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부결되면 후폭풍 감당 못해".. 온건非朴도 두손 들었다

최경운 기자 2016. 12. 5.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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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 탄핵정국]
4시간 격론끝에 표결 참여 결정
- 유승민 등 강경파
"이젠 탄핵이 불가피한 상황.. 정치무대서 대통령 퇴장시키고 대선 준비하는 게 낫다"
- 김무성 등 온건파
"4월 퇴진이 國政에 덜 충격적.. 野, 탄핵 가결되면 곧바로 대통령·총리 즉각 퇴진 요구할것"

새누리당 비박(非朴)계가 4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표결 참여로 돌아서면서 오는 9일로 예정된 표결에서 탄핵안 통과 가능성이 커졌다. 비박계는 박근혜 대통령이 조기 퇴진 입장을 밝히더라도 야당이 협의에 응하지 않을 경우에는 역시 표결에 그대로 참여키로 했다. 야당은 "절대 협상은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는 이상 9일에는 탄핵안 표결이 이뤄지게 됐다. 이로써 정치적 협의에 의한 '4월 퇴진'은 어려워졌다.

비박계 의원들로 구성된 비상시국위원회의 이날 회의에선 탄핵 표결에 참여하자는 의견과 자진 퇴진을 먼저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격돌했다. 하지만 4시간에 걸친 회의 끝에 "주말 촛불 시위에 나타난 민심을 보니 탄핵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모임의 대변인 격인 황영철 의원은 브리핑에서 "오늘 회의에는 의원 29명이 참석했고 탄핵 가결 정족수는 충분히 채울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당 안팎에선 당초 탄핵 찬성 입장을 밝혔던 비박계 의원 40여명 가운데 다수가 여전히 탄핵에 찬성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유승민 의원은 회의 뒤 "(탄핵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비판적인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전했다. 나경원 의원은 "주말 동안 지역구 여론을 들어보니 탄핵을 막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김무성 등 일부 의원은 "우파(右派) 분열을 막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며 자진 퇴진 우선 추진을 주장하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한다. 김 의원은 회의 뒤 "정권 이양을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게 하려면 탄핵보단 자진 사퇴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면서도 "그러나 탄핵 표결을 피하기는 어려운 분위기였고 투표하면 통과될 것 같다"고 했다.

비박계가 사실상 '탄핵 찬성'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은 "탄핵 여론에 맞섰다가는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당초 비박계는 박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3차 담화에서 '조기 퇴진' 입장을 밝히자 '박 대통령이 탄핵안 표결 전에 퇴임 일자를 밝히고 2선 후퇴를 약속하면 탄핵안 처리에 반대한다'는 쪽으로 뜻을 모았다. 새누리당은 이런 비박계의 입장 정리에 따라 '내년 4월 퇴진, 6월 조기 대선 실시'를 만장일치 당론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3일 촛불 시위를 거치면서 비박 의원 상당수가 "탄핵밖에 해법이 없다"는 쪽으로 다시 기울었다. 촛불 시위에 200만이 넘는 인파가 몰린 데다, 이들의 요구가 '즉각 퇴진' '구속 수사' 등으로 더 강경해진 게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탄핵 찬성'을 요구하는 문자메시지가 하루 수천 통이 쏟아진 것도 부담이었다. 박인숙 의원은 "시민들이 보내온 문자메시지 가운데 80% 정도가 '탄핵에 동참하라'는 내용"이라고 했다.

차기 대선 전략 차원에서도 탄핵을 미루는 게 득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새누리당에선 친박계는 물론 비박계에서도 그동안 박 대통령이 내년 4월 퇴진하고 6월쯤 대선을 치르는 게 유리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가장 앞서 있는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측과 대선에서 맞서려면 전열 정비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정병국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민주당은 9일 탄핵안이 부결될 경우 새누리당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나올 것"이라며 "민주당에 계속 끌려가기보다 탄핵을 주도해 박 대통령을 정치 무대에서 빨리 퇴장시키고 대선 준비를 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많다"고 했다. 반면 김무성 의원 측은 "야당은 탄핵안이 가결되면 헌재 결정을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대통령과 황교안 총리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고 나올 것"이라며 "이럴 경우 보수 세력이 궤멸 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는 점을 김 의원은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박 대통령이 오는 7일 이전에 '조기 퇴진' 등과 관련해 입장을 밝힐 경우 9일 탄핵 표결의 변수가 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한 비박계 의원은 "일부 비박 의원은 '대통령에게 7일까지 추가 입장 표명 시한을 줬으니 그때까지는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박 대통령이 퇴진 시점과 2선 후퇴를 선언하면 당내 여론이 다시 바뀔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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