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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하야' 현수막 내건 PC방 사장님

신영근 입력 2017.01.03 11:11 수정 2017.01.03 15:4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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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자영업자 이민호씨 "처음에는 고민 많았지만.."

[오마이뉴스신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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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의 자영업자 가게에 지난 11월부터 걸려있는 박근혜탄핵 현수막
ⓒ 신영근
지난해 10월 말부터 서울 광화문 광장을 비롯한 전국에서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비판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이어졌다. 지난 12월 31일 '송박영신 제10차 범국민행동의 날'에도 전국 각지에서 110만여 명(아래 주최 측 추산)의 국민들이 참여했다. 10여 차례에 이르는 촛불 집회에 참가한 누적 인원은 1000만 명. 국민의  5분의 1일이 촛불을 든 셈이다.

홍성은 작은 지역이고, 인구수도 3만9000여 명 정도밖에 안 된다. 더구나 홍성은 노령인구가 많은 전형적인 농촌. 그런데도 홍성에서 자영업을 하며 '박근혜 하야', '국민이 주인인 나라', '국민주권회복'이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걸어놓고 영업하는 곳이 있다.

홍성은 인구가 적고 지역이 좁다보니 아는 사람도 많고 소문이 많다. 때문에 홍성 지역 시민단체가 개최하는 '박근혜 퇴진 홍성군민 촛불집회' 등에도 마음은 있으나 차마 나서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기자는 이곳을 우연히 지나다가 '박근혜 하야'라고 걸려있는 현수막을 발견했다. '어떤 분이 이렇게 용기있는 행동을 할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에 무작정 찾아갔다.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장 간판 밑에는 '박근혜 하야'의 현수막이, 출입문 양쪽에는 '국민이 주인인 나라' '국민주권회복'의 현수막을 달아놨다. 이곳은 홍성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홍성 법원검찰청 앞이다.

현수막의 주인공을 찾아가는 동안 많은 생각이 들었다. 젊은 분일까? 연세 드신 분일까? 여자일까? 남자일까? 등등. 막상 만나본 가게 사장님은 낮에는 직장을 다니고 밤에는 PC방을 운영하는 지극히 평범한 가장 이민호씨였다. 아래는 지난 2일 오후, 이민호씨와 이야기를 나눈 내용이다.

 홍성에서 자신의 운영하는 가게 출입문에 '국민이 주인인 나라' '국민주권 회복'현수막을 지난 11월부터 걸어놓았다.
ⓒ 신영근
- 어떻게 현수막을 걸게 되었나?
"우선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기자와 덴마크에 가보는 게 꿈이다.(웃음) 박근혜 정권에 대해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답답한 상태였다. 비정상이 정상이 됐다. 국민들의 불만이 응축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터져버렸다고 생각한다. 촛불집회에 나간 건 국민으로서,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로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이었다. 광장에 나가보니 많은 국민들이 피켓이나 깃발에 자신의 의견을 적어서 의사를 표현하며 잘못된 나라가 바로설 수 있는 의견을 제시하더라. 광우병 때가 생각났다. 광우병 당시에도 집집마다 현수막을 걸고 우리의 의사를 표현했다.

가게를 하다보니 많은 분들에게 분노를 보여주고 싶어서 현수막을 걸게 되었다. 11월 12일 2차 촛불집회에 다녀오고 나서 현수막을 걸었다. 홍성이라는 곳이 보수적이고 새누리당 색이 강한 지역이다 보니 너무 조용히 있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이곳 말고도 혜전대 앞에 가게가 하나 더 있다. 그곳에도 현수막을 설치하면 저와 같은 생각이 있는분들이 더욱더 현수막을 많이 걸지 않을까 해서 걸었다."

- 현 시국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박근혜가 자신은 사심이 없었고, 국민을 위해서 일했다고 한다. 어제는 이해할 수 없는 기자회견을 했다.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탄핵이 문제가 아니라 하야를 해야 한다. 물론 탄핵정국이고 헌재에서 빠른 일정을 가지고 인용이나 기각을 할지 모르지만, 국민들은 빠른 하야를 원한다.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상실감과 분노를 알아야 한다.

이 모든 일 때문에 가족과 공동체의 삶까지 망가지고 힘들어지고 있다. 박근혜 한 명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기업이 가지고 있는 기득권과 국민들을 개돼지로 바라보는 잘못된 관점도 문제다. 기득권층이 정상적인 사람으로 채워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으로서 방관하지 않고, 분노로 촛불을 들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 홍성에서는 학연, 지연, 혈연 등으로 아는 분들이 많을 텐데. 현수막을 걸고 나서 장사에 피해는 없나?
"처음에 문구를 만들고 설치할 때 고민이 많았다. 문구를 정하고 직장 동료들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사실 이거보다 더 강한 문구를 쓰고 싶었다. 국민들이 광장에 많이 나오고 박근혜 탄핵의 여론이 많아지면서 '영업에 지장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차츰 없어졌다. 지금은 매출을 생각하지 않는다. 현수막을 보고 호응해주는 분들이 오면 기분이 좋았다. 걱정해주는 사람에겐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는 국민들이 더 의견을 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걸 왜 했느냐'라고 시비를 걸어오는 사람은 없었다."

 홍성에서 자영업을 하는 이민호씨 컴퓨에 달려있는 세월호 추모리본
ⓒ 신영근
- 언제까지 현수막을 게시할 예정인가?
"앞으로 계속 현수막을 걸 예정이고, 현수막을 교체할 생각은 없다. 하야라고 썼으니 지금이라도 하야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헌재가 탄핵을 기각할지 인용할지 모르겠지만, 국민들의 생각은 박근혜가 하루 빨리 내려와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으로서 국민들에게 할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다.

시국 자체가 어수선하고 경제가 힘들다. 장사하는 사람은 실질적으로 체감한다. 작년, 재작년엔 홍성에 내포신도시가 생기면서 공동화 현상이 발생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물러나고 과거 이야기 됐던 경제민주화가 실현되어야 한다. 돈이 선순환 돼야 하고, 경제 효과적인 부분도 감안해야 한다. 대통령이 탄핵이 되고 빨리 새로운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 끝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
"우리 사회에 아픔을 가졌던 사람이 많다. 가족을 잃고 자식을 잃고 생계 터전을 잃었던 국민들이 조금 더 용기를 갖고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세월호 참사 유족들에게 상처를 주는 인간 이하의 사람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한국이 변화돼서 따뜻한 공동체가 되었으면 좋겠다. 제 본업은 병원에서 일하는 거다. 저나 우리나라 국민들이 열심히 일을 하는 것처럼 언론인도 언론인답게, 기자도 기자답게 일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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