3위) 리카르도 라마스와의 대결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대회를 일주일 앞두고 갈비뼈 부상으로 불참 의사를 밝혔고 필리핀 대회는 그대로 취소됐다(일각에서는 라마스와의 대결을 부담스러워 한 펜이 일부러 경기를 피했다는 설을 제기되기도 했다). 그리고 오는 16일 상대가 로드리게스로 바뀐 채 925일 만에 옥타곤 복귀전을 갖게 됐다.
이번에 펜과 맞붙게 될 페더급 랭킹 10위 로드리게스는 UFC내에서 브라이언 오르테가, '코리안 슈퍼보이'최두호와 함께 페더급의 지형을 흔들 수 있는 신성 3인방으로 꼽히는 선수다. 2011년 프로 파이터로 데뷔해 2014년부터 UFC에서 활동하고 있는 로드리게스는 옥타곤에서의 5경기를 모두 승리했을 정도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로드리게스가 왕년의 슈퍼스타 펜을 꺾으면 단숨에 지명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펜 입장에서도 로드리게스는 자신의 기량이 아직 녹슬지 않았음을 증명하기에 더 없이 좋은 상대다. 만38세의 노장 펜이 언제까지 선수생활을 이어갈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신성 로드리게스를 정리한다면 충분히 페더급 랭킹에 오르며 더 강한 상대를 요구할 수 있다. 미국 현지 팬들도 내심 한 시대를 풍미했던 펜이 아직 건재하다는 걸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국내엔 아직 종합 격투기보다 이종격투기라는 표현이 더 익숙하던, UFC보다 프라이드의 에밀리아넨코 표도르와 미르코 크로캅에 더 열광하던 시절, BJ펜이라는 젊은 파이터는 천재적인 실력으로 UFC에 돌풍을 몰고 왔다. 지난 6년 간의 부진으로 '천재 파이터'의 명성에 커다란 흠집이 생긴 BJ펜이 16일 멕시코의 신성을 상대로 아직 자신의 시대가 끝나지 않았다고 외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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