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수원] 이런 매력적인 더비 같으니라구

홍재민 2016. 10. 31. 08: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포포투=홍재민(수원종합운동장)]

지어낸 스토리는 재미있다. 생겨난 이야기는 살아있다. ‘날것’이 쌓이면 이야기의 줄기가 시간을 건너 뻗어갈 수 있다. 수원 더비처럼 말이다.

처음부터 둘의 만남은 큰 관심거리였다. K리그 출범 34년 만에 처음 성사된 연고지 더비였다. 염태영 수원시장의 축구 활용 전략과 맞물려 수원 더비는 흥행했다. 10월 2일 있었던 세 번째 더비는 화산 대폭발 같았다. 수원FC의 5-4 승리 드라마, 수원블루윙즈 서포터즈의 분노, 염기훈의 눈물, 박창수 단장의 고독이 한꺼번에 솟구쳤다.

1235982.png


다들 세 번으로 끝날 줄 알았던 수원 더비는 쌀쌀한 10월 마지막 일요일에 한 번 더 성사되었다. 수원FC는 패하거나 비기면 리그 잔류 희망이 거의 꺼진다. 수원블루윙즈의 위치도 승점 3점 없이는 위험천만해진다. 수원종합운동장 기자석 위에 놓인 경기 자료를 들춰보니 ‘그룹B’ 순위표 5위와 6위에 두 수원이 자리 잡고 있었다.

경기 전, 조덕제 수원FC 감독이 “주의해야 한다”던 이상호가 전반 17분 선제골을 터트렸다. 조나탄과 권창훈의 상승세도 이어졌다. 전반 31분, 이정수가 내준 페널티킥을 브루스가 마무리했다. 페널티킥 선언과 전반전 종료 휘슬이 울린 직후, 서정원 감독은 거세게 항의했다. 그 모습은 수원블루윙즈의 예민한 심경을 여실히 보여줬다.

지난 더비처럼 이번 후반 45분도 활활 타올랐다. 수원FC 골키퍼 이창근의 엉뚱한 실수가 이정수의 헤딩골로 이어졌다. 3분 뒤에는 수원블루윙즈 골키퍼 노동건의 엉성한 실책이 두 번째 동점을 만들었다. 수원 더비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1분 뒤에 조나탄이 팀의 세 번째 골을 터트려 포효했다. 8경기 9골 2도움의 괴력.

수원FC는 기를 쓰고 달려들었다. 수원블루윙즈의 리드는 불안해 보였다. 시즌 내내 이런 상황에서 무너져 왔고, 불과 한 달 전 기억이 생생하니 어쩔 수 없는 짐작이었다. 어느 쪽이든 한두 골 더 나올 것 같았다. 탄식과 함성이 그치지 않아서 더 그랬다. 더비는 막판 분위기를 그렇게 몰아댔다. 하지만 조나탄이 마지막 득점자였다. 

1629079.png


안도(安堵)를 머금은 서정원 감독의 경기 후 소감이 끝날 즈음, 바깥에서 수원블루윙즈 서포터즈의 찬가가 들렸다. 메인스탠드 출입구 앞에서 그들은 승리를 노래했다. 구단버스에 오르는 자기 선수들을 향해 환호했다. 격노가 한 달 만에 환희로 돌변했다. 일상에서 ‘이해불가’가 K리그에서는 이렇게 ‘당연지사’가 되기도 한다.

2016년의 수원 더비는 이제 모두 끝났다. 내년에도 수원 더비를 볼 수 있을까? 스플릿 그룹B의 운명이 뒤엉킨 탓에 속단하기 어렵지만, 못 볼 가능성이 커졌다. K리그가 받은 귀중한 선물인 수원 더비를 한 시즌 만에 후일을 위해 잠시 기억 속에 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아쉬워졌다.

사진=FAphotos

Copyright © 포포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