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으로 뜬 박근혜 탄핵으로 질 위기에
손국희 2016. 12. 9. 16:13
9일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심판 전까지 모든 직무에서 손을 떼야하는 처지가 됐다. 이로써 탄핵은 박 대통령의 정치 경력에서 뗄레야 뗄 수 없는 요소가 됐다. 앞서 박 대통령을 정치권 전면에 화려하게 등장시킨 것도, 이번에 그를 벼랑 끝으로 몰아 넣은 것도 바로 탄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4년 3월 12일 노 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정치인 박근혜’의 인생에 반전이 일어난다. 탄핵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드는 등 '탄핵 역풍'이 거세게 불었기 때문이다. 탄핵 직후 이뤄진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의 정당 지지율은 10%(열린우리당 34%, 민주당 6%)까지 추락했다. 한나라당이 4월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50석도 얻지 못할 수 있다는 비관론도 나왔다. 최병렬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이런 탄핵 역풍을 맞고 대표직에서 물러났다.절체절명의 위기에 한나라당을 구한 '구원 투수'가 박 대통령이었다. 박 대통령은 임시 전당대회에서 홍사덕 의원을 누르고 당 대표로 선출되며 정계의 전면에 등장했다. 대표 선출 직후 “지금 여의도 당사로는 들어가지 않겠다. 필요하면 천막이라도 쳐서 그곳으로 들어가겠다”고 배수 진을 쳤다.
하지만 4월 15일 열린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며 기사회생했다. 제1당을 열린우리당(152석)에 내줬지만 121석을 얻으며 개헌저지선(100석)을 확보했다. 덩달아 박 대표의 정치적 위상도 급등했다. 소위 ‘박풍(朴風)’ 신드롬을 일으키며 잠재적 대권 주자로 떠올랐다. 같은해 7월에 열린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압도적 재신임을 얻으며 정치적 입지를 다졌고, 8년 뒤인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탄핵으로 떠올랐다가 탄핵으로 질 위기에 몰린 박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은 이제 헌법재판소의 손에 달렸다. 헌재 심판은 앞으로 180일 내에 판가름 난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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