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차 촛불집회 이모저모] 시민들 기발함에 웃고 높은 수준에 놀라고

김나영 기자 2016. 12. 1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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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차 촛불집회에서도 시민들의 ‘드립력’은 가히 놀라웠다. 10일 촛불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광화문 광장을 찾은 시민들은 기발함이 돋보이는 문구와 그림 등을 활용해 현 시국을 수준 높게 비판했다.

# 1. ‘닭 인형+촛불’ 직접 제작한 아이디어 촛불 폴리스라인 근처에서 만난 박재혁(34)씨는 특이한 촛불로 눈길을 끌었다. 닭 모형의 인형이었다. 박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 사태의 몸통이라는 뜻에서 ‘닭’ 인형을 이렇게 만들었다”며 닭 인형의 목을 떼서 손잡이를 붙이고 안에 LED 등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탄핵안이 가결이 됐으니 오히려 더 와야 한다”며 “이번 탄핵가결로 국민들의 정치적 관심이 높아질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 2. 한 땀 한 땀 정성과 완성도가 뒷받침된 패러디 ‘닭장’ 피켓 아빠와 함께 집회에 참가할 피켓을 제작했다는 이예승(14)군은 “나도 가겠다고 아빠한테 이야기해서 1차 촛불집회부터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군은 “탄핵 가결은 국민의 뜻에 국가가 부응한 것”이라며 “대통령이 자발적으로 내려가지를 않고 있는 것은 잘 못 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군은 “오늘은 탄핵 가결 이후의 첫 집회라서 그런지 모두가 기뻐하는 분위기인 만큼 ‘축제 분위기’를 즐기겠다”고 말했다.

# 3. 페이스북의 공감 버튼을 활용해 제작된 ‘빡쳐요’ 깃발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페이스북의 공감 버튼 중 하나인 ‘화나요’를 표현하는 이모티콘에 ‘빡쳐요’라는 글귀를 더해 현 시국을 꼬집었다.

# 4.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를 향한 날 선 비판 “이정현 장 지져야지~” 이정현 대표는 지난 11월 30일 의원총회 직후 야 3당의 탄핵 추진 합의에 대해 ‘실천도 하지 못할 일들을 함부로 한다’며 “당장 지금 그걸 이끌어내서 관철을 시킨다면 제가 장을 지질게요. 뜨거운 장에다가 손가락을 넣어서 장을 지질게요”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많은 시민들이 “9일 탄핵안이 가결됐으니 이 대표가 장을 지질 차례”라며 “꼭 지켜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 5. 어른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어린 아이의 손글씨 ‘세월호 7시간’ 어린 아이의 손글씨가 어른들을 한없이 부끄럽게 만들기도 했다. 집회에 참가한 한 어린이는 ‘세월호 7시간’ 의혹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접 묻고 싶다며 “세월호 7시간 동안 뭘 했나요? 세월호에서 가만히 있다 죽은 언니·오빠들은 얼마나 무서웠겠나요? 세월호는 잊지 않아요. 우리 마음 속에 하나둘씩 자리 잡았어요. 언젠가는 꼭 돌아올 거에요. 세월호 언니오빠들도”라고 쓰인 스케치북을 내보였다.

# 6. 영화 ‘놈놈놈’ 패러디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패러디해 손석희 JTBC 보도담당 사장을 ‘좋은 놈’에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나쁜 놈’에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를 ‘이상한 놈’에 비유했다. 이정현 대표를 희화화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 7. ‘푸른 집 끝, 푸른 옷 시작’, ‘나는 행진 너는 퇴진’ 문구 인용형 온 가족이 함께 집회에 참석했다고 밝힌 이연희씨는 “카피라이터 정철씨의 문구를 아이들이 직접 썼다”며 “압도적 가결은 촛불의 승리이고 탄핵은 이제 시작”이라며 “헌재를 믿을 수 없어 현장에 나왔다”고 말했다.

# 8.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그린 깃발 집회에 참가한 정국현(70)씨는 “깃발은 광장에서 직접 그리는 행사를 하기에 가서 제작했다. 내가 아이디어를 주고 그렸다”며 “탄핵이 가결됐지만 완성된 건 아니다.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민주주의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때까지 끝까지 힘쓸 것”이라며 “박사모가 얼마나 모였든 관심은 없지만 (경찰에서 추산한) 5만명은 아니다. 5,000명도 안 되는 거 아니냐”고 되물었다.

# 9. 박근혜 대통령 ‘직격 비판’ “국가 똥칠···민중혁명의 여신 박근혜 가카” 혁명을 나타낼 때 흔히 사용하는 그림인 프랑스의 낭만주의 화가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에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을 덧입혀 비꼰 피켓도 눈에 띄었다. 피켓 아래쪽에는 “가카를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한 번이라도 민중봉기에 휘발유 끼얹어 봤느냐”는 글귀를 사용해 시인 안도현의 ‘너에게 묻는다’를 패러디하기도 했다.

/김나영·이종호기자, 최재서·김영준인턴기자 iluvny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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