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 잔인한 가사와 달콤한 목소리의 조화라니

손화신 입력 2016. 12. 10. 14:16 수정 2016. 12. 23.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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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녀 리뷰] 소장하고픈 음반, 박원 정규 2집 <1/24>

[오마이뉴스손화신 기자]

'이'어폰 '끼'고 사는 '여'자입니다. 따끈따끈한 신곡을 알려드립니다. 바쁜 일상 속, 이어폰을 끼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여백이 생깁니다. 이 글들이 당신에게 짧은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 <편집자말>

요즘 누가 CD로 음악을 듣느냐 말한다. 그럴 때 제가 듣노라 답한다. 글이나 음악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을 손 위에 올려놓고 매만질 때, 물성이 주는 기쁨은 크다. 다만 책이든 음반이든 무언가 '소장'할 땐 웰 메이드 작품만 남기는 습관이 있다. 집이 좁아서. 뭐, 또 다른 이유를 대자면 선택의 폭을 좁혀서 좋은 작품을 복습하려는 의지라고나 할까. 지난달 17일 발매한 박원의 정규 2집 앨범 <1/24>을 소장했다.

A컷 같은 B컷, 완성도 높은 수록곡들

 박원이 지난달 17일 0시 정규 2집 '1/24'를 발표했다.
ⓒ 메이크어스 엔터테인먼트

선택받지 못한 B컷이 더 좋을 때가 있다. 아까운 B컷이 많은 사진집이라면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음반도 그렇다. 타이틀곡 못지않게 나머지 수록곡도 좋을 때, 완성도의 격차가 크지 않고 모든 곡에 공이 들어갔다고 느낄 때 '웰 메이드'라고 부른다. 그런 점에서 박원의 이번 정규 2집은 웰 메이드 앨범이다.

총 8곡이 수록됐는데 첫 번째 트랙 '여행'에서부터 마지막 8번째 트랙 '어젯밤에'까지 박원의 색깔이 진하게 묻어있다. 2008년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으며 가수 데뷔한 박원은 '명확한' 싱어송라이터다. 음악을 시작할 때부터 직접 곡을 써왔고 이번 앨범을 통해 자신의 음악성을 유감없이 펼쳤다. 한지나가 만든 '기억해줘요'를 제외한 나머지 7곡 모두 박원이 작사·작곡했다. 모든 곡의 편곡은 권영찬이 맡았다.


주제곡 '노력'은 올해 초부터 페스티벌 무대 등에서 선보이며 1년 동안 조금씩 수정해 완성한 곡이다. 이 노래는 박원의 곡들이 보통 그렇듯 현실적인 가사로 채워졌다. 일상의 언어로 있는 그대로를 표현했기 때문에 잔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널 만날 수 있는 날 친굴 만났고/ 끊이지 않던 대화가 이젠 끊기고/ 널 바라보다가 다른 사람을 겹쳐봤어/ 누군가 내 안에 들어온 것도 아닌데/ 사랑한단 말은 점점 미안하고/ 억지로 한 것뿐인데 넌 좋아하고/ 너에게만 나는 아주 바쁜 사람/ 내 연락을 기다리다가 또 잠들겠지" - '노력' 중

후렴구에서 "사랑을 노력한다는 게 말이 되니"라고 묻는 구절이 잔혹함의 정점을 찍는다. 사랑의 속성 중 가장 가차 없는 게 이런 것 아닐까. 아무리 돈이 많아도 나를 좋아하지 않는 누군가의 마음을 얻을 수는 없다. 사랑, 행복, 건강처럼 권력이나 부, 심지어 노력으로도 어쩔 수 없는 것들이 주는 무자비함. 이렇게 '현실'적인 가사라니,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여자친구에게 "노력해봤지만 안 되네, 사랑이 어디 노력한다고 되니?"라고 말하는 남자친구는... 정말 너무 한 거 아닌가?

힘 있고 감미로운 보컬

 이번 앨범에는 주제곡 '노력' 외에 총 8곡이 수록됐다.
ⓒ 메이크어스 엔터테인먼트
'노력'의 매력은 혹독한 가사와 반대로 펼쳐지는 감미로운 보컬이다. 박원의 따뜻하고 포근한 보컬 덕분에 가사의 잔인함은 슬픔으로 전환된다. 싱어송라이터는 노래를 '적당히' 잘 할 거란 편견을 깨듯 박원은 힘 있는 보컬을 지녔다. 공감 가는 가사가 지니는 호소력에 더해 목소리에서 전해지는 호소력이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인다.

2집 앨범명 <1/24>는 '하루 24시간 중에 1시간은 음악과 함께 하자'는 박원의 평소 다짐이다. 동시에 자신의 음악을 듣는 이들의 24시간, 그 중 1시간을 음악이란 매개체로 함께 하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기도 하다.

2010년 그룹 원모어찬스로 데뷔한 그는 달달한 고백송인 '널 생각해'로 큰 사랑을 받았다. 지난 2015년 11월에는 정규 1집 앨범 <Like A Wonder>를 발표하며 솔로 가수로 도약했고 다양한 공연과 OST 참여를 통해 자신의 노래를 들려주고 있다. 방영 중인 JTBC 드라마 <이번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OST에 '이럴 거면 헤어지지 말았어야지', '실수'를 수록했으며 직접 작사·작곡한 곡들이다.

오는 2017년 1월 21일~22일에는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2017 박원 첫 번째 단독콘서트'를 연다. 가수로 데뷔 후 7년 만에 마련된 이번 단독 콘서트는 지난 6일 오후 티겟을 오픈해 2분 만에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싱어송라이터 박원은 라이브 공연에 강한 면모를 보인다.
ⓒ 메이크어스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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