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두대 매치'의 날이 밝았다, 공한증 역사를 재현하라

이준목 2016. 11. 15. 10:3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프로축구]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5차전.. 대한민국 vs. 우즈베키스탄
우즈베크전 기자회견
'단두대' 매치 앞둔 대표팀
'시간이 없다'

[오마이뉴스 글:이준목, 편집:곽우신]

슈틸리케호가 러시아 월드컵으로 가는 길에 있어 어쩌면 가장 중대한 고비를 될 수 있는 일전을 앞두고 있다. 한국 축구 대표팀(FIFA 랭킹 44위)은 오는 15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우즈베키스탄(FIFA 랭킹 48위)을 상대로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5차전을 치른다.

현재 이란(3승 1무 10점), 우즈베키스탄(3승 1패 9점)에 이어 한국은 2승 1무 1패(승점 7점)로 조 3위에 머물러 있다.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직행하기 위해서는 조 2위 안에 들어야 한다. 반환점이 되는 이번 우즈베키스탄전에서 한국은 반드시 승점 3점이 필요하다.

만일 한국이 패하고 이란과 우즈베크가 모두 승리할 경우, 상위권 승점 차이가 5점 이상으로 벌어지며 후반기 일정에 대한 부담이 엄청나게 커진다. 최종예선 이후 연이어 부진한 경기력과 설화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슈틸리케 감독의 처지 역시 바람 앞의 등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승점 3점을 넘어 한국축구의 향후 운명과 방향성을 좌우할 수도 있는 중요한 단두대 매치인 셈이다.

나쁜 기억 보다는 좋은 기억이 많다

다행스럽게도 한국은 우즈베크를 상대로 좋은 기억이 더 많다. 역대 전적에서 9승 3무 1패로 압도적인 우위다. 한국과 이번 최종예선에서 한 조에 편성된 상대 중에서 중국(18승 12무 1패) 다음으로 좋은 성적이다.

1994년 10월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준결승전에서 0-1로 패한 경기가 한국이 우즈베크에 당한 처음이자 마지막 패배였다. 이 경기가 양국의 공식적인 첫 A매치 대결이었다. 당시에도 한국은 우즈베크에 슈팅 수 27-4의 일방적인 우위에 불구하고 골키퍼 차상광의 '알까기' 실책으로 허무하게 실점을 내주며 불운의 패배를 당했다. 이 득점이 당시 우즈베크의 유일한 유효슈팅이었을 만큼 경기내용은 한국이 압도적이었다.

비록 악연으로 시작했지만 이후 무려 22년 동안 12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하며 한국은 우즈베크에 더는 진 적이 없는 만큼 당시의 빚은 이미 톡톡히 갚은 셈이다. 흔히 공한증의 원조 하면 중국을 떠올리지만 우즈베크 역시 만만찮은 한국 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4번의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양국이 한 조에 속한 것만 3번(2006년 독일, 2014년 브라질. 2018년 러시아)이다. 특히 한국은 최종예선에서 우즈베크와의 홈 경기에서는 3전 전승을 기록 중이다.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에서도 한국은 우즈베크와 한 조에 편성되어 1승 1무로 우위를 점했다. 특히 2013년 6월 11일 서울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렸던 최종예선 7차전에서 한국은 우즈베크의 자책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사실상 한국과 우즈베크의 월드컵 본선행의 희비를 가른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한국은 최종전에서 이란에 패하고도 우즈베크에 골득실차에서 1골 차로 간신히 앞서 조 2위로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 지을 수 있었다.

아시안컵에서도 여러 차례 만났다. 2011 카타르 아시안컵에서는 이영표-박지성의 국가대표 고별전이 된 3·4위전에서 우즈베크를 3-2로 제치며 유종의 미를 장식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한국대표팀 부임 후 첫 대회였던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는 8강에서 만나 연장까지는 접전 끝에 손흥민의 연속골로 2-0으로 승리한 바 있다. 슈틸리케호는 상승세를 타고 결승진출까지 성공하며 화려하게 비상했다.

이처럼 단순히 전적 상의 우위만이 아니라 한국은 아시아 무대에서 중요한 고비에서 우즈베크를 제물로 귀중한 승리를 거둔 경우가 많다. 우즈베크는 반대로 한국에 발목이 잡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번번이 좌절됐다.

과거는 과거, 현재는 현재

하지만 과거는 과거고 현재는 현재다. 2010년대 이후로의 맞대결을 돌아보면 한국은 결과적으로는 이겼지만, 내용상 우즈베크를 쉽게 상대한 경우가 한 번도 없다. 대부분 경기 종반까지 팽팽한 접전을 펼치다가 아슬아슬하게 이기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는 한국 원정을 앞두고 비행기가 연착되어 경기 이틀 전에 입국하며 컨디션 관리에 실패한 데다가 경기에서는 자책골까지 기록하는 등 우즈베크 입장에는 지독하게 불운이 꼬인 경기였다. 아시안컵에서도 90분 내내에 한국과 대등한 승부를 펼쳤으나 연장전에서 체력이 떨어지며 분패를 당했다. 가장 최근의 대결은 아시안컵 이후 2015년 3월 27일 가진 평가전으로 당시 1-1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이번만큼은 한국전에서 설욕하겠다는 복수심은 우즈베크 선수들의 정신력에 강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이번 최종예선만 놓고 보면 현재까지 경기력은 우즈베크가 더 낫다. 우즈베크는 중국, 시리아, 카타르를 모두 꺾었고, 조 수위 이란에 0-1로 패했지만, 내용 면에서는 상당히 선전했다. 최근 요르단과의 평가전에서도 1-0으로 승리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공격(4경기 4득점)보다는 수비력(1실점)이 더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란전 외에는 한 골도 내주지 않았다.

우즈베크에는 K리그에서도 활약했던 세르베르 제파로프, 알렉산데르 게인리히 같은 선수들이 포진해있다. 중국전 결승 골의 주인공 마라트 비크마예프도 이번 한국전 명단에 포함됐다. 사실상 우즈베크가 내세울 수 있는 최정예 전력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슈틸리케 감독도 선수들도 우즈베크전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캐나다와의 친선전 승리로 분위기 전환에 성공한 만큼 우즈베크전에서 확실히 상승세를 타는 것이 중요하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