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와 어울리는 협소주택

매거진 2016. 11. 29.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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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ㅁㄷ 작은집

새로 지었지만 혼자 돋보이려 욕심내지 않았다. 주변 건물과 어우러져 오히려 더 특별해 보이는 세 식구의 집을 만났다.


주택의 정면. 작은 면적 내 주차장과 마당까지 갖췄다. 외부에 설치된 슬라이딩 도어를 여닫을 수 있어 가족만의 프라이버시도 고려했다.  (* ‘엠엠디’라 불리는 ㅁㅁㄷ은 면목동을 의미한다.)


단층 벽돌건물이 오랜 기간 자리했던 서울 도심 19평의 대지. 집짓기를 결심하고 두 달간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발견한, 조용하고 볕 잘 드는 땅이었다. 성격 급하신 양가부모님 덕에 결혼은 서둘러 진행했지만, 집만큼은 서로 생각을 주고받으며 천천히 준비하자 의견을 모았던 부부다.

“주택은 관리가 어렵다, 냉난방비가 많이 든다, 보안에 취약하다 등 여러 가지 속설이 있지만 주택에서 살아봤기에 사실과 다른 면도 많다는 걸 잘 알고 있었죠. 한창 자랄 아이가 층간소음이 무서워 아무 것도 못하는 아파트에는 도저히 살 수가 없겠더라고요.”

이왕이면 같은 가격, 같은 면적으로 마음 편하게 살고 싶어 찾은 이 땅은, 협소했지만 세 식구에겐 더없이 넓고 소중했다. 건축사인 친척에게 경험 많은 시공사까지 소개받고 나니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모든 일이 술술 풀리는 것 같았다. 최소한 설계도를 받기 전까진 말이다. 전문가라는 말이 무색하게 기대했던 도면은 그저 좁은 아파트 같은 평면이었다. 시간을 더 투자하더라도 원하는 집이 나오지 않을 거란 확신에 설계비를 미련 없이 포기하고 가족을 위해 고민해줄 건축가를 좀 더 찾아보기로 했다.


HOUSE PLAN

대지위치 : 서울시 중랑구 면목동 / 대지면적 : 62.8㎡(18.99평)

건물규모 : 지상 4층(3층 + 옥탑) / 건축면적 : 32.7㎡(9.89평)

연면적 : 93.98㎡(28.42평) / 건폐율 : 52.07%

용적률 : 149.64% / 주차대수 : 1대 / 최고높이 : 11.18m

공법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지상 - 철근콘크리트

구조재 : 벽, 지붕 - 철근콘크리트

지붕마감재 : 아스팔트싱글 / 단열재 : 경질우레탄보드(단열 기준 두께)

외벽마감재 : 치장벽돌 / 창호재 : LG하우시스 시스템창호(발코니 폴딩도어), KCC PVC 시스템창호

에너지원 : 가스보일러 / 시공 : 무원건설

설계 : 푸하하하 프렌즈 070-4204-0325 http://fhhhfriends.com

총공사비 : 2억2천만원

SECTION
치장벽돌로 마감한 협소주택. 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동네와 조화를 이뤘다.
현관 쪽 모습. 사진상 가장 어두운 곳이 진짜 현관문이 있는 자리다.
수돗가와 일체화된 주방으로 올라가는 계단  /  문을 열면 왼쪽은 화장실, 오른쪽은 욕실을 배치해 여러 명이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몸도 마음도 지쳐갈 때쯤 우연히 인테리어 사진 두 장을 봤어요. 순간 ‘이거다’ 싶더라고요. 미팅 후 바로 계약했죠. 주택 경험이 많지 않았지만 왠지 즐겁게 집을 지어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그렇게 먼 길 돌아 ‘푸하하하 프렌즈’를 만났다. 예전 시골집처럼 편안한 집, 청소와 수납 등 실제 생활의 편의를 고려한 집, 동네와 잘 어울리는 집이길 바란 부부의 요구에 따라 긴 공사의 첫 발을 내디뎠다.

“당시 현장에 갔을 때, 작은 건물 안으로 들어오는 햇볕이 참 인상 깊었어요. 집을 새로 짓더라도 이 풍경은 건축주 가족을 위해 꼭 실내에 담아줘야겠다 생각했죠.”


주방에서 바라본 전경. 보일러, 수납, 계량기 등 시설을 넣기 위해 계단 옆 벽의 구조는 의도해 얇게 설계했다. 
아담한 주방 공간


INTERIOR

내벽마감재 : 일반 수성페인트 / 바닥재 : 이건 강마루

욕실 및 주방 타일 : 이탈리아 수입타일(1층 현관), 그 외 일반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대림바스 / 주방 가구 : moksori

조명 : 이케아 / 계단재 : 일반합판 위 오일스테인, 락카

현관문 : 일반단열도어 / 방문 : 합판 제작 위 오일스테인

붙박이장 : moksori / 데크재 : 방부목 위 오일스테인


19평 규모의 땅이라 건물의 진입과 배치에 있어 선택의 폭이 넓진 않았다. 30평 건물이 한 가족이 살기에는 작지 않은 면적지만 층당 열 평이 채 되지 않는 상황은 충분히 갑갑하게 느껴질 수 있었다. 따라서 이 집에서 풀어야 할 과제는 ‘좁지 않은 집’. 인테리어를 통해 넓어보이게 하는 것이 아닌, 독특한 공간감을 즐길 방법을 고려해보았다. 계절과 시간에 따른 빛의 변화, 보는 곳마다 다른 창밖의 풍경, 낮은 계단을 사이에 둔 대화의 시간, 계단을 오르내리는 재미 등 넓은 집에서는 느낄 수 없는 다양함은 재밌는 집이 될 요소로 충분했다.

“집짓기는 현실이라 책에서나 볼 수 있는 화려한 인테리어는 포기했어요. 인테리어에 의해 비용 차이가 많이 생기다보니 건축비를 제외하고 남는 여윳돈만큼만 저렴하게, 사고뭉치 아이에 의해 집이 망가져도 전혀 아깝지 않게 시공해달라고 부탁드렸고요. 결론적으론 원했던 모습 그대로 완성되었어요.”

외부는 철근콘크리트구조에 치장벽돌로, 내부는 석고보드와 시멘트에 일반 수성페인트로 마감했다. 흔히 사용하는 재료로도 매력적인 건물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 건축가의 의도가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안방 문을 열고 닫았을 때 모습. 볕이 들어올 수 있도록 유리 마감재를 사용했다.
거실 꺾인 창문은 개방감이 좋아 천창 만큼이나 하늘이 많이 보인다.  /  옥상으로 가는 계단실. 날씨와 시간에 따라 빛이 다르게 떨어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PLAN - 1F (27.03㎡)    /    PLAN - 2F (29.73㎡)
PLAN - 3F (29.73㎡)    /    PLAN - 4F (7.49㎡)


골목 길에서 본 주택 전경
두 마리 반려묘가 오갈 수 있도록 배려한 작은 통로가 인상적인 옥상


가장 눈여겨봐야 할 공간은 1층 현관과 마당. 보통 현관은 그저 신발을 신고 벗는 역할을 할 뿐이지만 이 집에서는 다르다. 현관의 폴딩도어를 모두 열면 주차장과 합쳐져 협소주택에선 상상할 수 없는 넓은 마당이 되고, 한편에 수돗가와 세탁기를 두어 청소와 빨래도 가능하게 했다. 좁은 면적 내에서 온가족이 함께 할 공간을 마련해준 것이다.

“건물에서 느낄 수 있는 개방감을 극대화 하고 싶었어요. 겉멋 든 집보다 벽면에 떨어지는 빛과 그림자, 창을 통해 보이는 파란 하늘이 예쁜 집을 상상하며 설계했죠.”

집은 스스로를 드러내기보다 늘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서서히 주변에 적응 중이다. 이사 후 은행 대출 이자가 늘었고 회사와의 거리도 멀어졌지만, ‘우리 집’이라는 안도감과 안정감이 생겨 기쁘다는 가족. 집을 짓는 건 건축가의 몫이었으나 앞으로의 이야긴 가족이 채워야 한다. 이제 10개월된 아들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모든 것에 점점 익숙해질 주택생활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건축가_ 푸하하하 프렌즈

윤한진, 한양규, 한승재가 이끌고 있는 푸하하하 프렌즈. 디엠피건축사사무소에서 동기와 선후배 사이로 만나 친구가 된 이후, 함께 사무실을 개소했다. 서로 다른 색깔을 가진 세 명이 모여 만든 예상치 못한 결과물을 통해 다방면에서 활동 중이다. 대표작으로는 김해 흙담(2014 김해 건축문화제 대상), 한남동 옹느세자매, 수르기 등이 있다.


취재_김연정   |  사진_노경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16년 11월호 / Vol.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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