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넘기는 KT 협상..FA 이진영은 왜 계약하지 못하나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2016. 12. 20.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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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위즈 제공

2016년 타율 3할3푼2리, 123안타, 10홈런, 72타점.

외야 수비 가능하고 팀내 타율 2위, OPS(출루율+장타율) 3위를 기록한 이 선수에 대해 2년 연속 최하위를 한 막내 팀 KT는 어느 정도 가치를 매기고 있는 것일까.

기록의 주인공은 이진영(36)이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여전히 계약하지 못하고 남아 있는 6명 가운데 한 명이다.

이진영과 KT의 협상은 여전히 제자리걸음 상태다. 지난주 4번째 만남에서 구단은 처음으로 구체적인 액수를 제시했다. 애초에 차이를 보였던 계약기간에 대해서는 여전히 합의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약기간을 놓고 의견 차를 줄이지 못하는 것은 연차 높은 FA들의 전형적인 사례다. KT 역시 1980년생인 이진영의 나이를 들어 계약기간 보장이 어렵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불과 1년 전 행보를 돌이켜보면 괴리가 크다.

지난 겨울 KT는 FA 외야수 유한준을 영입했다. 당시만 해도 1군리그 데뷔 첫해 꼴찌를 하고 ‘베테랑 모으기’에 힘썼던 KT는 유한준과 4년간 60억원에 계약했다. 창단 이후 KT가 쏟은 가장 큰 투자다. 유한준은 1981년생으로 이진영보다 불과 한 살 어리다.

유한준은 몸값을 했다. 올해 타율 3할3푼6리 14홈런 64타점을 기록했다. 부상으로 풀시즌을 뛰지 못했지만 KT 타선의 무게감을 더해줬다. ‘스타 플레이어’가 아니었던 유한준에게 KT가 크게 투자한 이유는 이전에 꾸준히 보여준 활약 때문이다. 유한준은 올해까지 통산 타율 2할9푼7리를 기록했다. 특히 FA 직전 두 시즌인 2014·2015년에는 타율 3할과 두자릿수 홈런을 쳐 주가를 높였다. 베테랑 외야수가 필요했던 KT의 현실과 맞아떨어지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2차 드래프트에 이진영이 나왔다는 소식에 KT가 반색했던 이유도 똑같다. 이진영의 통산 타율은 3할5리다. 지난해 LG에서 팀 사정상 출전 기회를 잃어 부진했지만 그에 앞서 8시즌 동안 2011년(.276)을 제외하고 7시즌 모두 타율 3할을 꾸준히 넘겼다. 객관적으로 부상만 없으면 꾸준히 평균 이상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해왔다. 올해 이진영도 풀시즌을 소화하지는 못했지만 유한준처럼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차이가 있다면 이진영의 FA 자격은 이번이 세번째라는 점이다. 꾸준한 노력의 결과로 ‘훈장’이 될 수도 있을 세번째 FA가 오히려 ‘편견’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진영이 느끼는 온도차는 단순히 조건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KT는 성장해야 하는 팀이다. 신예들을 키워야 할 필요가 있다. 다만 탈꼴찌와 변화를 선언한 이상, 최소한 현재 전력을 유지한 채 보강과 성장을 동반해야 한다. 이에 KT는 다른 구단들처럼 ‘내부 FA부터 잡는다’는 제1원칙을 주장했다. 그러나 정작 협상 기간 동안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유일한 내부 FA 이진영과 계약 기간을 좁히는 데 주력하다 협상 시작 한 달 만에 처음으로 액수를 제시했다.

이진영은 올해 안에 계약하기 어려워 보인다. 각 구단이 종무식을 하는 연말부터 시무식을 하는 내년 초까지는 대부분 협상이 이뤄지지 않는다. 다음 협상 약속도 잡지 않은 상태로 그나마 구단의 협상 실무자는 휴가를 떠났다.

KT는 이제 외부 FA 황재균을 영입하기 위해 공들이고 있다. 황재균은 김진욱 감독이 영입을 요청한 3루수다. 아직 전력을 보강하지 못한 KT가 그동안 FA시장에서 침묵하며 기다려온 이유로 설명하는 선수이기도 하다.

일찍 끝낼 수도 있었던 내부 FA 협상을 뒤로 미뤄둔 KT가 이제 내·외부 협상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병행할 수 있을지에 따라 이진영의 계약 여부와 시기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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