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중식'도 철밥통에..부나방처럼 몰리는 공시생들

김동환 입력 2016. 12. 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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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터지게 할지라도 포기할 수 없다. 딱 한 번만 성공하면 되니 말이다. 실패? 다음에 또 도전하면 된다. 드는 돈은 신경 쓰지 않는다. ‘안정된 인생과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이라는 열매는 너무나 달아서 불에 달려드는 부나방처럼 이들은 끊임없이 시험장을 향해 모여든다.

지난 1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 외신들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치러진 중국 궈카오(國考·국가공무원 시험)에 응시한 수험생은 약 149만명으로 평균 경쟁률 55대1을 기록했다. 최근 9년간 100만명 넘는 응시자가 매년 지원한 궈카오는 2014년에 152만명이 몰려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이후 2년 연속 140만명 수준으로 비슷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는 ‘궈카오’와 ‘2017 궈카오’ 등이 해시태그로 달린 게시물이 널리 퍼지고 있다. 수험생활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중 올해 시험이 여섯 번째인 한 여성의 사연이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올해 서른인 황씨는 그동안 궈카오에 다섯 번 도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그는 한 공공기관의 비정규직으로 근무 중인데, 정확한 액수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월급이 궈카오를 통과한 이들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이 여섯 번째 시험인 황씨는 “불합격하더라도 다시 도전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그는 석박사 학위가 없으면 시험에 응시할 수 없는 제한연령인 서른다섯이 될 때까지 계속해서 공무원에 도전할 생각이다.

국적만 다를 뿐 수년째 공무원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황씨는 우리네 청춘을 떠올리게 해 어쩐지 씁쓸함을 자아낸다.

황씨의 사연은 네티즌들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반응도 폭발적이다. 다만 모두가 같은 생각은 아니었다.

한 네티즌은 “왜 그렇게 오랫동안 공무원이 되려고 하느냐”며 “공무원에 실패하면 다른 길이 없는 거냐”고 되물었다. 그는 “그렇게까지 시험에 매달려야 하는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다른 네티즌도 “오랜시간 자신을 혹사할 이유가 있느냐”고 말했다.

황씨를 응원하는 한 네티즌은 “끈기와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며 “계속 노력하면 언젠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응원했다. 그는 “인생은 오랜 여정”이라며 “자기 도전에 후회하지만 않으면 된다”고 말했다.



135문항을 두 시간 만에 풀어야 하는 필기시험, 면접 등을 통과해야 공무원이 될 수 있다. 필기시험만 보면 한 문제당 1분도 주어지지 않는 셈이다. 다루는 영역도 상식, 수학, 국제 그리고 언어와 논리 등 매우 넓다. 올해에는 우주선이나 인공지능처럼 주요 이슈도 출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많은 지원자가 몰린 보직은 민주동맹 중앙판공청의 ‘접대처 주임과원 및 이하’로 전해졌다. 공무접대와 회의준비가 주 임무다. 단순업무인 데다가 자격요건이 까다롭지 않아 수험생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는데 경쟁률만 무려 9837대 1이다. 1명 뽑는데 1만명 가까이 지원한 셈이다.

하지만 일부 분야는 아예 지원자가 없었는데, 대부분 농촌 등에 분포한 것으로 전해져 지원분야 사이에 불균형이 심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공무원이 되고픈 이들을 바라보는 ‘현직 공무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여섯 번 도전 끝에 지난해 공무원이 된 한 여성은 BBC에 “합격할 때까지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견뎌내기가 정말 힘들었다”며 “오랜 시간 끝에 운 좋게도 공무원이 됐다”고 말했다.

이제 일 년을 조금 넘긴 그는 자기가 공무원이 된 것을 후회한다고 했다.

“공무원은 너무 지루하다. 매일 같은 일과가 반복된다. 수자원 관리 부처에서 회계를 맡고 있는데, 활발한 내 성격과 달리 주어진 일이 단순해 정말로 싫다.”

2년 전 공무원이 된 한 네티즌은 여성과 황씨의 형편이 너무 대조적이라고 했다.

공무원이 되려는 이들은 ‘합격’이라는 성을 향해 돌진하려 하지만, 막상 성에 들어오면 어떻게든 사직서를 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이 네티즌은 “당신에게 열정이 있다면 왜 더 큰 일을 도모하지 않느냐”며 “더 넓은 세계를 향해 도전해보라”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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