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일 칼럼] 남자는 최두호, 여자는 알렉사 그라소

김건일 기자 2016. 11. 9. 06:3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건일 기자의 '이 파이터를 소개합니다'초롱초롱한 눈망울, 오뚝한 코, 수려한 외모로 '남심'을 잡는다. 게다가 경기력까지 '팬심'을 홀린다. 저돌적이고 전략적이다. 체구에 맞지 않게 힘이 장사다. 또 날렵하다. 인빅타 FC 스트로급 챔피언 문턱까지 갔으며 통산 8승 무패 전적으로 옥타곤에 입성했다.

알렉사 그라소(23, 멕시코)는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가 '차세대 론다 로우지'로 점찍은 여성 파이터다. 커져 가는 멕시코 시장을 공략하는 데 맞춤 카드다.

지난 6일(이하 한국 시간) UFC 데뷔전에서 진가를 증명했다.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98에서 자신보다 13살 많은 베테랑 헤더 조 클락(36, 미국)을 전방위로 압도했다. 주먹을 날카롭게 뻗어 가드를 뚫었다. 클린치 당하면 힘으로 뒤집었다. 궁지에 몰린 상대가 태클을 시도할 때 민첩하게 방어했다.

그라소는 3-0으로 판정승하고 "UFC에 데뷔하겠다는 꿈이 이뤄졌다. 멕시코에서 뛰어서 더 기쁘다. 앞으로 더 정진하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라소는 여성 스트로급에 떠오르는 스타가 될 전망이다. 남자에 최두호가 있다면, 여자에 알렉사 그라소가 있다. 고운 외모지만 옥타곤에선 반전 매력, 아니 '화력(火力)'을 갖고 있다는 것도 닮았다.

2012년 18살이었던 그라소는 멕시코 과달라하라에 사는 학생이었다. 운동이라고는 가끔 복싱 선수 출신인 삼촌이 운영하는 로보 체육관에 놀러 가는 게 전부였다.

그해 3월 4일. 인생에 전기를 맞았다. 가족, 체육관 사람들과 함께 TV로 로우지가 스트라이크포스에서 당시 여성 밴텀급 챔피언이던 테이트에게 1라운드 암바로 탭을 받는 장면을 봤다.

나지막이 이렇게 말했다.

"나 저 언니처럼 될래요."

그라소의 부모는 발칵 뒤집혔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이 싸움판에 뛰어든다고 하자 머리가 복잡해졌다.

하지만 그라소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삼촌을 졸라 부모를 설득했다.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하던 18살 학생의 인생은 그날 이후 완전히 바뀌었다. 장래 희망을 파이터로 정했다. 본격적으로 글러브를 끼고 체육관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다. 시간 날 때마다 로우지의 경기 영상을 봤다.

당시 그라소는 "로우지를 보고 나서 유튜브로 그의 영상을 보고 있다. 로우지는 장차 최고의 선수가 되리라 본다.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 매일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라소의 집안은 유서 있는 파이터 가문이다. 삼촌 프란시스코 그라소는 복서 출신으로 멕시코 과달라하라에 로보 체육관을 설립하고 선수들을 가르쳐 왔다. 아버지도 운동을 좋아해 체육관을 자주 찾는다. 그라소의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둘 다 복서였다.

그라소는 2012년 12월 멕시코 격투기 단체 GEX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경기 시작 15초 만에 주먹으로 이겼다. 경기를 모니터 하고 이렇게 말했다.

"나보다 더 큰 상대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발차기를 했다. 아직도 손에 느낌이 생생하다. 여자도 남자처럼 싸울 수 있다. 이 얼마나 대단한 스포츠인가."

6개월 뒤 FHC에서 맞이한 두 번째 경기는 더 빨리 끝났다. 12초 만에 주먹으로 KO승. 2014년 8월 멕시코 이즈칼리에서 열린 XK 20에서 세 번째 경기 역시 1라운드를 넘기지 않았다. 36초 만에 주먹과 무릎으로 이겼다.

그라소는 잠재성을 인정받아 로보 체육관에서 함께 훈련한 동료이자 여성 밴텀급 파이터 이레네 알다나(27, 멕시코)와 함께 인빅타 FC와 계약했다. 데뷔하자마자 2연승, 통산 6전 전승으로 파죽지세를 보였다. 페더급 크리스 사이보그를 뒤따라 인빅타 FC를 이끌어 갈 스타로 주목 받았다.

지난해 2월 인빅타 FC 11은 그라소에게 뜻깊은 대회다. 데뷔하고 처음 코메인이벤트에 출전했다. 또 친구인 알다나가 같은 대회에서 데뷔했다.

그라소는 알다나가 데뷔전에서 1라운드 1분 5초 만에 리어 네이키드로 이기자 기뻐하며 눈물을 흘렸다. 눈물을 닦을 틈도 없이 케이지에 섰다. 스트로급 강자 이노우에 미즈키(일본)를 15분 내내 쥐락펴락하고 파이트 오브 더 보너스를 받았다. 화이트 대표가 보는 앞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라소는 그때 다시 한번 로우지를 떠올렸다. "로우지처럼 되고 싶다. 사람들은 로우지가 유도만 한다고 아는데 그는 모두 할 줄 안다. 나도 복싱, 발차기를 할 줄 알고 레슬링, 주짓수를 잘한다. 로우지처럼 될 수 있다. 정상에 오를 수 있다."

그라소는 지난해 10월 리비아 헤나타 소우자와 스트로급 타이틀전을 치르기로 했다. 그런데 부상 때문에 무산됐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지난 7월 돌아와 조디 에스퀴벨을 3-0 판정으로 누르고 인빅타 4연승, 통산 8승 무패를 이어 갔다. 앤지 힐과 타이틀전을 치를 예정이었으나 꿈을 위해 UFC와 계약했다.

그라소는 학업과 종합격투기를 병행한다. 과달라하라 UTEG 대학교에서 체육 치료학을 공부한다. 은퇴하고 종합격투기 선수들을 위한 재활 센터를 세우기 위해서다. 지난해 2월 경기가 끝나고 승리 축하 파티를 했냐는 말에 "가족과 밥 먹고 학교에 돌아가 숙제를 했다"고 밝혔다.

그라소의 성공에는 가족의 지지가 큰 힘이다. 그라소의 아버지는 딸이 훈련하는 장면을 보고 "내 딸이지만 엄청 거칠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제는 매니저이자 세컨드로 경기 준비부터 케이지에 들어서는 순간까지 함께한다. "만약 걱정이 안 된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딸이 땀, 피, 눈물을 흘리면서 체육관에 간다. 눈물을 훔치면서 훈련하더라"고 자랑스러워했다.

그라소는 "가족이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내가 좋아하고, 종합격투기에 대해 알려 주니 이제는 성공을 빌어 준다. 케이지에 오르기 전에는 초조하다. 그런데 올라가면 다르다. 모두가 내 이름을 연호할 때 엄청난 힘이 난다. 목표를 이루려는 의욕이 솟는다. 가족과 멕시코를 위해 싸우겠다"고 힘줘 말했다.

<기획자 주> 스포티비뉴스는 매주 수요일을 '격투기 칼럼 데이'로 정하고 다양한 지식을 지닌 격투기 전문가들의 칼럼을 올립니다. 격투기 커뮤니티 'MMA 아레나(www.mmaarena.co.kr)'도 론칭합니다. 앞으로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 드립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