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순위 신인 이종현·박지수 동반 부상, 한국농구의 미래가 아프다

맹봉주 2016. 11. 24.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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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맹봉주 기자] 남자농구, 여자농구 드래프트 1순위 선수가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올해 KBL과 WKBL에서 나란히 신인선수 드래프트 1순위로 지명된 이종현(22, 205cm)과 박지수(18, 193cm)가 부상을 당했다. 이종현은 오른발 피로골절을, 박지수는 오른쪽 발등 인대 부상이다.

이종현과 박지수는 어린 시절부터 한국농구를 이끌 대형 유망주로 주목 받아왔다. 이들이 프로에 진출하면 리그 판도가 바뀔 것이란 전망도 많았다. 둘 다 국내 농구에선 찾아보기 힘든 신체조건에 실력까지 겸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로에 데뷔하기도 전에 부상에 시달리며 농구팬들의 걱정을 사고 있다.

두 선수의 부상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부상을 안고 무리하게 출전하다 부상이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농구의 미래라 불리는 만큼 이들의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실정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먼저 이종현의 부상 소식이 처음 들린 건 지난 7월이다. 당시 국가대표팀에 뽑힌 이종현은 대만에서 열린 존스컵 필리핀전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훈련 도중 오른쪽 발등에 통증을 호소하며 27일 조기 귀국했다.

병원 검사 결과는 오른쪽 발등 피로골절. 최소 2개월의 휴식이 필요하다는 진단도 함께 나왔다. 당시 이종현은 “원래 아픈 부위였는데 훈련 과정에서 골절된 느낌을 받았다. 당장은 대표팀 복귀가 어려울 것 같다”며 “정기전은 물론이고 프로농구 개막까지도 회복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지금 같아서는 11~12월 정도가 되어야 경기를 뛸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결국 이종현은 대표팀에 제외되며 이란에서 열린 FIBA 아시아 챌린지 대회에도 불참했다.

하지만 2달이 채 지나기 전인 지난 9월 23일, 이종현은 연세대와의 정기전에 출전했다. 당초 정기전은 물론 대학리그 플레이오프까지 결장할 것이란 예상을 뒤집은 것이다. 이종현은 이날 3, 4쿼터만 뛰며 팀의 16점 차 열세를 무승부로 이끌었다.

약 일주일 후인 9월 29일, 연세대와의 대학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도 이종현은 모습을 드러냈다. 이종현은 7분 31초 뛰며 득점 없이 3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팀도 72-84로 패하며 우승컵을 내줬다. 정기전과 챔피언결정전 모두 뼈가 완전히 붙지 않은 상태에서 감행한 무리한 출전이었다.

그리고 이는 이종현에게 독이 되어 다가 왔다. 드래프트 1순위로 모비스에 지명된 후에도 이종현의 부상은 좀처럼 낫지 않고 있다. 최근엔 내년 2월 중에야 회복이 가능하다는 검사 결과가 나왔다. 경기에 뛰기 위해선 이보다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시즌 아웃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박지수의 첫 부상 소식은 이종현보다 훨씬 오래됐다. 2013년 10월 U16대표팀 훈련 도중 박지수는 수비수 발을 밟아 오른쪽 발목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검사 결과 인대 2개가 끊어지는 등 정도가 심각해 수술대에 올랐다. 이후 한동안 재활에 매진하며 회복에 힘썼다. 어린 선수인 만큼 꾸준한 관리와 보호가 필요했다.

하지만 부상 이후에도 각 연령대별 대표팀과 소속팀 등을 오가며 제대로 된 휴식시간을 갖지 못했다. 팀 내 최장신인 만큼 골밑에서 박지수가 해줘야 할 역할 역시 컸다. 2014 세계선수권대회엔 15세 7개월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로 국가대표팀에 발탁되기도 했다.

박지수는 지난 2016 리우올림픽 여자농구 최종예선 8강 토너먼트 스페인과의 경기 도중 리바운드 과정에서 상대 발을 밟아 오른쪽 발목을 접질렀다.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대표팀에서의 잦은 부상으로 박지수는 골밑 기피증까지 생겼다.

지난 10월 전국체전에서 만난 박지수는 “계속 들어가야지, 들어가야지 했는데 잘 안됐다. 발목수술을 받은 이후 안으로 들어가는 게 불안하다. 이렇게 골밑에 안 들어간 게 몇 년간 반복되며 버릇이 됐다”고 그간의 고충을 토로했다.

박지수는 최근 태국에서 열린 U18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해 또 부상을 안았다. 이번에도 오른쪽 발이다. 박지수는 준결승전을 마친 뒤 “경기 초반 발등에서 뚝 소리가 난 뒤로 발등이 아프다”며 통증을 호소했다. 하지만 박지수는 바로 다음날 대만과의 3-4위전에 1분 2초간 코트를 누볐다.

한국에 돌아와 정밀 진단을 받자 오른쪽 발등의 인대가 늘어났다는 결과가 나왔다. 소속팀 KB스타즈의 안덕수 감독은 “반깁스를 한 상태라 일주일정도는 안정을 취해야 할 것 같다. 그 다음은 병원에서 깁스를 풀고 2주정도 재활훈련을 시킬 생각이다”며 “12월까지는 쉬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최근 한국 스포츠는 종목에 상관없이 혹사논란이 뜨겁다. 이종현, 박지수 역시 혹사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들은 향후 10년 이상 국가대표의 골밑을 든든히 지켜줄 재목이다. 이종현과 박지수의 부상을 이들 개인의 문제로 생각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미 엎질러진 부상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앞으로는 투혼으로 포장된 무리한 출전이 아닌 충분한 휴식과 재활 후 건강한 모습으로 코트를 누비는 이들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사진_점프볼 자료사진(유용우 기자, 한필상 기자)

  2016-11-24   맹봉주(realdeal@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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