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근과 끈기로 버틴 용덕한의 프로 13년

양형석 2016. 12. 8.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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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원소속팀 NC와 코치 계약.. 13년간의 현역 생활 마감

[오마이뉴스양형석 기자]

NC의 백업포수 용덕한이 13년 간의 현역 생활을 마감한다.

NC다이노스 구단은 7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FA 선언을 했던 포수 용덕한과 선수가 아닌 코치 계약을 했다고 발표했다. 용덕한은 내년 시즌부터 NC의 퓨처스팀인 고양 다이노스의 배터리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할 예정이다.

용덕한은 프로 13년 동안 통산 653경기에 출전해 타율 0.226 9홈런 74타점을 기록했다. 10년 넘게 프로에서 활약했음에도 홈런과 타점은 어지간한 주전급 타자의 1년 성적보다 못하다. 하지만 용덕한의 현역 생활이 실패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매년 방출 선수가 넘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KBO리그에서 13년을 버텨낸 선수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용덕한은 내년부터 고양 다이노스의 코치로 새출발할 예정이다.
ⓒ NC 다이노스
평범한 포수 용덕한의 백업 인생 13년

2004년 2차 8라운드(전체 54순위)로 두산 베어스에 입단한 용덕한은 2년째인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1군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안경현 등 두산의 선배들은 기본기가 탄탄하고 넉살이 좋은 후배 용덕한을 '비'라고 부르기도 했다.(당시만 해도 '비' 앞에 '무장공'이 생략된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용덕한은 동아대 시절에 이미 대학 선발팀에 이름을 올릴 만큼 완성형 포수였다. 하지만 1군의 주전 포수를 노리기엔 '타자'로서의 자질이 부족했다. 홍성흔이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한 2009년, 병역 의무를 마친 용덕한은 드디어 주전 기회를 잡는 듯 했지만 극단적인 타고투저 시즌이었던 2009년조차 타율 0.246 1홈런14타점에 그치며 구단과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2010년 양의지라는 걸출한 포수가 등장하면서 용덕한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고 결국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로 이적했다. 용덕한은 이적 첫 해 친정팀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 옛 배터리 파트너였던 홍상삼에게 홈런을 치는 활약으로 팀을 플레이오프로 이끌기도 했다. 그렇게 용덕한은 강민호의 백업포수로 롯데에서 3년 동안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용덕한은 2015시즌을 앞두고 또 한 번 유니폼을 바꿔 입어야 했다. 신생팀 KT위즈가 20인 외 특별 선수 지명으로 롯데에서 용덕한을 지명한 것. 조범현 감독은 젊은 투수진을 이끌어줄 경험 많은 포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그 적임자로 용덕한을 선택했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드디어 주전으로 뛸 기회를 맞은 것이다.

하지만 KT는 타격 능력이 떨어지는 용덕한에게 주전을 맡기는 것에 만족하지 못했고 트레이드를 통해 대형 포수 유망주 장성우를 영입했다. 롯데 시절 장성우에게 밀려 KT로 이적한 용덕한이 다시 한 번 장성우에게 주전 자리를 빼앗기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하지만 장성우와 용덕한의 동거(?)는 두 달도 채 가지 못했다. NC의 김경문 감독이 경험 많은 백업 포수의 필요성을 느꼈고 6월 21일 트레이드를 통해 용덕한을 영입한 것이다.

이제는 코치로서 '리틀 용덕한'을 키워야 한다

용덕한은 NC이적 후 49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6 출루율 0.375를 기록했다. 표본이 적긴 하지만 김태군의 백업 포수로는 나쁘지 않은 활약이었다. 용덕한은 올 시즌에도 백업포수로 활약하며 88경기에 출전했다. 비록 타격지표(타율 0.212 2홈런7타점)는 돋보이지 않았지만 백업포수가 부족했던 NC에서 용덕한의 존재는 특별했다.

롯데 시절에도 가을에 유독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던 용덕한은 올해 LG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도 1차전 9회말 1사 만루의 기회에서 끝내기 안타를 터트리며 '인생경기'를 펼쳤다. 그리고 시즌 후 FA자격을 얻은 용덕한은 프로에서 13년을 버틴 자신에 대한 칭찬이라는 뜻이라 밝히며 과감하게(?) FA를 신청했다.

36세 노장 포수의 용기 있는 도전이었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아무리 용덕한이 야구계에서 평판이 좋은 선수라고 해도 현재의 FA제도에서 보상 선수를 내줘가며 백업포수를 영입할 팀은 없다. 용덕한 본인도 원 소속구단인 NC와의 재계약을 담담하게 기다리다가 결국 선수가 아닌 코치로 계약하면서 13년의 현역 생활을 조용히 마감했다.

이제 용덕한은 고양 다이노스의 코치로 활동하면서 자신을 대신할 김태군의 백업, 더 나아가 김태군의 입대 후를 대비할 미래의 포수 자원을 육성해야 하는 새로운 임무를 맡게 됐다. 올 시즌 NC에는 김태군과 용덕한을 제외하면 1군에서 활용할 포수자원이 사실상 전무했다. 박광열이 12경기에서 37이닝, 박세웅이 1경기에서 3이닝 동안 포수 마스크를 썼을 뿐이다.

NC는 취약한 안방을 보강하기 위해 지난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순위로 해외파 포수 신진호를 지명했다. 신진호는 기존의 2군 포수들과 함께 최기문 배터리 코치, 용덕한 신임 코치에게 집중지도를 받을 예정이다. 그리고 외부 영입이 없다면 이들 중에서 내년 시즌 김태군과 함께 1군의 안방을 책임질 포수가 나와야 한다. 용덕한 코치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용덕한은 현역 시절 한 번도 주전으로 뛰어 본 시즌이 없다. 당연히 규정타석을 넘긴 적도 없고 100경기 이상 출전한 시즌도 없다. 그럼에도 용덕한은 선수 생활 대부분을 1군 포수로 활약했다. 용덕한은 KBO리그 역사에 남을 뛰어난 포수는 아니었지만 누구보다 성실하고 진중한 포수로 야구팬들에게 오래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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