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이 종이 된다?..다양한 한글 고전 소설의 세계

박창욱 기자 2016. 12. 4.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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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창욱 기자 = 최초의 한글 소설은 1618년 작으로 추정되는 허균의 '홍길동전'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 허균의 작품인지, 원래 한글본이었는지 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다. 또 국사편찬위원회가 1997년 발견한 채수의 '설공찬전'은 홍길동전보다 1세기가량 앞선다는 학설도 나왔다.

이로 인해 문학계 한편에선 최초의 한글 소설 작품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양한 한글 소설이 조선 시대부터 민중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할머니가 시집가는 외손녀를 위해 한글 소설을 필사해서 선물로 주었고, 할아버지는 야참을 함께 먹으며 손자들에게 한글 소설 속 신나는 이야기를 읽어 주었다.

허인전. 이하 한글박물관 제공 © News1

서울 용산구에 자리잡은 국립한글박물관에선 그동안 한번도 소개되지 않은 유일본 한글 고전 소설들을 다수 소장하고 있다. 장편 군담소설 '허인전'은 한글박물관이 소장한 대표적인 작품이다. 명나라 정덕제 무종이 양자로 들인 류경복이란 이가 역모를 일으켜 황위를 찬탈하자 충신 허운 및 그 아들 허인이 그에 맞서 싸워 무종의 아들 홍으로 하여금 황위를 되찾게 한다는 이야기다.

'허인전'은 총 156장의 상하 2권 2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글자 수는 대략 15만2000자이다. 10만자인 '춘향전'의 장편 이본인 '남원고사'의 1.5배가 넘는 분량이다. 이 작품은 '삼국지연의'의 세계관과 창작수법을 수용하여 20세기초 창작한 소설이자 대체역사소설이라는 점에서 작품의 가치가 있다.

© News1

사회 문제를 다룬 '옴니버스' 방식의 작품도 있다. 1910년대 이후 창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효우창선록'은 양반이 몸을 팔아 남의 종이 되는 '매신'(賣身)이라는 심각한 당시 사회 현실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효심, 우애, 시은, 보은, 신의 등 도덕적 가치를 포함한 다양한 이야기를 일련의 삽화와 함께 구슬을 꿰듯 연결했다.

'효우창선록'은 현재 유일본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총 162장의 장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유려하고 정연한 서민들의 글씨인 '민체'(民體)로 필사되어 있는 작품이다. 1910년대 이후에 고전 소설 중에는 이 작품과 같은 문제의식과 서사 형태를 지닌 것은 없어, 새로운 서사 형식을 개척한 문학사적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산곤륜전 © News1

실험정신이 두드러지며 완성도가 높은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는 '산곤륜전'은 1911년 필사된 고전 소설이다. 역시 동종의 같은 책이 없는 유일본이다. 총 108장 분량의 중장편 소설로 글씨가 작고 매면 행자수가 많아 보통의 소설책으로 말하자면 3권 3책의 분량에 해당한다.

이 작품은 산곤륜과 유화월이라는 남녀 주인공이 운명적 액운을 겪고서 '출장입상'(出將入相)하기까지 파란만장한 삶을 환상적으로 그리고 있다. 특히 기존 소설을 변용한 수법이 매우 절묘하다. 어떤 소설의 대목을 그대로 가져다 베껴 쓴 것이 아니라, 독서 경험을 토대로 한 기억에 의거해 자유자재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녹여내고 있다.

국립한글박물관(관장 김철민)은 오는 6일 지하 1층 강당에서 열리는 '신발굴 고전 소설의 작품 세계와 자료적 가치' 학술대회에서 '허인전' '효우창선록' '산곤륜전'을 일반에 최초 공개한다. 아울러 50년간 희귀본을 포함한 고소설 1500여점을 모은 박순호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의 자료 수집에 얽힌 일화도 함께 들려줄 예정이다.

박 교수가 모은 이른바 '방각본'으로 알려져 있는 전주 지방의 상업용 인쇄본 소설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국내 최고의 컬렉션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모은 자료를 이용할 수 있기를 희망하는 마음으로 국립한글박물관에 수집 자료를 보냈다. 학술대회 참가비는 무료이며 선착순으로 입장할 수 있다. 문의 (02)2124-6370, 6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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