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빵]추위 막아주는 오리·거위털, 너네 어디 출신이니?

이슈팀 이지연 기자 2016. 12. 17.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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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왕 김꿀빵]'한겨울 생존템' 다운 패딩, OOO따라 따뜻함이 다르다

[머니투데이 이슈팀 이지연 기자] [[설명왕 김꿀빵]'한겨울 생존템' 다운 패딩, OOO따라 따뜻함이 다르다]

올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겠다는 일념 하에 꿀빵이는 큰 맘 먹고 값비싼 '쾌나다구스' 패딩을 구입했어. 며칠 전 드디어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지자 꿀빵이는 씐나서 쾌나다구스를 개시하고 동창 모임에 나갔지.

"어머 꿀빵이 패딩 예쁘다"
"얼마 주고 샀어? 대박"

친구들의 관심 속에 우쭐해하며 쾌부심을 부리려던 찰나...!

"어차피 그거 구스 아니잖아"

구스가 구스가 아니라니?? /사진=JTBC '아는 형님' 캡처

찬물 좌악. 엥? 이게 뭔 소리다? 쾌나다구스인데 구스(goose)가 아니라고? 구스가 아니면 뭐지?

"그거 오.리.털.이야. 오리털은 구스보다 못하지. 게다가 솜털도 별로 안 들어있을 걸?"

꿀빵이는 바스러진 멘탈을 부여잡고 집에 돌아와 폭풍 검색을 시작했어. #오리털vs거위털 #패딩 솜털 비율 #따뜻한 패딩 고르는 법

검색해보니 자료마다 말이 달랐어. 오리가 낫다, 거위가 좋다, 오리든 거위든 상관 없다 등등.

과연 어떤 게 진짜일까? '오리=거위'? 아니면 친구 말대로 '오리 < 거위'? 답은...(두구두구두구) '얘 말도 맞고 쟤 말도 맞다'야.(Feat.황희 정승)

패딩점퍼가 얼마나 따뜻한지는 점퍼 안에 들어가는 충전재가 오리냐 거위냐, 그 오리 혹은 거위의 고향이 어디냐, 솜털이 얼마만큼 들어있나 등에 따라 달라져.

먼저 패딩의 따뜻함은 충전재가 공기를 얼마나 가둬두느냐에 달려있어. 갇혀 있는 공기들이 찬 공기가 바로 피부에 닿는 걸 막아주는 역할을 하거든. 충전재의 공기 함유량이 높을수록 보온성이 높다는 얘기야.

오리야 미안해...고맙고... /사진=뉴스1

패딩 충전재의 대표 주자인 오리털이나 거위털은 공기를 잡아두는 데에 도가 튼 애들이야. 오리, 거위의 솜털을 확대해서 보면 가운데 핵을 중심으로 바깥으로 뻗어나가는 가지(오라기)들이 사방으로 퍼져 있어. 이 가지들이 얽히고설켜 틈을 만들고 그 곳에 공기를 가둬서 잘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거지.

그럼 비슷하게 생겼는데 왜 거위털이 더 따뜻한 걸까? 그 이유는 솜털의 크기에 있어. 일반적으로 거위가 오리보다 몸집도 크고 털의 크기도 커. 솜털의 크기가 크면 솜털의 중심부인 솜털 핵도 더 커지고 오라기들도 더 많아. 그만큼 공기를 잡아둘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나니까 보온성도 더 좋아지는 거야.

그렇다고 무조건 '거위털>>>>오리털'은 아니야. 털들도 급이 있는데 '서식지', '원산지'에 따라 그 품질이 달라지거든.(#본격_오리_거위_지역감정_유발) 좋은 데서 자란 오리털이 그저 그런 데서 태어난 거위털보다 따뜻할 수 있는 거지.

원산지에 따라 품질이 달라지는 이유는 기후에 따라 솜털의 크기(=보온성)가 달라지기 때문이야. 오리나 거위들은 추운 곳에 서식할 경우 추위를 견디기 위해 자신의 가슴털을 발달시켜. 크기도 크고 보온성도 높은, 품질 좋은 솜털이 만들어지는 거지.

거위털은 폴란드산, 시베리아산, 헝가리산을 고급으로 쳐. 오리털은 캐나다산, 프랑스산이 고급이야. '어디 털이 최고다!'라고 단정 짓기는 힘들어. 원산지뿐 아니라 가공법이나 사육 기간도 털의 품질에 영향을 미치거든. 너무 어린 애들보다는 오래 산 애들이 보다 더 크고 아름다운 털을 갖고 있어.

문제는 우리가 정작 쇼핑할 때는 이 사실을 써먹기 힘들다는 점이야. 패딩을 아무리 살펴봐도 충전재의 원산지까지 표기돼 있지는 않을 거야. 국내에 우모의 원산지를 표기해야하는 법은 따로 없거든.

소비자들은 그냥 기업이 알려주는 만큼만 알 수 있지. 좋은 충전재를 썼다면 기업이 먼저 나서서 홍보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굳이 표기하지 않겠지. 자칫하면 '흠'이 될 수도 있는 건데 그걸 왜 밝히고 싶어하겠어.

기업들아, 거짓말 치다 걸리면 피 보는거 배웠지?ㅠ/사진=하상욱 시집 '서울 시' 캡처

물론 충전재의 고향을 확인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저렴한 우모와 비싼 우모는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 육안으로 구별이 가능해. 정말 확인해보고 싶다면 패딩을 갈라서... 확인을... #피같은 네 돈 #보지_않고도_믿는_자는_행복하다

이쯤에서 퀴즈를 하나 낼게. '완전 품질 좋은 시베리아산 거위털 충전재를 사용한 패딩'과 '중국산 오리털 패딩' 중에 어느 게 더 따뜻할 것 같아? 그래. 똑똑한 독자들이라면 눈치를 챘을 거야. 답이 시베리아산 거위털 패딩이면 너무 뻔하니까 이런 질문 하지도 않았겠지? 정답은 "이것만 가지고는 알 수 없음"이야.

원산지보다 더 중요한 게 충전재의 '솜털과 깃털의 비율'이거든. 만약 시베리아산 거위털 패딩인데 깃털 100%라면 중국산 오리 솜털 100%를 넣은 패딩보다 덜 따뜻할 거야. 솜털의 함량이 높을수록 따뜻한 패딩이라고 보면 돼.

솜털 80%, 깃털 20%나 솜털 90%, 깃털 10%인 패딩들이 시중에서 많이 유통되고 있지. 그렇다면 솜털 100%인 제품은 없을까? 아쉽게도 솜털 100%인 제품은 우리나라에서는 존재할 수 없다고 해. 뭐? 솜털 100%인 제품을 본 적 있다고?

솜털 100% 같은 건 우리한테는 있을 수가 없어./사진=MBC 'PD수첩' 캡처

우모 생산 및 유통업체인 태평양물산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산업표준(KS) 기준으로 솜털 100% 표기는 불가능하다고 해. 솜털 100%라고 표기하려면 아주 작은 이물질도 없이 오로지 '솜털' 그 자체로만 100%가 이루어져야 한대. 사람이 하나하나 분류해서 순수한 솜털만 남겨야 하는데 그러면 패딩 가격이 엄청나게 높아질 거고 그러면 아무도 사려고 하지 않겠지.(가 아니라 못사요...)

그럼 시중에 나와있는 솜털 100% 제품들은 뭐냐고? 걔네들은 대부분 유럽 수입산들이야. 유럽에서는 솜털이 90.48%만 포함돼도 100%라고 표기할 수 있거든. 우리나라에서 합법적으로 판매하려면 국내 기준으로 라벨링을 다시 해야 하는데 그냥 원래 라벨로 놔뒀을 확률이 높아.

다시 말하자면 솜털 100%가 아닌데도 솜털 100%라고 표기되어 팔리고 있다는 소리지. 솜털 100%인 제품을 발견하면 택을 잘 살펴봐. 국산인지 유럽산인지 보면 답 나오니까.(#국뽕 아님)

확인하는 것만이 호갱 탈출의 길!/사진=만화 '에비츄' 캡처

충전재 원산지와 솜털, 깃털 비율만 잘 확인해도 호갱되는 일은 없을 거야. 적어도 비싼 돈 주고 저급 오리털에 깃털만 빵빵한 제품을 사는 일은 없을 테니까. 올 겨울이 엄청나게 춥다지? ㅎㄷㄷ 같은 값으로 보다 더 따뜻한 패딩 장만해서 이번 겨울 우리 모두 살아서 만나자.

이슈팀 이지연 기자 easykit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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