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문화뉴스 톱5 ③문학] '맨부커상' 기쁨 '성추문'이 뒤덮다

권영미 기자 입력 2016. 12. 11. 13:06 수정 2016. 12. 22.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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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강(오른쪽)과 '채식주의자'(영문명 The Vegetarian)를 번역한 영국인 데보라 스미스가 올해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공동수상했다.© AFP=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맨부커상' 수상의 기쁨을 '성희롱 사태'가 뒤덮었다."
2016년의 문학·출판계의 주요 뉴스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게 된다.

올해 문학·출판계 역시 자주 쓰는 형용사대로 '다사다난한' 한해였다. 하지만 특히 올해는 소설가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 등 희소식이 많이 들려온 전반기의 '맑음', 성추문 스캔들로 얼룩진 후반기의 '흐림'의 뚜렷하게 대비되는 양상을 보인 것이 특징이었다.

2015년의 '신경숙 표절사태' 충격에서 차츰 회복되어 올해 상반기에는 조정래, 정유정, 은희경, 이기호, 김탁환 등의 신작 소설이 발간됐다. 이들 작품은 인기를 모으며 한국문학에 활기를 가져왔다. 이어 5월에는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수상하면서 침체되었던 한국문학의 '귀환'이 점쳐졌다.

복고풍의 초판본 시집들도 인기를 끄는 등 소설 뿐 아니라 시도 활력을 띠었다. 서거 400주년을 맞은 셰익스피어, 지난해는 사망 70주기였고 내년은 탄생 100주년인 윤동주 시인의 작품이나 관련 영화 등도 관심을 끌면서 문학·출판계에 맑고 희망적인 분위기를 보탰다.

또 인공지능 '알파고', 대형인터넷서점의 중고시장 진입, 국립한국문학관 설립 추진, 지난해부터 이어진 박유하 교수의 '제국의 위안부' 법적 공방, 이광수와 최남선 등 친일문학인을 기리는 '친일문학상' 제정, '페미니즘'과 '세대론' 등이 문단과 출판가에서는 화제였다.

하지만 가을부터 문학과 출판은 스캔들 등 문학외적인 일들로 격랑에 휩쓸리게 되었다. 문인들의 성희롱에 대한 고발이 줄을 잇고 정치적인 격변의 시기를 맞으며 책과 문학에 대한 관심 자체가 줄어들었다. 미국의 대중음악가 밥 딜런이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사건은 '문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특히 '최순실 국정농단' 같은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일들이 현실이 되면서 독자들은 책보다는 TV와 인터넷, 신문의 뉴스에 눈과 귀를 모았고 문학출판은 모처럼 상반기에 얻었던 동력이 힘을 잃은 '흐림'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뉴스1은 올해 문단과 출판계를 휩쓴 사건 5건을 꼽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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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0년전 쓴 책으로 수상…소설가 한강,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지난 5월1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발(發) 희소식이 들려왔다. '세계 3대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상의 심사위원회는 이날 런던 빅토리아앤드앨버트 박물관에서 만장일치로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 작품으로 선정했다. 한국인이 맨부커상 같은 세계를 대표하는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는 처음이었다.

'채식주의자'는 “잊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고 독창적이며, 또 부드러움과 공포의 작품”이며 "간결하고 마음을 뒤흔들며 아름답게 구성되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작품은 어느날 끔찍한 꿈을 꾼 후 육식을 기피하게 된 여주인공이 겪는 가정과 성, 국가의 폭력성을 보여준다.

한편 작품을 번역해 영어권에 알린 영국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 역시 상을 공동수상하며 국내외에 이름을 알렸다. '채식주의자'는 국내에서는 2007년 출판사 창비가 출간했다. 그후 '베지터리언'(The Vegetarian)이라는 제목으로 지난해 1월과 올해 1월 각각 영국 포르토벨로 출판사와 미국 호가드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2.'쓰나미'처럼 문단 휩쓴 성폭력 문인들 고발사태

소설가 박범신 (박범신 문학콘텐츠연구소 제공)

올해 문단 전체를 뒤흔든 사건은 사실상 '성희롱 사태'였다. 10월 여성 편집자, 독자, 문학지망생들은 문단 성폭력에 대한 익명 고발을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쏟아냈다.

'#문단 내 성폭력'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여성들은 가부장적인 작가들, '일탈'을 문학의 한 방법론으로 착각한 시인들로부터 받은 성폭력을 고발했다. 소설가 박범신, 박진성, 배용제 시인 등이 도마위에 올랐고 이들은 대부분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온라인을 달군 성폭력 고발은 서울예술대학에서 '대자보' 성폭력 고발이 이뤄지고 고양예고 문예창작과 졸업생 연대 조직인 '탈선'이 결성되면서 오프라인으로 확대됐다. 성폭력 의혹 시인들의 시집을 낸 문학과지성사는 해당 시인의 책들을 출고정지했으며 한국작가회의 등은 징계위원회를 구성하고 해당 작가들에 대한 징계를 검토하고 있다.

3. 시인이야? 음악인이야? 노벨문학상 수상 밥 딜런 논란

밥 딜런 ©AFP= News1

노벨문학상이 문인이 아닌 대중음악가에게 돌아간 것도 올해의 사건이었다. 지난 10월13일(현지시간)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상위원회는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밥 딜런을 선정했다. 115년의 노벨문학상 역사상 최초로 문학인이 아닌 대중음악인에게 상을 준 이 결정은 '노랫말도 문학이 될 수 있는가' '문학이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까지 제기했다.

수상자 발표 후 노벨상위원회의 사무총장 사라 다니우스는 "우리는 정말 밥 딜런을 위대한 시인으로 보고 상을 주는 것이다. 그는 밀턴과 블레이크까지 올라가는 위대한 영국 전통 속의 위대한 시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세계의 문인들과 문학애호가들 및 음악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음악인인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받을 자격과 수준이 되는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뜨겁게 타올랐다.

국내에서는 이 결정이 "문학의 경계를 넓힌 결정"이라는 입장과 함께 "세계문학계가 난데없이 당하는 봉변이요, 어떤 이들은 모욕으로 느낄 것"이라는 반발도 있었다. 밥 딜런은 최근 "노벨상 수상이 큰 영광이지만 선약이 있어 시상식에 참석할 수 없다"고 노벨상위원회에 통고했다.

4. 페미니즘 담론과 관련 책 인기

지난 6월 홍대앞에서 열린 '여성혐오세상을 뒤엎자' 집회./뉴스1DB

올해 5월 '강남역 묻지마 여성 살인 사건'을 비롯해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 있던 여성 혐오의 이면이 속속 드러나며 수년전부터 활기를 찾아온 페미니즘 담론은 올해 들어 절정에 이르렀다.

페미니즘은 '여혐(여성혐오)·남혐(남성혐오)' '메갈리아' 대 '일간베스트' 간의 대결 등 뜨거운 논쟁을 불러 일으켰고 각성한 여성들이 '메갈리안 미러링'(일베의 여성혐오의 언어들을 남성으로 바꿔 사용하는 저항의 방식), 음란인터넷사이트인 소라넷을 폐지하자는 '소라넷 폐지운동' 등을 펼쳤다.

페미니즘이 사회과학의 핵심 담론으로 자리잡으면서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나쁜 페미니스트'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여성혐오를 혐오한다' '페미니즘의 도전' '페미니즘 선언' 등 페미니즘 책이 인기를 끌었다.

5. 이광수, 최남선 기린 '친일문학상' 제정 논란

친일문학상 토론회/뉴스1DB

지난 7월 한국문인협회(문협)는 육당 최남선(1890∼1957)과 춘원 이광수(1892∼1950)를 기리는 문학상을 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문협측은 "이광수와 최남선 두 문인의 친일 행적 때문에 작품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문학작품은 작가로부터 독립된 생명체라 생각한다. 그들의 뛰어난 작품들을 사장시킬 이유가 없다"고 상 제정의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역사정의실천연대, 민족문제연구소 등의 단체와 문인들은 "누구를 기념하는 상에는 그 사람의 일생에 대한 평가가 담기는 것"이라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그후 문협은 열흘만에 추진 계획을 철회했지만 출판사 동서문화사가 내년 이광수의 '무정' 출간 100주년을 맞아 이들의 이름을 내건 학술상과 문학상을 마련할 계획으로 알려져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ungaung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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