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비리포트] '외인투수' 인연없는 한화, '재활용'은 어떨까?

조회수 2016. 12. 11. 02: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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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이후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한화 이글스는 외국인 투수와 유독 인연이 없는 구단이다. 지금껏 수많은 외국인 투수들이 한화를 거쳐갔지만, 성공한 선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구원 투수 중에서는 레닌 피코타(2002~3시즌: 9승 12패 29세이브 ERA 3.63) , 브래드 토마스(2008~09시즌: 5승 11패 44세이브 ERA 2.86) 등이 인상적인 성적을 남겼지만 선발 투수 중에는 ‘성공’이라고 할만한 성적을 올린 선수가 눈에 띄지 않는다.

애초에 선발로 풀타임을 소화한 외국인 투수가 몇 명 되지 않는다. 이 중 시즌 10승 이상을 거둔 외국인 투수는 역대 단 두 명, 2007시즌의 세드릭 바워스와 지난 시즌의 미치 탈보트 뿐이다. 

심지어 이들 역시 타 팀의 외국인 에이스들에 비하면 ‘성공’이라는 단어를 붙이기 민망할 정도. 사실상  한화에서 성공을 거둔 외국인 투수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른바 '재활용 투수'였던 2015 탈보트-유먼은 이글스 가장 안정적인 외국인 듀오였다. (사진: 한화 이글스)

잇따른 외국인 투수 영입 실패는 한화의 가을 잔치 좌절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2016시즌 역시 마찬가지였다.  190만 달러를 투자한 에스밀 로저스는 불과 6경기 등판 후에 부상으로 짐을 쌌으며  시즌 중반 45만 달러를 들여 데려온 에릭 서캠프는 끝없는 부진으로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두산의 니퍼트와 보우덴이 무려 40승을, NC의 해커와 스튜어트, KIA의 헥터와 지크가 25승을 합작할 동안 한화 외국인 투수 4인은 고작 13승에 그쳤다. 

한화 풀타임 외국인 선발 투수들의 시즌 성적 (기록 : 야구기록실 KBReport.com 케이비리포트) 

이쯤 되면, 외인 투수 스카우트의 약점을 인정하고 차선책을 찾아보는 것도 검토해볼 만 하다. 이른바 '로또 당첨'을 노리고 가능성이 낮은 도박을 거듭할 바에야, 검증된 선수 영입을 통해 계산이 서는 선발진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실제 2015 시즌 중반까지 가동됐던 유먼-탈보트의 ‘재활용 듀오’는 압도적인 성적은 내지 못했지만, 한화 구단 사상 가장 안정적인 활약으로 마운드를 이끌었다. 이들이 꾸준한 투구로 선발진을 이끄는 동안 팀 성적도 중위권을 지켰다. 한화는 유먼이 어깨 부상으로 방출되기 전까지 리그 5위를 유지하며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기도 했다. 

마침 올시즌 스토브리그에는 ‘재활용’이 가능한 외국인 투수들이 여럿 존재한다.  NC에서 2시즌 동안 좋은 성적을 거두며 '마산 예수'라 불렸던 재크 스튜어트부터 스캇 맥그레거, 지크 스프루일, 조쉬 로위 등은 영입을 검토할 가치가 있는 투수들이다. 이들이 KBO리그에서 남긴 성적을 보면, 한화에서의 성공 가능성도 결코 낮지 않다. 이들의 성적을 자세히 살펴 보자. 

1순위:  재크 스튜어트

재크 스튜어트는 어느 팀에서건 상위 선발로 배치될 수 있는 투수다. (사진: NC 다이노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역시 스튜어트다. 그는 올 시즌 27경기에 모두 선발 등판해 150이닝을 소화했으며 12승 8패 ERA 4.56을 기록했다. ERA가 다소 높아보이지만, FIP(수비 무관 평균자책점)는 4.41로 그보다 낮다.

FIP만 비교해 보면 정규시즌 MVP를 수상한 니퍼트(4.44), 토종 최고의 투수 양현종(4.75)보다도 낮다. 2015시즌에 비해 ERA가 상당히 상승했지만(2.68->4.56)  실력 자체는 리그 2선발급 이상이다.

이닝 소화 능력도 상당하다. 그는 올 시즌 선발 등판한 27경기 중 무려 24경기에서 5이닝 이상을 소화했으며, 12차례의 QS(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다. 올 시즌 규정이닝 투수조차 배출하지 못한 한화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닝 이터’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탈삼진 수치(K/9 7.08) 나 피홈런 수치(홈런/9 0.66)로 봤을 때 구위도 리그 평균 이상이며, 제구력 역시 나쁘지 않은 편. 게다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는 3경기 18 1/3이닝을 책임지며 ERA 0.49로 맹활약해 큰 경기에서 에이스 역할을 해낼 수 있는 투수임을 증명하기도 했다.

9월 초 어깨 부상으로 약 1개월 가량 공백이 있는 점이 맘에 걸리긴 하지만 기록만 보면 NC가 그와의 재계약을 포기한 것이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다. 

물론 한화 수비진과 불펜진의 역량이 NC에 비하면 부족함이 있지만, 스튜어트의 안정적인 기량을 감안하면 큰 문제라 보기는 어렵다. 지난 시즌 정도의 기량만 유지하면서 풀타임을 소화한다면 스튜어트는 한화 역대 최고의 외국인 투수가 될만한 선수다. 2015시즌 ‘로저스급’ 외국인 투수를 데려올만한 투자가 어렵다면 , 스튜어트는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대안이다. 


2순위: 스캇 맥그레거

맥그레거의 제구력은 한화 선발진의 단점을 해결할 열쇠가 될 수 있다. (사진: 넥센 히어로즈)

올 시즌 넥센에서 뛰었던 스캇 맥그레거 역시 한화가 영입을 고려해 볼만한 투수다. 로버트 코엘로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한국 무대를 밟은 그는 올 시즌 총 14경기에 등판해 6승 3패 ERA 5.20의 성적을 올렸다. 5점대를 넘는 ERA만 보면 썩 좋은 성적은 아니지만, 대체 외국인 선수치고는 준수한 성적이다. 

그의 최대 장점은 바로 적은 볼넷이다. 그는 올 시즌 90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고작 20개의 볼넷 만을 내줬다. 적극적으로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해 타석 당 3.70개, 이닝 당 15.83개의 투구를 하며 빠른 타이밍에 승부를 냈다. 올 시즌 한화의 선발진이  9이닝당 4.74개의 볼넷(리그 최하위)을 내주며 자멸했음을 감안하면, 그의 영입은 분명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닝 소화 능력 역시 뛰어나다. 그는 올 시즌 16경기 중 한 경기를 제외하고 모두 5이닝 이상을 소화했으며  7경기에서 7이닝 이상을 던졌다. 선발이 많은 이닝을 버텨줘야하는 한화에게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다만 그의 구위에는 의문점이 남는다. 그는 올 시즌 9이닝 당 무려 1.30개의 홈런을 얻어맞은 선수. 평균 147.5km/h의 빠른 속구를 구사하지만 장타를 허용하며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 대전 한화이글스파크가 잠실구장에 이어 2번째로 커다란 구장이라지만, 썩 좋지 않은 외야 수비를 감안하면 장타 허용 빈도가 높은 선수는 꺼려질 수 밖에 없다. 

허나 지난 겨울과 마찬가지로 시즌 개막 직전까지 적절한 투수를 찾지 못한다면 올시즌 육성형 외국인 투수로 가능성을 보인 맥그레거도 좋은 대안이다.


3순위:  지크 스프루일

여름에 보였던 기복을 제외하면, 지크는 정상급 투수로 성장할 가능성을 가진 투수다. (사진: KIA 타이거즈)  

KIA와의 재계약에 실패한 지크 스프루일도 검토할 가치가 있는 투수다. 그는 올 시즌 30경기에 나서 152이닝을 소화하며 10승 13패 ERA 5.27의 성적을 남겼다. 

그의 가장 큰 단점은 역시 기복이다. 전반적으로 준수한 기량을 갖췄지만 경기 중 기복이 심해 안정감이 떨어지는 편이다. 타자를 압도하는 피칭을 하다가도 한 번의 위기에서 와르르 무너지는 등 종종 최악의 부진을 보이곤 했다. 한 번 제구가 흔들리면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는 모습도 여러 차례 노출했다. 

하지만 올시즌 기록을 자세히 살펴보면, 달라질 여지도 충분하다. 그는 더위가 극심했던 7~8월 체력 저하로 급격히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해당 기간 8경기에 나서 1승 4패 ERA 8.84로 극도로 부진했다. 장점이던 탈삼진 능력도 급격히 떨어졌고, 피안타율은 0.374까지 솟구쳤다. 

하지만, 그는 한여름이었던 7~8월을 제외하면 22경기에 나서 9승 9패 ERA 4.09로 준수한 모습을 보였다. 해당 기간 그는 9이닝 당 무려 8.5개의 탈삼진을 기록했고, 3.86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지난 여름이 유독 무더웠다는 점, 이미 한국의 습하고 무더운 여름 날씨를 한 차례 경험한 것을 감안하면, 7~8월의 기록도 달라질 여지가 있다.

게다가 그는 이닝 소화 능력(경기당 5.1이닝)도 갖춘 편이며 구단과 별다른 잡음을 낸 적도 없는 선수다. 그가 여름의 기복을 이겨낼 수만 있다면 그의 영입은 의외로 ‘신의 한 수’가 될 수도 있다. 2번째 외국인 선발로 검토해 볼만 하다. 


4순위:  조쉬 로위

9월 이후의 로위는 분명 '멕시칸리그의 왕'다웠다. ⓒ kt 위즈  

kt에서 뛰었던 조쉬 로위는 올 시즌 슈가 레이 마리몬의 대체 외국인 투수로 한국 무대를 밟은 선수다. 그는 올 시즌 14경기에서 60이닝을 소화, 3승 6패 ERA 6.30의 성적을 올렸다. 

그의 성적은 앞서 언급한 다른 후보들에 비해 다소 처지는 편이다. ERA는 무려 6점대에 달하며 볼넷은 9이닝 당 무려 5.85개를 내줬다. 그는 올 시즌 이닝 당 21개, 타석 당 4.27개의 투구를 할 정도로 KBO리그 타자와의 승부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데뷔전에서는 1 1/3이닝 8실점으로 무너지는 등 참사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뛰어난 탈삼진 능력은 분명 주목할만한 요소다. 그는 올 시즌 9이닝 당 무려 10.2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며 ‘닥터 K’의 면모를 보였다. 평균 144.3km/h에 달하는 속구와 슬라이더, 커브를 섞어 상대를 돌려세우는 능력은 리그 정상급. KBO리그의 스트라이크 존에 좀체 적응하지 못하며 제풀에 무너지는 모습도  자주 보였지만 그의 탈삼진 능력은 한국 무대에서 충분히 통한다는 것이 확인됐다. 

9월 이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 역시 긍정적인 요소다. 그는 올 시즌 9월 이후 7경기에서 1승 1패 ERA 4.05로 선전했다. 특히 9월에는 5경기 중 3경기에서 QS를 기록하는 등 ERA 3.10으로 ‘에이스급’ 활약을 보였다. 그의 반등이 한국 무대 적응에 따른 것이라면, 다가오는 시즌에는 ‘멕시칸리그의 커쇼’로 군림했던 그의 진면모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시즌 성적이 워낙 좋지 않았고  9월 이후의 활약으로만 성공 가능성을 가늠하기는 어렵기에 한화가 그를 선택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하지만 올 시즌  마에스트리와 같이 일찌감치 낙오하는 선수가 나온다면 예년에 비해 씀씀이가 여유롭지 않은 한화 입장에서 영입을 검토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투수다. 

[기록 및 사진 출처: 프로야구기록실 KBReport.com, KBO 기록실, 스탯티즈]


계민호 기자/ 감수 및 편집: 김정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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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프로야구 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홈페이지]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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